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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날과 사랑
2. 당신 3. 한 여자 이야기 4. 양수리 가는 길 5. 쌍가락지 6. 관리인 차씨 7. 작은 공장 8. 상실의 계절 해설/임규찬 후기 |
金仁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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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날 감동시키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나는 표정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눈앞에는 헤어질 이유도 미워할 이유도 없는 한 사내가 있었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 사랑이란 뚜렷한 실체가 아니다. 이것은 그렇게 믿기로 작정하는 것으로부터 생겨나는 추상일 뿐이다. 나이 서른 넷에 불현듯 온 가슴이 저린 사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우리가 결혼했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피룡하기 때문에 같이 산다는 믿음이었다.
남편은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슬쩍 나를 돌아보고 그리곤 윙크까지 찡긋 해온다. 나를 평소의 나로 되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은 차라리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나는 그의 그 애처로운 노력을 바라보면서, 이것을 그냥 사랑이라고 믿어버릴까 잠시 유혹을 느낀다. 바로 이러한 일들 때문에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믿어버릴까 싶기도 하다. (p.60-61)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