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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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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다 됐다. 이제 고운 옷만 입으면 되겠구나. 처음 세상에 나가는데 예쁘게 꽃단장을 해야 하지 않겠니.”
막 태어나는 조그만 나무 인형이 아저씨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너는 꼭두라고 한단다. 사람들이 하늘나라 갈 때 길을 열어 주고 같이 가는 길동무지. 하늘나라는 아주아주 멀어서 여럿이 시끌벅적 놀면서 재미나게 가야 해. 그래야 가는 사람도 너희들도 지루하지 않거든.” --- pp.4~5 아저씨가 다시 꼭지를 눕히고는 붓에 물감을 묻혀 부드럽게 칠했습니다. 붓이 닿을 때마다 쓰다듬는 것 같기도 간지럼 태우는 것 같기도 해 꼭지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습니다. “꼭지야, 꼭지야, 꼭지야. 이렇게 자꾸 이름을 불러 주어야 낯설지 않아. 그래야 진짜 네 이름이 되거든.” 창밖에서 숨이도 아저씨를 따라 또 이름을 불렀습니다. 꼭지야, 꼭지야, 꼭지야. 아저씨와 숨이가 번갈아가며 이름을 불러 주니까 가슴속에 작은 물고기가 사는 것처럼 꼭지 가슴이 팔딱팔딱 뛰었습니다. --- pp.10~11 아저씨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선반에 있던 꼭두들이 웅성댔습니다. “우리한테 새 식구가 생겼어.” “아주 작은 여자아이야.” “이름이 꼭지래.” “가까이 가서 보자.” 그러더니 꼭두들이 앞다투어 폴짝, 폴짝, 꼭지 곁으로 뛰어내렸습니다. --- pp.20~21 다음 날, 숨이가 양 갈래 머리를 나풀거리며 왔습니다. 창문 너머에서 또 한쪽 눈을 손으로 눌러 끔뻑했습니다. 꼭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크득, 웃고 말았습니다. “숨이가 왔나 보구나. 이제 꼭지는 숨이랑 꽃놀이 가면 되겠다.” 그 말을 듣자마자 숨이가 한달음에 마당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저씨가 환하게 웃으며 숨이에게 꼭지를 안겨 주었습니다. “꼭지야, 숨이랑 재밌게 지내거라. 오래오래 정답게. 알았지?” 숨이가 꼭지를 가만히 감싸 안았습니다. --- pp.26~27 꽃상여가 나가는 날은 숨이 할머니가 일찌감치 숨이를 깨웠습니다. 숨이는 꼭지 손을 잡고 할머니를 따라 동네 어귀로 나갔습니다. 길에는 벌써부터 마을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동네는 큰 잔치라도 벌어진 듯 아침부터 떠들썩했습니다. --- pp.34~35 한참 만에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꽃상여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에헤 에헤에에 너화 넘자 너화 너. 멀찍이서 구경하던 꼭지는 저절로 몸이 들썩거리고 발이 움찔거렸습니다. 꼭두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꼭지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꼭두들에게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 pp.37~38 “꼭두는 말이다, 삶이 끝난 사람에게는 저승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이고, 숨이 같은 어린아이에게는 어깨동무해서 이 세상 길 함께 가는 좋은 길동무란다.” --- pp.4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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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속 꼭두의 의미를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며 풀어냈다. 전통 소재 형상화에 능숙한 김동성 화가는 이 이야기에 그림을 멋지게 조합하여 아이에서 어른까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그림책의 지평을 넓혔다. 그리하여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에 한 걸음 더 성큼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얼 그림책 세 번째 이야기로, 국악기 노도 꼭대기의 나무 새 장식물이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진짜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과정을 그린 첫 번째 『노도새』,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바로 그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새롭게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가 있다. 이 그림책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전통문화를 새로이 해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말 어느 날 내 안에 들어온 작은 나무 인형 10여 년 전, 우연히 동숭아트센터에서 현대 꼭두 조각가 김성수 전시회를 보았고, 이어 꼭두박물관에서 실제 꼭두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김옥랑 관장님이 경북 어느 곳에서 구했다는 실제 상여도 보았습니다. 무척 놀랐습니다. 오래도록 꼭두만 조각하는 사람도, 평생을 꼭두와 상여를 모으는 사람도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꼭두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고, 책과 잡지, 인터넷을 뒤져 더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대강의 줄거리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이야기는 좀처럼 완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차로 마무리를 하고는 김동성 선생님께 보여 드리고 조심스레 그림을 부탁드렸습니다, 원고를 본 김동성 선생님은 바로 그러마 답을 주셨습니다. 기쁘기는 하였으나 선생님 명성에 부끄러운 글이 될까 봐 그 이후에도 고치고 고치기를 되풀이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나무를 깎아 직접 꼭두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꼭두 조각가 김성수 님을 수소문하였고, 마침내 경북 성주군 작업실로 찾아갔습니다. 작업 과정을 직접 재연해 보여 주신 2016년 11월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김성수 선생님을 뵙고 나서야 그림책을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사진들은 김동성 선생님 손에 의해 아름답고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저승길을 먼저 살펴봐 주고 안내한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요. 알 수 없어 두려운 그 길을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가 준다니 이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지요. 그러나 꼭두는 숨이와 꼭지처럼 삶의 길동무이기도 합니다. 꼭두 아저씨는 꼭지에게 당부하지요. 나중에 숨이가 하늘나라 갈 때까지는 이 세상 동무로 함께 살며 숨이를 지켜 주라고. 그런데도 신 할머니 장례식 날 꼭지가 다른 꼭두들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꼭지를 끌어당겨 둘러업고 작은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상여가 산길을 다 돌아 나갈 때까지 토닥토닥 어린 꼭두를 위로합니다. 아저씨 등에 업혀 있는 꼭지 뒷모습이 책을 덮고도 내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제가 못한 말을 그림으로 다 해 주신 김동성 선생님 감사합니다. * 이 그림책을 마무리할 무렵 이태원 참사 비보를 들었습니다 ……. 꽃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 딸들과 우리 아들들 가는 먼길, 덜 무서우라고, 덜 외로우라고, 덜 지루하라고 삼가 ‘길동무 꼭두’를 바칩니다. - 2022년 초겨울, 김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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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는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꼭두가 있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꼭두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자가 불편하지 않게 시중을 드는 꼭두가 있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어 즐겁게 해 주는 꼭두가 있습니다. 그리고 용 꼭두와 봉황 꼭두도 있습니다. 꼭두가 다양한 일을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위로와 보살핌의 자세가 깔려 있습니다. 이름 없는 백성의 문화인 꼭두는 조상이 남겨 준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입니다. - 김옥랑 (전 꼭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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