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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에서 지구가 어디인지를 말해야죠. 그러니까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 은하계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이라고요. 이렇게 말해야 정확하고, 또 예의 바른 대답이 아닐까요?”
“그런데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라는 이름은 2010년대에 지구 천문학자들이 하와이 말로 붙인 이름인데, 그런 이름을 과연 외계인들이 알겠습니까?” --- pp.13~14 이 현상에 ‘우주 정신’이나 ‘모든 것의 마음’ 또는 ‘최고의 생각’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만한 자격도 있다. 일단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니까. 그렇지만 이 현상을 전 우주에서 거의 처음으로 발견한 솜브레로 은하계의 92,385,213,583번 별 제4행성의 외계인 학자는 이 현상의 이름을 ‘우주 골치’라고 지었다. “왜 우주 골치라는 이름을 붙이셨지요?” “상당히 골치 아픈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p.21 석구인들은 삶에 기적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마음속으로 간절히 우주 골치에게 말을 걸면 우주 골치가 언젠가는 그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우주 골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석구인들 한 명 한 명이 “제발 우리 손자가 결혼할 때까지만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든가, “다음 자격증 시험은 꼭 합격하게 해주십시오”라고 간절하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면, 우주 골치는 다 들을 수 있었다. 석구인들은 우주 골치가 그 말을 듣고 들어줄 만하다면, 우주 골치답게 우주 전체의 힘과 맞먹는 놀라운 재주로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 p.31 “우주 골치가 우리 마음을 언제나 지배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우주 골치가 사장인 회사에서 우리 마음이 항상 회사의 일부가 되어 일하는 형태로 세상이 굴러가서는 안 된다고.” --- p.43 이것이 석구인들 사이에 ‘최후의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은 석구와 우주 골치 사이의 대전쟁이다.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것이, 석구인들이 우주 구석구석을 공격하고 다니면 점점 쪼그라든 우주 골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석구인들을 겁주는 쇼를 보여주면서, “이제 나 그만 괴롭히고 좀 착하게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게 거의 전부이긴 했다. 그러면 석구인들은 언제나, “너를 괴롭히는 게 착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놈아!” 라고 응답하며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최후의 전쟁’이라는 이름은 따지고 보면 ‘전쟁’뿐만 아니라, 앞부분 ‘최후’도 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지금부터 따지자면 8억 2234만 5943년 전이라는 먼 옛날에 시작된 전쟁이기 때문이다. --- pp.45~46 드디어 외계인과 인류가 만나게 되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뭐지? --- p.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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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괴롭히는 게 착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놈아!”
기후위기부터 도시, 괴물, SF까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곽재식의 신작 소설 『우주 대전의 끝』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우주 대전의 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우주,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끝도 없이 많은 은하계들이 모인 덩어리”(15쪽)인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한 구역에서 어느 날 웜홀 연쇄 반응이라는 특이 현상이 일어났다. 웜홀 연쇄 반응은 우주 전체를 넘나들면서 마치 하나의 두뇌처럼 움직이는 ‘우주 골치’를 만들어냈다. 우주 골치는 덩치에 맞지 않게 다소 쫀쫀한 성격이었지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주 골치를 처음으로 발견한 외계인인 ‘석구인’들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 골치가 소원을 이뤄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주 골치는 능력을 소원의 경중에 상관없이 멋대로 이용했고, 사소한 말다툼 끝에 석구인들은 우주 골치와 8억 2234만 5943년 동안 계속되는 대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한편 대한민국에는 송진혁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송진혁은 지구에서부터 라니아케아 초은하단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겠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3일 만에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라니아케아 초은하단과 그 바깥쪽의 공간”(62쪽)을 꿈꾸고 있었다. 8억 년에 걸친 우주 대전과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 송진혁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곽재식 작가는 그만의 엉뚱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광활한 우주 저편의 풍경을 작은 ‘지구인’ 앞까지 단숨에 데려온다. 언젠가 우리는 집 주소를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 은하계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14쪽)이라고 적게 될지도 모른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WEFIC)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