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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긋닛 3호 : 노동과 우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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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푸른 못, 마르지 않는 눈물 | 이상헌
그들이 하지 않은 일들 | 민병훈
임자 | 천현우
커뮤니티 | 한유주

저자 소개 4

1986년생. 201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버티고(vertigo)」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 『어떤 가정』, 중편소설 『금속성』,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이 있다.

민병훈의 다른 상품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삶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냈다. 전문대를 졸업한 후부터 공장에서 쉴 틈 없이 일했다. 2021년부터 『주간경향』, 미디어오늘, 피렌체의 식탁,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했다. 현재 미디어 스타트업 alookso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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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3년 단편 『달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9년 단편 『막』으로 제43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희곡과는 다른 소설만의 고유한 장르성이 어떻게 획득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집으로 『달로』(2006), 『얼음의 책』(2009),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2011) 등이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세계문학강독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텍스트의 경계를 실험하는 문학동인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3년 단편 『달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9년 단편 『막』으로 제43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희곡과는 다른 소설만의 고유한 장르성이 어떻게 획득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집으로 『달로』(2006), 『얼음의 책』(2009),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2011) 등이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세계문학강독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텍스트의 경계를 실험하는 문학동인 ‘루’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의 순간들』『작가가 작가에게』, 『교도소 도서관』, 『눈 여행자』 등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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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삼천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운 좋게 일찍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에서 일하면서 여러 직책을 거쳤다. 노동시간, 임금, 고용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을 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 조언을 한다. 전공 분야는 노동경제학이지만,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경제학적 접근에 비판적이다. 지난 30년 동안 연구 논문과 저서를 꾸준히 냈다. 〈세계임금보고서(Global Wage Report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삼천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운 좋게 일찍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에서 일하면서 여러 직책을 거쳤다. 노동시간, 임금, 고용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을 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 조언을 한다. 전공 분야는 노동경제학이지만,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경제학적 접근에 비판적이다.

지난 30년 동안 연구 논문과 저서를 꾸준히 냈다. 〈세계임금보고서(Global Wage Report)〉, 〈세계고용사회전망(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ILO 노동세계 모니터(ILO Monitor on the World of Work)〉를 비롯한 ILO의 주요 보고서를 주도했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규제 연구 네트워크(Regulating for Decent Work)’의 창립 멤버로서 노동시장 규제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산문을 모아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2015)와 《같이 가면 길이 된다》(2023)를 냈고, 초등학교 동창인 아내 옥혜숙과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2022)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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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68g | 130*200*7mm
ISBN13
9772951413031

책 속으로

21세기 일터는 분열의 세계다. 노동법의 유려한 문구는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나마 ‘쓸 만한 친구’이지만, 그외 대부분의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아득한 꿈’이다. 후자를 부르는 이름마저 가혹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의 일터는 마치 단테의 지옥도처럼 촘촘하게 엮어올린 사슬이다. 불안정 계약의 씨줄과 하청의 날줄로 짜여진 그곳은 한번 들어서면 빠져나가기가 힘들다. (……)여기에 젠더와 나이 문제가 겹쳐지면 노동세계는 또다시 분열된다. 청년이 일터의 미래라는 언설은 넘치지만, 그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협력은 항상 ‘품절’ 상태다. 청년에게 기회는 주지 않으면서, “더욱 노력하라”는 수천 년 묵은 꼰대질은 계속된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일터로 나가고 있지만, 차별은 좀체 줄지 않는다.
---p10 「이상헌, 〈푸른 못, 마르지 않는 눈물〉」 중에서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제까지의 성과가 씁쓸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룬 것은 오로지 노동자의 힘 덕분이다. 전태일은 제 몸을 불태우며 노동법을 살려냈고, 1970~1980년대에는 선비의 후배 여공들이 우리를 ‘차별 없는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게 했다. 노동조합을 둘러싼 싸움도 격렬하고, 때론 처절했다. “구하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소리내어 온몸으로 외쳐야 겨우 얻을 것이다. 20세기 노동이 준 교훈이다. 21세기라고 다르지 않다. 노동자는 여전히 싸운다. 덜컥대는 재봉틀이나, 불똥 튀기는 용접기뿐만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 같은 매장 계산대에서, 휴대폰에 떠오른 주문을 쫓아 달려가는 오토바이에서, 노동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설픈 지식인의 말들은 늘 그랬듯 저 배달 오토바이를 뚫고 가는 바람 같은 것이다. 시끌벅적하게 몰려왔다가 이내 뒤로 밀려난다.
---p.14 「이상헌, 〈푸른 못, 마르지 않는 눈물〉」 중에서

오늘도 말해야 한다. 그만두겠다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무슨 일을 하시나요. 새를 쫓습니다. 아니, 그보다 아무런 성취도,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런 걸 느껴야 돼? 그렇다고 급여를 포기한다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자꾸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p.21 「민병훈, 〈그들이 하지 않은 일들〉」 중에서

대추나무 묘목을 심은 화분을 침대 발치에 두고 아침마다 물을 줬다. (……) 매일, 아주 조금씩, 몇 센티씩 자라는 식물의 하루가 모여서, 열매를 따고, 다시 내년을 위해 씨앗을 땅에 묻는 일련의 과정에서, 지난날에는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감각하고 있었다.
---p.51 「민병훈, 〈그들이 하지 않은 일들〉」 중에서

그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 그 현실의 전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치명적인 결점은 있지만 아무튼, 인간 차봉필은 중졸 학력으로 자동차공장 사환부터 시작해 지금의 BP산업까지 일구어낸 산업역군이었다. 그동안 겪어온 숱한 위기에 비하면 이게 무슨 대수겠는가.
---p.61 「천현우, 〈임자〉」 중에서

인생 대부분을 바친 일터에 미래가 없다고 말할 때 당사자는 어떤 심정일까, 임죽림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차봉필이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측정할 수 없었다. (……) “나 때는 말이야. 중졸도 성실하게 일하면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애도 낳았어. 기술 하나만 있어도 대졸자들보다 돈도 잘 벌었지. 나 일 잘한다고 김우중 회장님한테 표장도 받았어. 그땐 진짜 회사 다니는 게 즐거웠거든. 요즘 애들이 이렇게 살 수 있겠어? 아니겠지. 우리나라보다 인건비 싼 곳 널렸고, 배운 기술 좀 써먹을라고 하면 새 기계가 튀어나와. 손재주로 먹고사는 시대는 우리 대에서 끝난 거 같아.”이젠 우직하게 한 기술만으로 먹고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아들 차용진이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오로지 공부, 오로지 좋은 대학만 보고 달리도록 했다. 이 방법이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딸 차혜원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사실상 백수 신세. 기술도 공부도 오답이었다. 그렇다면 내 자식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pp.77-78 「천현우, 〈임자〉」 중에서

여자는 출처 모를 불쾌함을 느끼며 봉투를 뜯는다. 커다란 책자 두 권이 들어 있다. 여자는 여전히 불쾌한 채로, 아니 조금 더 불쾌해져서 책자를 꺼낸다. 검정색 표지에 조악한 글자체로 ‘세계의 끝이니 새로 시작할 때다’라고 적혀 있다. 이제 대단히 불쾌해진 여자가 두 권 중 한 권을 아무렇게나 펼쳐본다.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 붉은색 굴림체로 인쇄된 글자들이 여자의 눈을 어지럽힌다.
---pp.91-92 「한유주, 〈커뮤니티〉」 중에서

오후의 햇빛이 아파트 유리창들을 난사하듯 비추고, 교차로에서 차들이 멈췄다 서행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의 현수막이 어찌 된 일인지 아직까지 무력하게 걸려 있다. 여자의 목덜미에서 땀이 흐르고, 이미 흘러내린 땀들, 바람 한 점 없는 삼복더위에 손부채를 부치며 지나가는 사람들, 횡단보도 앞에 선 여자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며 조바심을 낸다. 누구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여자는 자신이 표적이 된 것일까봐 두렵다.

---pp.93-94 「한유주, 〈커뮤니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야기는 타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직접 알려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가지는 공감의 힘일 것입니다. 추상적인 논증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일러줄 수 있지만, 이야기야말로 오히려 직접적이고 절실하게 핵심을 보여줍니다. 소설잡지 『긋닛』은 그런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와, 거기에 분명히 있지만 잘 보이지 않고 보지 않으려 하는 세계를 연결해 보입니다. 『긋닛』은 우리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특정한 주제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편의 주제 에세이와 세 편의 단편소설을 엮어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긋닛』 3호는 ‘노동과 우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생존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위한 물자가 필요하고, 이러한 물자를 획득하기 위해 원시시대 때부터 이미 인류는 열매를 채취하고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부터 생존 수단의 획득이 필연적이므로, 어떠한 사회도 인간의 노동 없이는 유지되지 못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을 중심으로, 근대산업사회에서는 또 그에 맞는 각종 생산활동이 이루어졌으나, 2023년 현재 노동의 형태와 그 양상들, 그리고 가치는 크게 변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사회는 노동을 둘러싼 환경 역시 급격하게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몇 년씩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고, 반대로 일손이 필요한 생산직은 노동력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의대 지원 쏠림 현상까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의 가치가 하락한 지는 오래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된 어린 청년들은 불안전한 환경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하기가 일쑤고, 남녀간 학력간 학벌간 임금격차를 비롯한 각종 불평등은 그 크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갑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도 업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불상사로 이어지는 일들도 다반사입니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경제적인 것, 결국은 ‘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그럴수록 생산활동을 둘러싼 문제들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깊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현재의 ‘노동’에 대해 함께 고민해준 작가는 이상헌(주제 에세이), 민병훈 천현우 한유주(단편소설)입니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의 주제 에세이 「푸른 못, 마르지 않는 눈물」은 거의 백 년 전에 발표된 강경애의 소설 『인간문제』를 통해 2023년 현재의 노동의 문제를 되짚어줍니다. 분명히 사회는 발전했고, 이 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으며, 노동법이 만들어졌고, 각종 지원정책도 도입되었으나 우리 사회의 노동, 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앞으로는 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민병훈의 소설 「그들이 하지 않은 일들」은 공항의 조류퇴치반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던 시기는 어쩌면 지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동-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기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팔자 좋은 소리’가 되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수단일 수밖에 없는 ‘일’의 가치를 찾고 노동자의 가치를 찾으려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천현우의 「임자」는 『밥일지』를 펴낸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입니다. 『쇳밥일지』에서 생생한 노동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그만이 써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한때 산업역군으로 이 나라의 경제를 키웠다고 자부하지만 자신처럼 살게 하지 않으려 자식들 교육에 아등바등인 하청업체의 사장과, 더 이상 생산직을 직장으로 삼고 싶어하지 않는 청년세대,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잠깐이라도 ‘돈벌이’를 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한유주의 「커뮤니티」는 늘 그렇듯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여름 한낮, 어느 동네의 풍경이 마치 스냅사진을 이어놓은 듯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불편하고 불온한 우편물을 신고하러 경찰서로 가는 여자와, 여자가 지구대에 들러 드러그스토어에 다녀오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작가는 전혀 개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심한 듯,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묘사한 그 풍경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그 안에는 결국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며 또한 모두가 주인공인 우리들 각자의 이야기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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