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내면의 힘] 21세기 노벨문학상 첫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집. 식물의 목소리를 구사한 글릭의 시적 실험이 돋보인다. 식물을 관찰하다가 자신의 경험으로 넘어가는 화법은 의인화가 가진 울림을 더 크게 보여준다. 글릭과 오랫동안 소통한 정은귀 번역가와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로 더 강해지는 시. - 시 PD 이나영
|
야생 붓꽃 THE WILD IRIS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연령초 TRILLIUM | 광대수염꽃 LAMIUM | 눈풀꽃 SNOWDROPS | 맑은 아침 CLEAR MORNING | 봄 눈 SPRING SNOW | 겨울의 끝 END OF WINTER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실라꽃 SCILLA | 물러가는 바람 RETREATING WIND | 정원 THE GARDEN | 산사나무 THE HAWTHORN TREE | 달빛 속의 사랑 LOVE IN MOONLIGHT | 사월 APRIL | 제비꽃 VIOLETS | 개기장풀 WITCHGRASS | 꽃고비 THE JACOB’S LADDER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노래 SONG | 들꽃 FIELD FLOWERS | 꽃양귀비 THE RED POPPY | 클로버 CLOVER | 아침 기도 MATINS | 하늘과 땅 HEAVEN AND EARTH | 입구 THE DOORWAY | 한여름 MIDSUMMER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데이지꽃 DAISIES | 여름의 끝 END OF SUMMER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이른 어둠 EARLY DARKNESS | 수확 HARVEST | 하얀 장미 THE WHITE ROSE | 나팔꽃 IPOMOEA | 프레스크 아일 PRESQUE ISLE | 물러가는 빛 RETREATING LIGHT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재림 VESPERS: PAROUSIA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노을 SUNSET | 자장가 LULLABY | 은빛 백합 THE SILVER LILY | 구월의 황혼 SEPTEMBER TWILIGHT | 금빛 백합 THE GOLD LILY | 흰 백합 THE WHITE LILIES | 작품 해설 세 개의 모놀로그 혹은 한 개의 트라이얼로그_신형철 | 옮긴이의 말 꿀벌이 없는 시인의 정원에서
|
Louise Gluck
루이즈 글릭의 다른 상품
정은귀의 다른 상품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시집
1992년 출판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야생 붓꽃』은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협회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미국시사에서 식물에게 이렇게나 다양하고 생생한 그들만의 목소리를 부여한 시인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던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이 자연에 대한 시, 특히 꽃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시를 많이 썼지만, 글릭처럼 이토록 온전히 꽃의 목소리를 직접 구사하지는 않았다. 동시대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도 자연을 가까이 하며 다른 존재들에 대한 시를 많이 썼지만 인간의 시선으로 대상을 면밀히 보는 시들이 많았다. 글릭에게 이르러 꽃은 비로소 꽃 자체가 된다. 『야생 붓꽃』은 글릭의 시적 실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집은 꽃과 정원사-시인의 기도와 신이 함께 거주하는 정원의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나가서 꽃을 살피고 꽃과 대화하고 날씨를 보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곳이지만 그 정원은 이상하게도 꿀벌이 없는 정원이다. 글릭이 좋아하는 시인 디킨슨의 정원은 꿀벌로 가득한데, 글릭의 정원은 꿀벌이 없다. 그래서 실제의 정원이라기보다 상상 속의 정원으로 읽히기도 한다. 루이즈 글릭이 미국 시 문단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50년 동안 주목받는 이유 『야생 붓꽃』에는 여러 층위의 화자가 등장한다. 그녀가 서정시를 쓰는 예술가로서 얼마나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갖추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존재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담겨 있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정원을 배경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 가지 목소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첫 번째는 정원사(시인)에게 말하는 꽃이다. 두 번째는 화자(시인)의 목소리다. 세 번째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목소리다. 사연, 신화, 민담, 개성을 담은 꽃을 등장시켜 인간의 감성과 특징을 함축한다. 『야생 붓꽃』은 이러한 의인화가 시에서 얼마나 큰 힘과 울림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어려운 단어 배열로 독자들을 미궁에 빠트리는 듯하지만, 읽는 사람의 영혼을 절묘하게 작품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시인과 옮긴이의 치열한 소통 번역 문학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한국어 정본 영어의 미세한 결과 한국어의 정서를 맞추는 작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미 시를 가르치는 정은귀 교수가 맡았다. 앤 섹스턴과 어맨다 고먼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은귀 교수는 대학 강당과 논문을 비롯해 대중 강연에서도 글릭의 시를 강독하고 알리는 열정적인 연구자다. 루이즈 글릭 연구 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학술적으로 그녀의 시 세계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정은귀 교수의 열정에 감동한 루이즈 글릭은, 자신의 시가 전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생생한 과정을 꼼꼼히 바라보았다. 시인과 옮긴이가 치열하게, 오랫동안 소통한 끝에 한국 독자들도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유일한 한국어 정본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시인 나희덕, 김소연, 문학 평론가 신형철 교수가 한국 출간을 축하하며 각각의 책에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세 문인의 글은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삶과 희망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 『야생 붓꽃』은 삶과 희망, 존재의 영원한 순환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정원에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1년, 일시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그래서 영원한 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이 시집은 살아갈 용기, 깊은 희망, 존재로서의 정당함을 일깨운다. 생명의 영원한 본질인 ‘존재함을 누군가가 알아차려주는’ 행위가 이 시집에서 이뤄진다. |
한 사람이 세 개의 목소리를 창조해내고 그것들 사이에 이토록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 내면을 탐사하고 이를 건축적으로 설계해낸 장엄한 시도다. 예술적 자기 분열의 시도이자 내적 사제(師弟) 관계의 발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시인 자신을 설득하고 치유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 수혜자는 독자 모두가 된다. 여기서 글릭의 수상 이유로 거론된 “unmistakable poetic voice”를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국내 보도들은 ‘unmistakable’을 ‘확고한’, ‘뚜렷한’, ‘분명한’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옮겼다. 이것을 ‘실수를-범할 수 있게 하지-않는’이라 옮기는 것까지는 무리더라도 단어 자체는 그런 뜻임을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목소리로 말하더라도 독자를 그 존재들에 대한 오해와 착오로 이끌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놀라운 자기 탐구와 거듭남의 결과임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든다. 시를 두고 ‘위대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드문 순간이 바로 이런 때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