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 행렬
ㄷ씨 행장기 제1과 제1장 또 하나의 위선 |
|
제1장
"반동 쎅트 시인 이혁 A급 C." 하고 외치다시피 하는 소리에 이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의외였다. 그는 일단 자기의 귀를 의심해 보았었다. "내가 쎅트? 반동A급?" 그는 자기 고막에 남은 심사원의 탁한 말소리의 여음을 주워모아 다시 한번 음미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막에 남은 여음은 분명히 A였다. B나 C라면 좀더 강한 여음이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유하고 부드러운 진동밖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 에이. 정녕 쎅트 A라 했다. 반동이라 했고 또 A라 했다! 끝은 분명 C였다. "잘못이겠지! 무슨 착오겠지!" --- “사의 행렬” 중에서 어서 겨울이 왔으면 하는 것이 소녀의 기원이었다. 하루에 밤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왔으면 했다. 그래서 어서 이 달이 가고 새달이 오고, 그 새달이 또 가고 했으면 싶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바람이 앵앵 불어대고 물이 꽝꽝 얼어붙고 했으면 오죽 좋으랴 했다. 그렇다고 소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썰매를 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얼음을 지치고 싶어서도 아니다. 맞은편 과장 집 딸처럼 하이얀 털외투가 생겨서 그것을 입어지자고 겨울을 그렇게 골똘하게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첫째, 소녀는 겨울이 온대도 얼음을 지칠 팔자가 못 된다. 외투는 커녕 내복도 없는 신세였다. 옷이야 지금 몸에 걸친 구제품 원피스 하나뿐이다. 또 한 벌 있기는 하여도 어깨받이가 다 나간 역시 구제품 조각이다. 지금 입은 옷을 빨아 입재도 벗고 입을 것이 없어서 짜린내가 나는 것을 그대로 입고 있는 처지다. 날이 으르르해지면 불탄 강아지처럼 달달 떨어야만 할 소녀였다. 내어버린 더운 물도 그대로 쩍쩍 얼어붙는 추위에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 군불을 때야 하고 얼어붙는 걸레로 집안을 치워야 하는 소녀였다. 소녀는 귀한 집 딸이 아니다. 아니, 귀하고 천하고는 둘째다. 소녀는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저씨요 아주머니네 집이다. 그것도 어떻게 되는 아저씨가 아니다. 구두닦이 아이들이 아무나 보고 부르는 그런 아저씨에 지나지 않는 아저씨였고 아주머니였다. 소녀는 남의 집 더부살이였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네 집에는 아들딸 해서 다섯이나 있지만 이 다섯 아이들보다도 제일 일찍 일어나야 했고 가장 늦게 자야만 하는 처지다. 아니, 아저씨와 아주머니보다도 먼저 일어나야 했고, 또 늦게 자는 수가 많다. 아저씨는 몹시 술을 좋아한다. 아저씨는 통행시간도 없다. 아저씨한테는 늦게 다니어도 좋다는 무슨 증명서가 있었다. 석 장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 “또 하나의 위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