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1. 사하촌 2. 옥심이 3. 항진기(抗進記) 4. 기로 5. 추산당(秋山堂)과 곁사람들 6. 모래톱 이야기 7. 제3병동 8. 축생도(畜生道) 9. 수라도(修羅道) 10. 뒷기미 나루 11. 지옥변(地獄變) 12. 인간단지 13. 산거족(山居族) 14. 사밧재 15. 산서동 뒷이야기 16. 회나뭇골 사람들 17. 증보 오끼나와에서 온 편지 허덕이며 보낸 인생 소설집 「인간단지」 자서(自序) 연보 |
Kim, Jeong-Han,金廷漢, 요산
김정한의 다른 상품
|
아들의 불통스러운 어조에는 거칠대로 거칠어진 농민의 성미가 뚜렷이 엿보였다. 가물은 그들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하였던 것이다. 치삼 노인은 중놈이란 바람에 가슴이 선뜩하였다.---그것은 자기들이 부치고 있는 절논 중에서 제일 물길 좋은 두 마지기가, 자기가 젊었을 때 자손 대대로 복 많이 받고 또 극락 가리라는 주으이 꾐에 속아서, 그만 불전에, 아니 보광사(普光寺)에 시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자기 논을 괜히 중에게 주어 놓고 꿍꿍 소작을 하게 되고 보니 싱겁기도 짝이 없거니와 딱한 살림에 아들 보기에 여간 미안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 p.67 |
|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담임했던 제자다. 당시 나는 K라는 소위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첫 시간의 일이었다. 지각생이 많았다. 지각생이 많으면 교사는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유독 닦이는 놈은 으레 그런 일이 잦은 놈들이다.'넌 또 지각이로군?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건우의 치레였다. 다른 애와 달리 그는 옷이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아래 윗도리 옷깃에서 물이 사뭇 교실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나릿배 통학생임더.'낮고 가는 목소리가 그의 가냘픈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듯 했다. 그리고 이내 울상이 된 얼굴을 아래로 떨구었다. 차라리 무엇인가를 하소연하는 듯이 느껴졌다.'나릿배 통학생?'이쪽으로선 처음 듣는 술어였다. '맹지면에서 나릿배로 댕기는 아입니더.'지각생 아닌 다른 애가 대신 대답했다. 맹지면(鳴旨面)이라면 김해땅이다. 낙동강 하류, 강을 건너야만 부산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다. --- p.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