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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Murakami,むらかみ りゅう,村上 龍,무라카미 류노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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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알몸이 되라고 당신이 명령한다면, 나는 당장 옷을 벗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이니까요. 여기서 알몸이 되면 당연히 경비가 와서 혹은 경찰이 와서, 나를 경범죄로 체포할지도 모릅니다. 더 옛날이었다면 톱으로 목을 베었겠지요. 그런 풍속화를 본 적이 있어요. 나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톱으로 목을 절단당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저 오너는 패기가 없는 남자였어요. 인간의 랭크로 말하자면 중견中堅이지 않았을까요. 나는 더 위의 랭크인 사람에게 사육 당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흑인과 혼혈인 일본인으로 일본도日本刀를 모으는 게 취미인 무역회사 사장이었어요. 나를 언젠가는 일본도로 자르고 싶다고 늘 말했었죠. 내가 그 남자에게서 도망친 것은 일본도에 잘려 나가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에요. 좀더 위의 랭크라고 해 봤자, 결국 그 남자도 중급 정도의 인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 pp. 127-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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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부유한 금융맨인 ‘나’는, 마음이 병든 여인들을 ‘오버홀overhaul’하는 데에 열중하는 인물이다. ‘나’에게 오버홀을 의뢰하는 여인들은 대부분 제 발로 걸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서 맡겨진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고, 결핍의 고통에 시달린다.
‘나’가 그녀들을 오버홀하는, 즉 재생하고 치유하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함께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섹스에 탐닉하고…… 그것이 전부다. 거울을 두려워하는 ‘마키’, 지독한 히스테리 증세를 앓고 있는 ‘사야카’, 마조히즘에 몸과 정신을 내던진 ‘레이카’ 등의 세 여인이 번갈아 ‘나’를 거쳐 가고, 그리고 또 한 여인 ‘미유키’가 ‘나’에게 맡겨진다. 끝을 헤아리기 힘든 내면세계에 깊숙이 침잠해 있는 미유키. 어느 날 그녀는 “내일부터 여기(‘나’의 맨션)에 살겠습니다”라는 메모 한 장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나’는 미유키를 찾아 광활한 정원을 헤맨다. 그리고 미유키가 남긴 애잔한 추억, 그녀가 버릇처럼 되뇌곤 하던 말을 끊임없이 반추한다. “내가 죽으면 누가 내 장례식에서 울어 줄까.” 끝없이 헤매 다닌 끝에 ‘나’가 대면하는 것은 미유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다. 타인을 오버홀하는 데에 열중해 온 ‘나’조차 그녀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처럼 결핍의 고통을 안고 사는 연약한 인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작품의 말미에서 ‘나’는 깨닫는다. ‘타인을 구원한다’는 것이 그저 허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