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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펄럭이는 한 마리의 시
드니 라방의 산책로|혁명은 한 마리의 감정|애도 일기|애도 일기|애도 일기|정선, 오슬로, 가수리|아랍말처럼|감정의 고독|아주 멀리 도시 속으로 말을 타고 달아나기|녹색 순환선|애도 일기|다락방|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서푼짜리 시|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혁명의 달 두루마리 결사|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한 마지막 인사|토리노의 말 그것은 애도의 대상 루르 마랭|갱신|파르동, 파르동 박정대|야만인의 사투리|카페 아바나|산타클라라 |노동절 산책|武川|南蠻|토성의 영향 아래|감정 노동|여기는 낡았고, 여기는 새로우며/여기는 더 이상 그곳이 아니다|다른 삶을 살고 싶어요|붉은 스웨터를 입은 기타|나전 장렬|시|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저것은 무한의 바람 ☆|정선|겨울 복대|눈빛 발문 강정|시인의 말 |
오랑캐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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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빛이 슬픔에 닿자 장마가 끝났다 이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애도의 방식, 장마가 끝나자 애도 일기가 시작되었다 한 마리 태풍이 꿈틀거리며 올라올 때 잔다리 위구르족 마을에서는 양 몸통에 커다란 막대기를 끼운 채 양 통구이를 만들고 여인네는 달군 화덕에 반죽을 붙여 낭을 굽고 허브 차와 호두로 저녁을 준비하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국수를 즐겨 먹는 위구르족은 소금만으로 간을 한 국수에 허브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담백하고 조촐한 저녁을 먹지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떨어진 후 밤 열시쯤 저녁을 먹는다네 한 마리 태풍이 꿈틀거리며 올라올 때 어떤 위구르 가족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카펫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별빛처럼 반짝이는 삶을 나누네 위구르족의 수염은 양의 수염 양의 생애가 끝나자 수염의 생애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고독이 출렁거리는 슬픔에 닿자 저녁이 되었다 고독의 라마단은 그때부터 시작되므로 태풍이 몰려오는 밤의 한가운데 앉아 누군가 종교처럼 술을 마시지 그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애도의 방식 한 마리 태풍이 꿈틀거리며 올라올 때 인류의 마지막 열차처럼 덜컹거리는 건물의 이 층 창가에 앉아 미친 듯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중얼거리지 태풍이 몰려오는 검은 밤에는 흑맥주를 마시자 지금은 한 마리 태풍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고독 곁을 지나가는 자정 저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애도의 한 방식 수염이 돋아난 천사가 인류의 마지막 이 층 창가에 앉아 여전히 중얼거린다 이것은 밤새 태풍에 펄럭이는 한 마리 시 그것은 애도의 대상 저것은 송강호의 염소수염 --- 본문 중에서 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아픈 왼쪽 허리를 낡은 의자에 기대며 네 노래를 듣는 좌파적 저녁 기억하는지 톰, 그때 우리는 눈 내리는 북구의 밤 항구 도시에서 술을 마셨지 검은 밤의 틈으로 눈발이 쏟아져 피아노 건반 같던 도시의 뒷골목에서 톰, 너는 바람 냄새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지 집시들이 다 그 술집으로 몰려 왔던가 네 목소리엔 집시의 피가 흘렀지, 오랜 세월 길 위를 떠돈 자의 바람 같은 목소리 북구의 밤은 깊고 추워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노래를 듣던 사람도 모두 부랑자 같았지만 아무렴 어때 우리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아 모든 걸 꿈꿀 수 있는 자발적 은둔자였지 생의 바깥이라면 그 어디든 떠돌았지 시간의 문틈 사이로 보이던 또 다른 생의 시간, 루이 아말렉은 심야의 축구 경기를 보며 소리를 질렀고 올리비에 뒤랑스는 술에 취해 하염없이 문밖을 쳐다보았지 삶이란 원래 그런 것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며 노래나 부르는 것 부랑과 유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삶과 생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모르지만 두고 온 시간만은 추억의 선반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겠지 죽음이 매 순간 삶을 관통하던 그 거리에서 늦게라도 친구들은 술집으로 모여들었지 양아치 탐정 파올로 그로쏘는 검은 코트 차림으로 왔고 콧수염의 제왕 장 드 파는 콧수염을 휘날리며 왔지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시였고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들의 내면도 시였지 기억하는지 톰, 밤새 가벼운 생들처럼 눈발 하염없이 휘날리던 그날 밤 가장 서럽게 노래 불렀던 것이 너였다는 것을 죽음이 관통하는 삶의 거리에서 그래도 우리는 죽은 자를 추모하며 죽도록 술을 마셨지 밤새 눈이 내리고 거리의 추위도 눈발에 묻혀갈 즈음 파올로의 작은 손전등 앞에 모인 우리가 밤새 찾으려 했던 것은 생의 어떤 실마리였을까 맥주 가게와 담배 가게를 다 지나면 아직 야근 중인 공장 불빛이 빛나고 다락방에서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빛 아래서 누군가 끙끙거리며 생의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지 누군가는 아프게 생을 밀고 가는데 우리는 하염없이 밤을 탕진해도 되는 걸까 생각을 하면 두려웠지 두려워서 추웠지 그래서 동이 틀 때까지 너의 노래를 따라 불렀지 기억하는지 톰, 그때 내리던 눈발 여전히 내 방 창문을 적시며 아직도 내리는데 공장의 불빛은 꺼지고 다락방의 등잔불도 이제는 서서히 꺼져 가는데 아무도 선언하지 않는 삶의 자유 끓어오르는 자정의 혁명, 고양이들만 울고 있지 그러니까 톰, 그때처럼 노래를 불러줘, 떼 지어 몰려오는 눈발 속에서도 앙칼지게 타오르는 불꽃의 노래를 그러니까 톰, 지금은 아픈 왼쪽 허리를 낡은 의자에 기대며 네 노래를 듣는 좌파적 저녁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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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실황 공연
박정대 시인이 펴낸 일곱 번째 시집 『체 게바라 만세』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제13회 미당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을 두고 “박정대는 자유롭고 분방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며 문장의 유희를 즐기는 시인이다. 특히 언어를 조율하는 힘이 장중하고 박력 있다”(허혜정)라고 평가를 받았다. 이번 시집 작품들에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집시의 자유롭고 비극적 감수성이 결정을 이룬 시편들로 알알이 박혀 있다. 일체의 제도와 속박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박정대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선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서글프고 치명적인 탈주선에 매혹”되게 만든다. 또한 시인의 존재론적 숙명과 고독 그리고 미적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낭만주의자의 혁명적 산책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며,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박정대의 시를 읽으면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첫 문장이 떠오르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 감상에 의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 감수성을 한국적 낭만주의 정신으로 잘 체화한 그의 작품들은 고독한 현대인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정신적 고향을 뒤로한 채 자신의 의미를 찾아 떠도는 어느 낭만주의자의 혁명적 산책은 이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 낡은 오솔길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이란 무릇 불멸의 슬픔을 안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자신의 삶을 걸어가며 뜨거운 가슴으로 혁명을 꿈꾸는 자를 말한다면 그는 바로 박정대 시인을 말하는 것이다. 박정대 시인의 낭만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줄곧 회자된 그의 센티멘털과 혁명적 분위기는 근대 도시의 파괴적 매혹성과 파편화된 개인성을 기반으로 탄생했으며, 그의 낭만적 기질은 부르주아 사회의 물질주의, 속물근성에 대한 거부감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의 희망이 멀어진 데 따른 환멸감으로 발현된다. “탐욕스러운 권력과 거기에 기생하는 아첨꾼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풍경을 마구 흔들었으면 좋겠다/(중략)/내가 아침마다 피우는 담배 연기가 언젠가 누군가의 깃발이 되어 이 세상에 온통 펄럭이리라는 걸 안다”(「☆」) 따라서 과학화, 합리화라는 이름의 냉정한 현실 세계 혹은 속물적인 욕망의 세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저항과 환멸, 분노의 감정을 꿈이라는 환상적 상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곳에서는 낯선 이국의 공간이나 가상의 인물, 영화의 장면, 음악 코드들이 장착된다. 이렇게 의식화된 이미지 코드들은 독특한 알레고리를 형성하며 시인의 환상과 낭만성으로 치환된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를 적는다 시는 한 척의 배 난파와 실종의 유전자를 탑재하고 있다 소리의 기상도를 따라 예민한 감각의 별들이 우주를 항해할 때 나의 고독은 별들의 음악을 연주한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무한을 횡단한다/(중략)/당신의 입술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요, 당신과 키스를 할 때마다 그 눈동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죠”(「눈빛」) 그의 비극적 감수성이 감상주의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 세계의 환멸과 좌절감은 무력한 염세주의를 딛고 일어나 시인의 자유롭고 유연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낭만적 환상성을 획득한다. 그곳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호명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으며, 혁명을 꿈꾸는 노래가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불멸의 좌파 같은 시”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시인의 말 시는 혁명이다 마찬가지로, 혁명은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시 이 시집은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의 실황 공연이다 혁명적 인간이 시를 쓰고 공연을 한다 2014년 1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