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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혜숙 ruru100@yes24.com
모범생과 문제아 사이의 간격, 그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창가의 토토』는 우리가 지니는 극단과 몰이해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말해 주고 있다. 문제아는 모범생의 반의어가 아니며 오히려 대상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한 심각한 오해임을 일깨워 준다. 편협한 시선과 고정화된 인식 속에서 한 치의 틈은 큰 간격으로 벌어지고, 만일 대상이 어린 아이라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문제아(?)였던 토토가 오늘날 유명한 방송인이자, 아동 구호에 힘쓰는 전세계적인 사회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기까지 밑바탕이 되어 준 힘, 대안 학교의 모델을 보여주는 도모에 학원의 교육 철학 속에서 이제『창가의 토토』를 말하려고 한다. 일본에서 출간 첫해 500만부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던 『창가의 토토』는 도모에 학원이라는 초등학교에서 보낸 저자의 추억에 기대고 있는 아름다운 자전 소설이다. 한 장의 수채화 같은 이 동화는 유년 시절의 따스함과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버린 동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준다. 천진한 눈을 반짝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미화되어, 까마득히 잊혀졌던 동심에 초대되는 순간이면 감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창가의 토토』가 여타의 순수 예찬가보다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음은 실존했던 도모에 학원의 독특한 교육 방침에서 오늘날의 교육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상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주위의 친구들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게 된 8살짜리 꼬마 토토. 아이의 호기심 어린 행동은 규정화된 학교의 운영 체계 속에서 용납되지 못한다. 처음 보는 물건을 마냥 신기해 하는 아이의 심리는 전혀 이해 못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다수에 반하는 소수의 문제는 무시되기 마련이고, 결국 토토는 학교를 떠나야만 한다. 졸지에 최연소 퇴학생 - 초등학교 1학년 때 퇴학을 맞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이 된 토토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토토가 만난 두 번째 학교는 철부지 아이의 말을 네 시간 동안 진지하게 들어주는 선생이 있는 곳,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도모에 학원이었다. 그리고 그곳이 보통 학교에서 낙오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듬고 살피는 특수학교라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닉한 일이다. 전교생이 5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타인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배워 나간다. 오래된 전철을 이용하여 만든 아기자기한 교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꺼내 공부하고, 산과 바다와 들에서 난 점심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어떠한 콤플렉스 없이 성장할 수 있게 세세히 배려하는 학교라면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칭얼대는 아이는 있을 리 없다. 맨발을 벗고 뛰어 달리는 것 자체가 수업이 되는 학교에서 토토는 다치지 않고 밝게 자란다. 보통 학교에서라면 말썽꾸러기 아이로 취급 받았을 토토에게 고바야시 교장은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 라는 말을 늘 들려 준다. 칭찬과 격려가 주는 힘은 질책과 반성이 주는 교훈보다 아이들을 크게 성장시킨다. 그렇다면 당시 일본의 교육 방침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곳, 심신의 발달과 조화를 지향하는 도모에 학교의 고바야시 교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고바야시는 젊어서 유럽의 교육 방침에 감명을 받고 유학길에 올랐고,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도모에 학원을 설립하여 감성과 직관을 발달시키는 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제각기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소질을 주위의 어른들이 손상시키지 않고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문자와 숫자를 많이 아는 아이보다는 마음으로 자연을 보고 영감을 느끼는 아이로 자라도록 가르친 것이다. 그리고 도모에의 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한 줄로 서서 걸을 것, 전철 안에서 조용히 할 것,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면 안 될 것 따위의 주위사항 없이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밀치거나 난폭하게 대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는다. 일본 대중 소설계에 신화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창가의 토토』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육서이다. 교육은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며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진지해질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머리는 한층 더 날렵해져도 가슴은 비쩍 말라 가는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거역할 수 없는 냉혹한 사회 풍조만 탓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다면, “어린 나이에 벌써 퇴학이라니..너 만약 이번에 갈 학교에서도 또 퇴학 당하면 그 땐 정말 갈 데 없는 줄 알아.”라고 다그치지 않았던 토토의 어머니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린 딸에게 상처가 될까 봐 조용히 학교를 옮겨 주었던 어머니의 배려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깨닫는다면 적어도 참 교육에 대한 의지는 생겨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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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릴 때 애칭이기도 한 토토는 천진난만하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녀 어른들을 자주 놀라게 하는 꼬마이지만 모든 어린이들을 대변할 만한, 실로 깜찍하고 사랑스럽기조차 한 소녀이다. 그런 토토가 퇴학을 당하고 전학 간 도모에 학원은 전교생이 겨우 50명도 채 안되는 자그마한 대안 학교이다. 그 학교엔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토토 마냥 제도교육에 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게다가 교실은 낡은 전철이며, 아이들은 그날 그날 앉고싶은 자리에 마음대로 앉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우선으로 공부하며 자유롭게 그들의 개성을 키워나가는 그런 학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교장선생님인 고바야시 소사쿠란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소위 ‘문제아’나 ‘장애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조화롭게 지내도록 해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그 때문에 4시간 씩이나 아이들의 제멋대로 식의 이야기를 덩달아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는가 하면,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먹으라는 의미의 점심식사 노래도 만들어 함께 부르기도 하며, 또 도시락 반찬을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스승이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알몸으로 수영하게 하면서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또 신체가 부자유스런 아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몸은 저마다 아름다운 것’임을 은연 중에 가르쳐주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대가로 반찬을 만들어 가족끼리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라는’ 의도로 운동회 상으로 채소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게다가 농부 아저씨를 선생님으로 초빙해서 아이들에게 ‘제 손으로 뿌린 씨앗에서 싹이 틀 때의 기쁨’으로 자연을 깨닫게 하고, 부모들에겐 ‘가장 허름한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내주십시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어쩌면 이러한 도모에 학원의 교육은 경제적 가치를 최대치로 내세우는 주류 교육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교육일지도 모른다. 요컨대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고, 또 각자의 개성을 서로 존중해야 함을 스스로가 느끼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반은 바로 그러한, 즉 설득과 강요로 흐르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삶의 양식을 아이들 스스로가 자각하고 깨칠 수 있도록 자발성의 교육을 실천하는 한 참스승의 모습이 꾸밈없는 작법에 의해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맑은 낙천성을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교육 현실로 끌고 들어가 현실의 정화를 기도하는 저자의 소망이 전편에 묻어난다. 결국 시대적 배경은 꽤 오래 전인, 제2차세계대전 전후의 일본사회이지만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은 바로 이같이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관, 즉 ‘진정한 교육은 무엇이고 인간의 행복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도기와노 토토짱 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이 원제인 이 책은 1982년 강담사에서 출간된 이래‘일본출판계 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현재까지도 기네스북에 올라있으며, 독일과 싱가포르, 인도 등을 비롯한 세계 35개국 이상에서 젊은 부모들과 교사들에게 교육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다시피 한, 그야말로 일본 대중문화의 신화와도 같은 작품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 시인인 도로시 브리튼이 번역한 영문판인 [Totto-chan,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가 출간되었을 때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유수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와 「시카고 트리뷴」이 이 책의 독특한 흡인력에 대해 그때까지 전례없이 긴 서평으로 다뤘는가 하면, 시사주간지 「타임」의 일본 특집에서는 문화계의 대표인물로서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와의 인터뷰 기사를 한 페이지에 걸쳐 게재하기도 했다. 덕분에 영문판은 일본 내에서 다시금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 ‘다른 언어로 쓰여진 한 책이 동시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또한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유니세프 측에 의해 아시아 최초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전격 임명됐고, 그 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적 영향을 끼친 작품에 수여되는 폴란드 코르체크상과 페스탈로치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30년이 넘도록 세계적으로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이 책을 두고 일본의 언론매체가 ‘5세부터 103세까지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읽었을 것’이라고 평한 대목은 단지 우스개 소리인 것만은 아닐 듯 싶다. 덧붙여 이 작품을 영화나 만화화 또는 캐릭터 상품이나 TV연속극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숱한 제의에 대해 저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고 한다.‘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 덕에 읽어주신 모든 분이 이미 자신의 이미지로 자신만의 토토를 만들어 주었기에, 이것을 상회하는 그 어떤 영상이나 이미지는 어려울 것입니다. 단 음악이라면 상상이 자유로울 것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일 것입니다.’라고. 그 때문인지 영상이나 이미지가 아닌, 이 책의 제목을 딴 [창가의 토토] 콘서트만은 지금까지 해마다 일본에서 성황리에 연주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