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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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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낙원 같은 이곳에서는 차라리 고독이 나에게 귀한 향유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 게다가 청춘의 계절이라 할 이 봄이 두려움에 떠는 내 마음을 온갖 풍요로움으로 포근히 어루만져주곤 해. 나무와 덤불마다 온갖 꽃이 만발했어. 오죽하면 향긋한 꽃향기의 바다를 누비며 그 속에서 온갖 자양분을 맘껏 섭취할 수 있는 한 마리 풍뎅이가 되고 싶을 정도야.
--- p.11 아니, 그건 절대 내가 착각한 게 아니야! 나는 로테의 검은 눈동자에서 나와 내 운명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봤어. 맞아, 나는 그렇게 느꼈어. 그리고 나는 그 느낌을 믿어. 로테는―아, 천국을 이런 말로 표현해도 될까, 그럴 수 있을까?―나를 사랑하는 게 분명해. 그가 나를 사랑한다니! 그런 느낌을 받은 이후 나 자신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너라면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테니 솔직히 털어놓을게. 심지어 나 자신을 숭배하고 싶은 기분이야. --- p.68 세상에는 이런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 대답해보십시오. 아까 언급했던 질병과 이번 경우가 다른 게 뭐죠? 온갖 모순된 힘들이 마구 뒤엉켜 있는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은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어리석은 여자 같으니라고!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절망감도 가시고 너를 위로해줄 다른 남자도 나타났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벌을 내리소서! 그건 ‘어리석은 바보 같으니라고! 그까짓 열병 때문에 죽는 게 말이 돼? 기력이 회복되고 체액이 정화되고 펄펄 끓던 열이 내릴 때까지만 기다렸으면 모든 게 다 괜찮아졌을 거야. 당연히 지금까지 살아 있을 테고!’라고 말하는 것과 매한가지이니까요. --- p.90 내 영혼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혀버린 것 같아. 그러자 무한한 삶의 무대가 바로 내 눈앞에서 영원히 입을 벌리고 있는 무덤 같은 심연으로 변해버렸어. 모든 것이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인데도 너는 ‘그건 존재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번개 치듯 일순간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존재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힘을 유지하기 힘들고, 결국에는 세찬 물살에 휩쓸려 깊이 가라앉았다가 바위에 부딪쳐 박살나버리는데도? 너와 네 주변 사람들을 소진시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순간이란 결코 있을 수 없어. 너 또한 파괴자가 아닌 순간은 결코 있을 수 없어. 너는 항상 파괴자일 수밖에 없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산책에서조차 수많은 불쌍한 벌레들의 생명을 앗아가게 돼 있지. 단 한 발자국만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개미집을 무너뜨리고 그 작은 세계를 비참한 무덤으로 만들어버려. 맞아, 어쩌다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재앙, 마을을 송두리째 휩쓸어가는 홍수, 도시를 삼켜버리는 지진 따위는 결코 내 마음을 뒤흔들지 못해. 내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은 오히려 삼라만상 속에 숨겨져 있는 소모적인 힘, 바로 그거야. --- p.96 소중한 사람이여, 당신이 지금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면! 내 감성은 완전히 메말라버렸습니다! 내 마음은 단 한순간도 포만감을 느낀 적 없고 잠깐의 행복도 맛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치 난쟁이들과 조랑말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요지경 앞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혹시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자문하면서요. 나 역시 그 연극에 참여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 참여가 아니라 꼭두각시인형처럼 조종당하고 있다는 게 더 맞을 겁니다. 그래서 이따금 옆 사람의 나무손을 붙잡고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곤 한답니다. 저녁마다 내일은 꼭 해돋이를 구경해야지 결심하지만 아침이면 침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또 낮에는 밤에 달빛을 즐기겠다고 결심하지만 정작 밤이 되면 방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 합니다. 내가 왜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 p.119 가끔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내가 이렇게 오직 로테만을 간절히 사랑하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가 로테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또 어떻게 로테를 사랑해도 되는 거지? 나는 오로지 로테만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로테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로테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말이야. --- p.142 어느 아름다운 여름날 저녁 산에 올라가거든 그 골짜기를 즐겨 찾았던 나를 기억해주십시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석양빛을 받으며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거든 저 건너편 교회 묘지에 있는 내 무덤도 한번 쳐다봐주십시오.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음이 평온했는데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습니다. --- p.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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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동안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희대의 명작
대문호 괴테가 스물다섯 살에 쓴 첫 소설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불리는 괴테는 1774년, 음울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한다. 당시 괴테의 나이는 스물다섯. 이 작품은 그의 첫 소설이었다. 이름 없는 작가의 첫 작품이었으나 출간 직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어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괴테는 이 작품 덕에 바이마르 공국의 공무원으로까지 채용되었다. 나폴레옹이 전투 중에도 가지고 다니며 수없이 읽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 얽힌 정말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슬픔에 빠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괴테의 첫 소설,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사랑의 기쁨과 환희, 이루어지지 못하는 인연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아름다운 문장은 문학,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능했던 괴테의 천재성을 집대성해 보여주고 있다. 그가 60년에 걸쳐 써내려간 필생의 대작이자 문학 사상 최대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파우스트』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인기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괴테 스스로가 “사람들이 나를 ‘베르테르’의 작가로만 기억한다”라고 푸념했을 정도로 작품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사실 괴테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작중 인물 베르테르처럼 실연의 슬픔 때문이었다. 베르테르처럼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정도로 우울감에 빠져 있던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면서 회복했고 내면을 파고들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훗날 많은 젊은이가 이 작품을 읽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만큼 괴테의 문장이 유려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갔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첫사랑에 대한 가장 매력적이고 비극적인 텍스트 문학, 예술, 철학을 아우르는 괴테 문학의 출발점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도 체험 그대로 쓰지 않았다.” 괴테의 이 말은 자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인 동시에 문학가로서의 소신을 담고 있다. 체험이 빠진 문학은 피상적으로 흐를 수 있으며, 체험 그대로의 문장은 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학의 속성과 자신의 소신을 담아낸 이 한 마디는 어쩌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으나, 그가 책 속에 담아낸 천변만화의 문장은 전 세계 어떤 언어로 변환하든 생동감과 깊이를 잃지 않는다. ‘첫사랑’을 대하는 이들의 보편적인 정서와 사랑에 들뜬 이들이 보이는 감정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어느 나라, 어느 정서에 대입하더라도 이질감 없이 흡수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예술가 베르테르는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로테에게는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베르테르와 로테는 문화적 소양이나 감수성이 통하는 좋은 친구가 되지만, 이미 베르테르 안에서는 로테를 향한 터질 듯한 애정이 샘솟고 있었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넘칠 듯한 애정을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로 적어 보낸다. 이기적으로 애정을 갈구하기엔 어느 모로 보나 훌륭한 약혼자의 벽이 너무 높았다. 로테를 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한 베르테르가 내린 결론은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며 세상을 떠나는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을 가슴에 품은 채 세상을 떠난다.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를 입은 채로. 베르테르는 ‘첫사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괴테는 젊기에 무모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기에 조심스러운 베르테르의 양가적 성격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편지’라는 본문 형식은 베르테르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는 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스물다섯의 작가 자신이 가진 이성과 감성을 고스란히 투영했기에 작중 베르테르는 말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베르테르가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빛을 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