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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내가 사는 근방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다른 뉴스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뉴스 따위는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자전고 도로를 달리거나 걷고 있었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성별이나 나이는 상관없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나는 그 흔한 풍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가동 중지된 공장처럼 벤치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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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김예규는 대단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스물일곱의 청년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기 시작한 스무 살, 서울 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예규는 동아리 동기인 수호와 우연히 영화 <에이스 벤츄라2>를 함께 보게 되었고, 그 후 수호의 제안으로 둘은 연인이 된다. 예규가 동성인 수호와 연인이 된 것은 그에게 애초부터 동성애적인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예규에겐 수호가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에 “반응”하는 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유하고 세련된 도시인인 수호는 결국 영국으로 유학을 가버렸고 예규는 쓸쓸하게 대학 생활을 마감한다.
어머니의 소망에 따라 서울 소재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삼류 대학을 졸업한 예규는 청년 실업의 기나긴 대열에 서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현실적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신문배달과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은둔자처럼 살던 그는 결국은 학과 선배의 말을 듣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즈음 예규는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반 친구인 혜원이를 인터넷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혜원이는 예규의 현실부적응성과 무능력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고, 심지어 그의 첫 애인이 동성이었음을 알고는 떠나버린다. 또 다시 혼자가 된 예규는 극도의 고독감 속에서 은둔자처럼 생활한다. 대학원생이라는 직함은 그가 사회인이 되는 것을 유보해 주는 방패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4학기인 그에겐 학교도 곧 떠나야만 하는 공간이 된다. 동아리 동기인 영길이는 예규의 유일한 친구이자 은둔생활의 동지다. 영길이와 예규에겐 각각 사촌 형의 자살과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했다는 공통항이 있고, 그것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영길이는 동아리 방에서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후로 줄곧 “열렬히” 만화가를 꿈꾸었다. 학사경고와 제적을 거듭하고 재입학하면서도 계속해서 만화가를 꿈꾼다. 그리고 일본 만화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늘 “한국 만화”를 주장하다가 매번 신문사며 잡지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리고 이제 곧 영길이는 미루어왔던 군대에 가야만 하고 그러면 예규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암울하고 불투명한 미래와 대책 없는 현실 속에서 예규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 즈음 대학 동기인 승태가 불쑥 나타난다. 동아리 동기들 중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승태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말로 영길이의 관심을 얻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영길이는 승태가 결국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래서 모두들 승태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7년 뒤에 갑자기 승태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예규는 자신이 조정자인 소설가에 의해 쓰이고 있는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조정자가 자신의 생을 좌지우지하다가 결국은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소설 속에는 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현실에 대단히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 능력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규의 룸메이트인 ‘피테쿠스’는 대학생이자 입시학원 강사로, 장차 사교육계에 헌신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인간에 대해서는 대단히 인색하며 사람과 마음을 나누느니 차라리 개를 더 사랑하겠다는 현실주의자다. 또 삼류 대학이지만 교수라는 미래가 보장된 정우 형. 불평불만이 많은 기회주의자 귀뚜라미. 불평불만조차 토로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처세하는 모기. 취직하려고 100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전부 떨어지고 결국은 교육 대학원에 진학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현민이. 이들을 보면서 예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회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