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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Scott Key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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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인간의 심장 안쪽을 혼자서 들여다보는 격렬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이런 심정에 예외적인 대상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개츠비 씨였다. 그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듯한 사람이었다. 인격이라는 것이 성공적인 제스처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면, 그에게는 멋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1만 6000킬로미터 바깥의 지진을 감지하는 정교한 기계에 연결된 듯한, 인생의 전망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다. 이런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고 미화되는 흐느적거리는 감수성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내가 다른 누구에게서도 본 적 없는 희망에 대한 각별한 재능, 낭만적 민감성이었다.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 p.13 그러면 세상에 대한 내 느낌을 알 수 있을 거야. 아이가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톰은 어디론가 사라졌어. 마취에서 깬 나는 버려졌다는 심정이 들었고, 간호사에게 아들인지 딸인지 물었지. 간호사가 딸이라고 하기에 고개를 돌리고 울다가 말했어. ‘좋아요. 딸이라서 좋네요. 아이가 바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여자한테 최선이에요. 아름다운 바보가 되는 거요.’ 어쨌건 나는 지금 모든 게 끔찍해. --- p.33 이웃집에서는 여름 내내 밤마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파란 정원에는 수많은 남녀가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들 사이로 부나방처럼 찾아왔다가 떠났다. 오후 만조 때가 되면 손님들은 뗏목 위에 세운 탑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집 앞 해변의 뜨거운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했고, 그러는 동안 그의 모터보트 두 대는 롱아일랜드해협의 물을 가르며 폭포 같은 거품 위로 수상스키를 끌었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버스가 되어 오전 9시부터 자정을 한참 지날 때까지 뉴욕까지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그의 스테이션왜건은 모든 기차 시간에 맞추어 노란 딱정벌레처럼 바쁘게 오갔다. --- p.61 그 6월 밤에 개츠비가 열망한 것은 별들만이 아니었다. 그는 의미 없는 사치의 자궁에서 갑자기 빠져나와서 나에게 생생한 인물이 되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이 조만간 데이지를 당신 집으로 부르고 그날 자기가 거기 방문하도록 해주는 거예요.” 그 소박한 요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 p.113 작별인사를 하러 갔더니 개츠비의 얼굴에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현재 느끼는 행복감이 얼마나 진정한 것인지 희미한 의구심이 든 것 같았다. 5년 가까운 세월! 그날 오후에조차 데이지가 그의 꿈에 못 미칠 때가 있었을 테지만 그것은 데이지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이 너무도 거대하고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데이지를 초월하고,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거기 뛰어 들어서 계속 그것을 키우고, 자기 앞에 떠도는 아름다운 깃털을 모두 붙잡아서 그것을 장식했다. 어떠한 불길도 신선함도 한 남자가 자신의 창백한 심장 안에 쌓아두는 것에 도전할 수 없다. --- p.138 그의 심장 속에서는 혼란스러운 폭풍이 그치지 않았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잠자리의 그를 괴롭혔다. 시계가 세면대에서 똑딱거리고 달이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축축한 빛으로 적시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현란한 우주가 끝없이 펼쳐졌다. 그는 매일 밤 졸음이 어떤 생생한 장면을 망각의 포옹으로 덮을 때까지 그런 환상의 패턴을 살찌워나갔다. 한동안 이런 몽상은 상상력의 분출구가 되었다. 그것은 현실의 비현실성에 대한 흡족한 암시이자, 세상의 반석이 요정의 날개 위에 튼튼히 세워진다는 약속이었다. --- p.141 서른 살은 외로운 10년의 약속이다. 이제 알고 지낼 독신 남자의 수는 줄어들고, 열정의 가방도 얇아지고, 머리숱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내 곁에는 데이지와 달리 잊힌 꿈을 기나긴 세월 동안 품고 가기에는 너무도 현명한 조던이 있었다. 어두운 다리를 지나갈 때, 조던의 창백한 얼굴이 내 코트 어깨에 나른하게 얹혔고, 그러자 서른 살의 무시무시한 타격은 조던의 다정한 손길 아래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늘해지는 땅거미를 뚫고 죽음을 향해 달려갔다. --- p.194 선로가 꺾이면서 기차는 이제 태양을 등진 방향으로 나갔다. 낮아지는 태양은 이제 넓게 펼쳐져서 데이지가 한때 숨을 쉬었던, 저기 멀어지는 도시 위에 축복을 내리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바람 한 가닥이라도 움켜쥐려는 듯, 데이지로 인해 사랑스러워진 장소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하려는 듯 애타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눈물로 부예진 눈에는 모든 것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고, 그는 자신이 도시의 그 부분, 가장 생기발랄하고 뛰어난 부분을 영원히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 p.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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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과 환락이 극에 달한 1920년대 미국 사회
위대해지고자 했으나 결국 한 여인의 애정도 얻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했으나,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과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쥔 집념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 아메리칸드림의 표본이 되었다. 한눈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의 질투 어린 부러움을 한몸에 산 그의 이름은 제이 개츠비. 뉴욕에서는 개츠비의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과 초대받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정도로 유명세를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병적으로 파티를 열어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언제고 그 화려함이 세상에 퍼져 누군가의 귀에까지 들어가도록. 부티 나는 화려함이라면 참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그 ‘여인’에게 전해지도록. 성공만을 목표로 더러운 일도 서슴지 않고 돈을 벌어온 그였지만, 그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한 여인 ‘데이지’를 향해 있었다. 가난해서 가지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도, 무시당했던 과거도 모두 돈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믿었으나 결국은 다리 찢어진 뱁새처럼 모든 것을 잃고 공허한 최후를 맞이한 개츠비는 그 자체로 재즈 시대의 미국을 상징한다. 미국 현대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신화적 작품 찬란한 청춘과 영원히 기억될 사랑의 자화상 T. S. 엘리엇은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문학이 내디딘 첫걸음”이라고 극찬했다. 이 작품이 단순히 한 남자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그린 연애담이었다면 이런 극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남아 있던 계급적 모순과 부에 대한 동경, 삶의 환희가 넘쳐나던 전후 시대,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신화가 넘쳐났다. 이디스 워튼이 『순수의 시대』를 통해 묘사한 뉴욕 상류층(올드머니)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창하며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동안, 주식과 밀주 등으로 부를 이룬 신흥 부자(뉴머니)는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며 주류로 올라섰다. 미국의 근간을 세웠던 청교도적 성실함은 20세기 물질주의로 대체되고, 누구나 부자를 꿈꾸며 부나방처럼 돈이 될 만한 곳에 모여들었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 하나로 부의 정점에 오른 개츠비는 당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모델이다. 화려한 부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그들의 위선적이고 차가운 세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닉 캐러웨이의 시선은 작가 자신의 시선과 맞물려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 감춰진 쓸쓸함과 따스한 온기로 작품 저변에 스며든다.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과 목소리로 다듬어낸 피츠제럴드의 유려한 문장은 이 작품을 가장 위대하게 만든 힘이다. 평생 염원하던 부를 거머쥐었으나 첫사랑을 위해 파멸로 걸어들어간 개츠비의 모습에서 화려하지만 금방 사그라드는 청춘의 모습을 포착해낸 피츠제럴드의 문장은 시대를 초월해 문학을 아끼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영원한 빛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