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조원희의 다른 상품
편집자 노트
몇 년 전, 이 스케치 더미를 처음 보았을 때 내 눈에는 버려지고 도망치는 개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입양하고 유기하고 잡아가고 그 모든 걸 방관하는 검은 실루엣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주지하다시피 개나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자가 없지만 이미지 하나하나가 마치 글자 같고 문장 같았다. 이미지 내러티브를 수정할 때 한 장면을 빼면 앞뒤로 십 여 장면씩 구도를 바꿔야 했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프레임을 쳤다 뺐다 고심하는 사이 무려 2년 8개월이 흘렀다. 문득, 궁금하다. 작가님과 내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현실은 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에 모든 색은 상징이다. 도시 불빛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노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들개에게는 “위협”이다. 목줄에 파랑은 인간에 의한 “속박”이다. 표지를 디자인할 때는 들개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파랑 표지 밖으로 뛰쳐나가도록 배치했다. 이 책 마지막에서 들개는 또 다른 무리를 향해 간다. 산등성이 너머에는 과연 천국이 있을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주인, 반려견, 애견 같은 단어는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끝으로 아르튀르 랭보의 시 [감각]을 읊조려 본다. 푸르른 여름 저녁에 들길을 걸으리. 밀밭 향기에 취해 풀을 밟으며 꿈꾸듯 발자국마다 신선함을 느끼리.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린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솟아나는 사랑을 가슴 가득 안고 방랑자처럼 가리라, 멀리 저 멀리. 연인과 함께 가듯 자연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