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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밋빛 인생
2. 결혼기념일 작가의 말 |
鄭美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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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yunseon@yes24.com)
제2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 「장밋빛 인생」이 단편 「결혼기념일」과 함께 묶여 소설집 『장밋빛 인생』으로 출간되었다. 최근 영화로 제작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던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었다.
소설 「장밋빛 인생」은 30초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광고의 세계를 배경으로, 조작된 이미지의 허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광고 기획자로 광고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릴 정도로 인정 받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나'와 불륜의 사랑을 나누다가 돌연 자살해버린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 애정 없는 결혼의 껍데기를 함께 두르고 있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아내 정애, `내'가 가졌던 젊은 날의 야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야심찬 후배 이강호 등 「장밋빛 인생」에는 광고 세계를 둘러싼 화려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중에게 `뻘 같은 일상'을 잊게 해주는 현란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화려함 뒤에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장애를 가진 `정서적인 금치산자'들이며 외로움과 고독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소설 「장밋빛 인생」은 바로 이런 이들의 이야기다. 1987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은 되었지만 작년에야 비로소 소설가로 등단한 중고 신인인 소설가 정미경은 `습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건조한 일상을 「장밋빛 인생」에서 그려냈다. 현대 종합 예술의 정점이라는 광고의 세계를 배경으로 그 `건조함'은 더욱 극대화된다. “불특정 다수를 설득하는 덴 귀신 같은 감각을 가졌지만 당신은 손 닿는 곳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선 구제불능”이라는 아내 정애의 말은 `나'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싸우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때로는 싸우고 화해할 줄 아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싸울 줄도 모르고 그래서 화해할 줄도 모르는 것이 더욱 위험한 일이 아닐까. 어느 날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 전해준 그녀의 자살 소식은 30초 광고만이 전부였던 '나'를 뒤흔든다. `나'의 신화를 계승하고자 하며 야심차게 삶을 꾸려나가던 신참 이강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결국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제발 부탁이야. 누군가 날 좀 꺼내줘. 이토록 현란한 동영상 속에서 날 꺼내줘. 오프 버튼을 눌러 달라구. 이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이제 그만 나가고 싶어. 그러고 싶어. 불을 켜줘.” 그러나 인생은 30초면 끝이 나는 광고가 아니다. 2시간이면 불이 켜지고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다. “인생은 30초를 지나서도 꿈틀거리고 끈적거리고 소금 냄새를 풍기며 자꾸만 감겨오는 지독한 것”이라는 작가의 중얼거림은 그래서 더더욱 슬퍼진다. 거리를 나서면 온통 광고다. 고층 건물의 옥상에도, 달리는 버스에도, 지하철 안에도 광고는 넘쳐나고 있다. 이 상품을 골라 달라고만 외치지도 않는다. 때로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부자 되세요,라고까지 외치기도 한다. 이렇듯 온통 조작된 이미지에 점령된 세계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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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삶이란 정색을 하고 저울질하기엔 너무 무거운 어떤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무거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여행을 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소비한다. 그리고 절대로 상처받지 않을 거짓 사랑에 짐짓 빠져보기도 한다.
--- p.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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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해서, 둘이서 죽도록 사랑한다 해서, 다시는 나누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의 몸속으로 파고들며 뜨겁게 엉긴다 해서 그 사랑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두려움과 고뇌의 무게까지 같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내게 결혼하라고 말하던 민의 쓸쓸함에는 무심했다. 나를 밀어내던 민 앞에서 느꼈던 내 외로움만 컸지, 민의 아픔은 몰랐다.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민이 마음속에 얹고 살았던 돌의 무게를 나는 몰랐다. 민이 우울해 있으면 그저 나도 우울해했고 민이 밝아지면 같이 밝아졌다. 흐린 후의 맑음, 그건 어쨌건 고마운 일이었다. 때론 민은 맑은 후 차차 흐릴 때도 있었다. ---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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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30초면 끝날 CF의 한 장면일 뿐이야. 암청색 조명이 꺼지고 나면 너는 일어나 흙 묻은 청바지를 털고 크리에이티브와 이미지에 대해 떠들어야지. 50프로의 확률을 얘기하는 의사새끼에게 아직 어여쁘게 젊은 니 심장을 보여줘야지. 삶의개같은 우연성을 이런 식으로 증명말 필요는 없잖아. 제발 부탁이야.누군가 날 좀 꺼내줘. 이토록 현란한 동영상 속에서 날 꺼내줘. 오프버튼을 눌러달라구. 이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그만 나가고 싶어.
--- p.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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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광고, 헬스, 요리, 메이크업 등 가시적 · 감각적 외관의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삶의 양식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신인답지 않게 소설의 육화(肉化)에 적절히 성공함으로써, 존재의 표면에서 부유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체를 고독하게 찾고 있는 사람들의 비극을 다룬다.
작가는 인물의 형상화에 강점을 보이는데, 이미지 속에 사는 인물, 즉 '15초의 인생'을 사는 광고인의 직업 세계를 적절히 형상화하고 있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의 회상으로 시작되며, 화자가 관찰한 세계의 이미지가 단상처럼 흐른다. 비단 광고장이인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또 다른 인물 '이강호'도, '나'의 옛 연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도, TV 프로 <사랑이 꽃피는 요리>의 진행자인 '나'의 아내 정애도, 헬스클럽에서 만난 여인 재즈스쿨 강사도, 모두 이미지 속의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조작된 환상'을 보여주는 인물이거나, 혹은 그 '조작된 환상' 속에 살 수밖에 없는 단자화된 현대인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입는 건 청바지가 아니라 리바이스의 자유로움이며, 들이마시는 건 담배가 아니라 말보로의 마초 이미지다"이다. 이 '조작된 환상'이란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 광고 문화, 이미지 문화, 메이크업, 요리 등의 소재는 실재 아닌 실재를 구현한다. 이들은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이며 바로 시뮬라크르이다. 시뮬라크르, 이미지, 환상에 의해 구성된 세계가 상상 세계이다. 그런데, 이미지가 모방할 혹은 재현할 실체가 없고 이미지가 실체인 세계에서는 상상 세계는 존재를 상실한다. 작가는 가상실재 속의 삶을 표현하는 데 넉넉한 직업의 세계를 다루어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절히 성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