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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과잼과 담배
2장 마마 지구 3장 깡충깡충, 반짝반짝 4장 왜 거기 있어? 5장 토끼를 잡으러 6장 보호 종료 7장 바다 혹은 에필로그 첫 번째 리뷰: 우리는 함께 있었고, 스스로 존재했으므로(한소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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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대로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싶다. 맑은 물을 더 보고 싶다. 맑은 물속의 다양한 생물을 보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생물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째서 가지 말라고 했는지, 왜 우리는 녹조가 짙은 물 쪽에서만 사는지 모른다. 그러니 더더욱 앞으로 나아가 봐야 한다. 시설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열여덟이 되었다는 게 진짜 문제다.
--- p.13 언니가 있는 곳은 지하다. 언니가 선택한 것은 지하 탐험대다. 지하, 거기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던데, 진짜일까? 여기서는 커피콩을 어쩌다 한 번 볼까 말까다. 그래도 가끔 누가 인스턴트커피를 구해 온다. 나는 커피콩은 무슨! 인스턴트커피 한 캔조차 발견한 적이 없다. 유난히 그런 걸 잘 찾는 애들이 있나 보다. 내가 뜨거운 걸 잘 먹는 것처럼. 아, 이건 비교가 잘못됐나? 내가 잘하는 게 뭐가 있을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보호 종료까지 이제 겨우 반년 정도 남았다. --- p.24 그곳에선 살아남지 못할지 모른다. 살아갈 수 없을지도,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태인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우리 더 깊이, 더 멀리 가 보자고. 우리도 거기에 가 보자고 말하면 태인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 p.48 나는 공동체에서 태어났는지, 그때 어디서 주워 와 살게 됐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여기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마 지구에 갔다 온 뒤로 우리는 전부 어딘가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녹조 지역 너머 시설 아이들이고, 탈그룹 아이들은 마마 지구에 있던 애들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마마 지구로 온 애들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에나 ‘다른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 p.79 어째서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지? 동시에 자유에 관해 말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이 또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자유에 관해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고, 얼마나 자유롭지 않은지에 관해서. 한참 뒤에나 올 겨울을 대비하는 방법은 알려 주면서, 왜 여름의 빛나는 물속은 보여 주지 않는 걸까. 거기에도 우리 쪽 배수관이 있는 걸 분명 봤다. 나 혼자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꿈도 아니고, 환각도 아니고, 환상도 거짓도 아니었다. 그래서 자꾸 화가 난다. 진짜라는 걸 아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 p.112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을까. 없다. 그런 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가서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마마 지구의 탈그룹 아이들이 필요했다. 겪어 보지 않은 것들을 겪어 보니 어땠는지, 또는 겪어 보지 않고 도망친 걸 후회하진 않는지. 나는 어느 쪽도 싫어서가 아니다. 어느 쪽도 싫지 않을 것 같아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 p.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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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감 있는 서사로 담아낸 미래 세계의 또 다른 좌표
먼 미래의 지구, 출생이나 가족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이 일찍이 삶의 의무부터 부여받은 아이들이 있다. 지구 속 구멍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한다는 ‘지구 공동설’을 믿는 공동체에서 자라나는 이들은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찾아내야 한다. 공동체는 아이들의 실력에 따라 소속을 부여한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1~4그룹,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은 5~7그룹, 머리 좋은 영리한 아이들이 모인 8그룹, 수중 생활 능력이 남다른 아이들은 9~10그룹. 열여덟 살 버니는 그중 9그룹 소속이다. 버니는 녹조로 가득한 오염된 바다 구역에 머무르며 많은 시간 노동을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자 힘겨움을 버텨 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니와 공동체 친구들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깃발 너머의 바다로 나가게 된다. 제한 구역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동체의 금기를 깨 버린 것이다. 반짝이는 깨끗한 물, 헬멧을 벗고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마주한 버니와 친구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이렇게 가까이 ‘다른 물’이 있는데 왜 우리는 늘 오염된 물속에만 있었지? 왜 여기까지 올 생각을 못 했지? 열아홉이 되면 공동체의 보호 기간이 종료되므로 바다 탐험대가 되거나, 혹은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두어 개의 선택지(지하 탐험대, 동굴 탐험대)가 미래의 전부라고 여겼던 버니와 친구들은 바깥세상에는 ‘다른 곳’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곳에서 만난 탈그룹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믿어 왔던 진실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 이들은 어떠한 물길을 헤엄쳐 내일로 향하게 될까?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어떤 확신이 마음에 뿌리내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 그래서 지구 내부로 통하는 길을 찾기 위해 성인이 되면 바다 · 지하 · 동굴로 떠나는 공동체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겪는 ‘성장’과 ‘우정’의 이야기를 쓰게 된 거야.” _작가의 말에서 버니와 9그룹 친구들이 유영하는 세 가지 인생 키워드: 오염된 바다, 보호 종료, 다른 삶의 가능성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는 제2회 넥서스경장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SF 어워드 후보에 오른 한요나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바다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오래 골몰해 온 주제를 바탕으로, 작가는 오염되고 망가져 버린 세상에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삶의 정직한 책임을 다하려는 10대의 모습을 입체감 있게 그려 낸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에서 풍요와 희망은 ‘가진 자’들의 몫일 뿐이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만한 터전을 찾아내는 의무 또한 ‘보호자 없는’ 아이들에게 전가된 미래 세계. 열다섯 살 때부터 노동 시스템에 학습된 버니와 공동체 친구들은 다가오는 앞날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이 일상을 압도할지라도 결코 웅크리지 않는다. 누가 나를 낳았고, 어떻게 내 이름이 생겨난 건지 알지 못하지만 이들에게는 함께 존재하는 ‘서로’가 있다. 언니들이 있어서 무사히 살아남았고, 뒤에 올 동생들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버니와 친구들의 이러한 모습은 작품을 읽는 내내 듬직한 믿음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타인을 함부로 혐오하지 않는다. 서로 돕고, 이해하고, 상대의 말에 경청한다. 미래에 대한 각자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충분히 지지한다. 들끓는 온도의 오염된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만 버니와 9그룹 친구들의 성장과 우정의 시간은 그 자체로 푸르게 빛나서, 읽는 내내 맑고 포근하다. 도움받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면서 내일로 나아가는 아이들. 이는 세상 속 ‘빛이 덜 드리우는’ 곳곳을 응시하면서, 거기 머무는 존재들에게 신중히 말을 건네고, 빤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심을 전하려는 작가의 다정한 태도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함께 있고“ ”스스로 존재하며“ ”언제나 다음이 있다“는 사실.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가 다시금 소중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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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버니는 모든 열아홉 살들과 같은 시간을 통과한다. “잘못한 것도 없이 벌을 서는 기분이고, 해결하지 못할 문제 앞에 서 있는 기분”이지만, 정작 “어디에 대고 따져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심정을, 나를 비롯해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가 아닌 또 다른 곳에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 버니의 상황은 그 시절의 나를 비롯해 여전히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략) 버니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모든 버니들 역시 마침내는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지 모른다.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다음이 있다는 사실”이니까, 언제든 다시 도전하고 재탐색하는 용기를 꼭 가졌으면 좋겠다. - 한소범 (기자, 『청춘유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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