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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김혜순
문학과지성사 20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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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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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기어다니는 나비 / 홍수 / 전염병자들아 / 프레베르의 아침 식사에 대한 나의 저녁 식사 / 사연 / 일몰 / 공룡 / 비명 / 대결 / 떠오른는 섬 / 참숯 / 순장 / 연기의 알리바이 / 적 1 / 적 2 / 나의 방주 / 묵시록의 사기사 / 진흙과 같은 날 빚으사 / 흙만 보는 사람 / 함박눈 / 되돌아오는 말 / 상습적 자살 / 수화합창 / 복수 / 날씨 / 화 / 너 / 희망 / 임철우의 투망 / 지구를 베고 잠들어보면/어른의 꿈 /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 현재 / 무덤에 간 아버님 / 깔깔 웃는 저 여학생을 바라보며 / 꽃만 말고 / 상상 / 사랑에 관하여 2 / 통화 / 딜레마 / ELO의 노래 Ticket to the Moon / 신문 / 잃어버린 것들 / 아파트 13층의 봄 / 우리 배추와 무들은 / 내 두 발의 운전 / 기쁨 / 막차 / 해산 / 딸을 낳던 날의 기억 / 존 케이지의 강습소 / 껍질의 노래 / 엄마 / 판토마임 강사 / 버림받은 여자 / 꿈속에서도 줄어들며 / 어느 날의 꿈 / 나의 시의 발전사 /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 일월 십사일에서 이월 이십일까지

-해설 : 조화의 이상과 방법적 시

저자 소개 1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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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222g | 125*205*20mm
ISBN13
9788932002446

책 속으로

호통을 치는 소리
따귀를 때리는 소리
울음 소리
내 목을 네가 자르는 소리

……물 소 리……

시간이 흘러드는 소리, 추억이 풀리는 소리.
추억을 버리는 소리, 시간의 두레박이 힘없이 풀리는 소리, 시간의 목을 내리누르는 네 고함 소리.
시간에 바퀴를 다시 거는 소리.

……



……

세상의 소리란 소리는
모두 합쳐져 한소리를 내지.
포도주 항아리에 술 찰랑이는 소리 같은,
즐겁고 신나는 노래 같은
물소리를 내지.
지구에 귀 대고 잠들어보면.

--- pp.75-76

아버지가 허수아비를 만드신다
어머니 저고리에 할아버지 잠방이를
꿰어서 허수아비를 만드신다
아버지가 가을 한낮에 허수아빌 만드신다
낡아빠진 군모에 구멍 뚫린 워카를
꿰어서 녹슨 메달을 매다신다
하버지가 허수아빌 세우신다,
넓고넓은 가을 들판에
아버지가 허수아빌 세우시고
넝마들에게 준엄하게 이르신다
활산벌에 계백 장군 임하시듯
늠름하게 쫓아뿌라, 잉

황산벌에 계백 장군 펄럭인다
장검 대신 깡통 차고 늠름하게 펄럭인다
단칼에 베어버린 처자식은
논두렁 자갈 되어 굴러 있고
단칼에 흩어버린 신라 경계는
세월이 지워버렸는데
계백 장군 홀로 남아 나이롱 저고리 입고
혼자서 흔들린다
그 뒤편에 전쟁보다 더 무서운
입다무고 귀 막은 적막강산이
호올로 큰 눈 뜨고 있다

--- p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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