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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a MariaLuce Possen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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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志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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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의 방향을 바꾼 하나의 사건, 그리고 특별한 목격자
1911년 3월 25일, 블라우스를 만드는 트라이앵글 회사가 위치한 뉴욕 애시 빌딩 9층, 10층에서 불이 났다. 단 18분 만에 14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 독일, 동유럽에서 온 젊은 여성 이민자들은 129명이었다. 불타거나 질식해서 목숨을 잃고 혹은 탈출하려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가 혜성처럼 공중에 긴 자취를 남기고 땅으로 추락해 숨졌다. 화재가 나자 공장 사장은 탈출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고용주들은 평소에 직원들이 봉제 작업 도중 복도로 나와 쉬는 일이 없도록 밖에서 문을 잠가놓았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화재 비상구는 일부러 망가뜨려놓았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참혹하고도 비참한 화재 사건이 여론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로 인해, 세계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오래전에 시작된 그 변화의 흐름이 가리키는 곳 세레나의 친구이자 작가인 에스터 리초는 수년 전 『하얀 블라우스, 3월 8일 그 이면에 놓인 이야기』라는 책을 펴내며 잊혔던 1911년의 사건을 섬세하게 복원했다. 세레나는 이 책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낡은 블라우스에게 자신의 사연을 들려달라고 부탁한다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린다. 세월이 오래 지나는 동안 ‘하얀 블라우스’에 얽힌 이야기는 오해되고 왜곡되어 무엇이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인지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책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에 등장하는 인물, 사건은 모두 실화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소니아는 이 책의 그림을 제안 받고 역사적 사실이 주는 엄청난 무게감에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느꼈다. 소니아는 기꺼이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감동적인 그림들을 하나하나 완성한다. 모든 여성을 위한 두 명의 여성 결코 꺼지지 않을 혜성의 빛 다소 가슴 아픈 고통이 느껴짐에도, 블라우스는 지은이의 제안을 즉시 받아들인다. 더는 잊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블라우스는 자신이 보았던 것들, 동료들, 일했던 소녀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두 명의 로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름이 같았던 언니 로즈와 동생 로즈. 이 둘은 타국에서 서로에게 ‘자매’가 되어주었다. 화재가 난 후 공장 사장들은 재판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사장 편에서 유리한 증언을 해주어서, 사장들은 그저 풀려났다. 두 명의 로즈들은 거짓 증언을 하지 않았다. 로즈들은 또한 그때까지 남자들만 있던 노동조합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가입해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던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로즈들은 끈질기게 지구 위를 같이 돌며 버티었던 빛나는 혜성들을 기억하였다. 그러자 세계는 각도를 조금 틀었다. 그러자 나아가는 방향이 바뀌었고, 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지금도 바뀌어가고 있다. 참혹한 역사 속에서 환히 빛나던 혜성의 빛을, 이 책은 눈부시게 전하고 있다. ★ 2025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 국제앰네스티 이탈리아 지부 후원 도서 ★ 2024 이탈리아 Premio Il paese delle donne 시각예술 부문 선정 도서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 심사평】 “뉴욕 최악의 산업재해라는 역사적 사건을 지극히 시적이고 감동적으로 다룬 작품. 블라우스가 화자가 되어 이주민 문제, 노동자의 권리, 여성 억압, 노동 착취와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로 독자들을 이끌고 들어가는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표지 이미지와 감동적인 제목이 어우러져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과 일러스트북의 중간 형식으로 그림을 통해 직접적인 증언과 기록 자료를 결합하고 있다. 표현력이 풍부한 흑백 이미지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하며, 작품 자체를 여주인공 로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로 만들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온 저자들의 메시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세계 여성의 날’이란 말을 익숙하게 들어왔지만, 그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3월 8일, 즉 세계 여성의 날을 상업적인 날로 만들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3월 8일은 여성이 싸우고 이뤄온 투쟁과 성과가 집약된 상징적인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상업화로 인해 그러한 상징적이고 혁명적인 의미가 점점 더 퇴색하다 끝내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마저 느껴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날의 이야기를 반드시 재구성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의 뿌리는 19세기에 있지만, 트라이앵글 공장 화재 참사는 이 도저한 역사의 흐름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토착민과 이주민,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모든 여성이 스스로 근본적인 권리를 찾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__세레나 발리스타(글쓴이)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을 그릴 때마다 저는 도전의식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기억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작업하는 모든 과정에 몰입하게 됩니다. 잊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다시 공부하다 보면,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실존했던 인물들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내 삶으로 만듭니다. 그들에 대한 감사함과 깊은 존경심을 되새기면서요.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 그림 작업은 제게 특별히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이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역경을 종이 한 장에 담아내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 따로 나왔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여성 이민자들에게는 더 힘겨운 투쟁이었겠죠. 다만, 이번 작품은 제게 꼭 필요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__소니아 마리아 루체 포센티니(그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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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면 누가 알겠습니까?”라는 문장이 가슴을 쿵 울린다. 재봉틀 앞에서 안간힘을 다해 몸을 추스르며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한 명의 로즈가 있다. 책장을 넘기면 또 다른 로즈가 말을 건다. 제발 고개를 돌리지 마세요. 어린이들의 죽음, 핍박받는 여성, 이주 노동, 산업 재해 그 무엇도 없는 것처럼 외면하는 세계에서 불타버린 재는 진실을 안다. 작가는 거짓 증언이 폭포처럼 심판관 앞에서 별들의 죽음을 지울 때 “그러지 않았던 로즈”를 그려낸다. 우리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장미처럼 피어나는 그림책을 통해 마침내 “강철 이빨”을 가지고 전진하는 로즈의 용기로 책 속의 여성들과 악수한다.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라는 로즈의 말을 갈비뼈 깊은 안쪽에 넣으며 오늘도 블라우스의 단추를 단단히 여민다. 이토록 결연한 연대의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을 만난 적이 있나. 한 권의 책을 품에 안 듯 그들을 꼭 안는다. 우리는 천 명의 로즈다. - 김지은 (아동문학가, 서울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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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장의 블라우스’가 넘실댄다. 이것은 천 개의 목소리이고 천 개의 삶이며 천 개의 세계이다. 그 이상일 것이다. 천 장의 블라우스를 이룬 무수한 실과 바느질과 숨소리 때문에 그것은 세계 자체이다. 그렇다고 무수한 삶의 목소리가 하나의 이름으로 규격화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넓고 연약한 천은 단단한 가위로 잘리고 다시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면서 상처들을 한데 묶는 블라우스의 제 꼴로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에 세상의 모든 몸짓이, 가장 구체적으로 모든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잘리고 찔린 몸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힘겹게 잠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아픈 몸들을 감싸는 블라우스로 다시 태어난다. 3월 8일이라는 특별한 날의 기원에 이어진 이야기는 그러므로 1년 내내 사람들이 지나가야 하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왜 그날이 지금 우리 시대의 모든 하루하루가 감춰둔 탄생일인지,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는 세계 노동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환기하는 이미지들로 알려준다. 이 책은 여성 노동과 삶의 고통과 세계사의 이면을 아득한 이미지로 다룬다. 이 이미지들은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의 시작을 알려준다. 동시에 그 싸움은 다시 예술적 감각으로 폭발하는 중이다. - 박수연 (문학평론가, 충남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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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있었으나, 이 행성은 한 장의 블라우스를 껴입고 있다.
어떤 아침은 목 아래 레이스처럼 주름지고 어떤 저녁은 소매 끝의 흐린 너비 같다. 모르고 있었으나, 모든 삶은 해진 솔기에서 보풀처럼 피는 것이다. 물론 나는 블라우스를 입어본 적 없지만 나를 감싼 옷들이 모두 불길 속을 지나왔음을 이제 안다. 수많은 당신들이 생명으로 선물한 미래를 내가 아무런 가책도 없이 단추처럼 채웠던 것이다. 모르고 있었으나, 블라우스는 이 행성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깃발이다. 그것은 어김없이 여성이자 이민자이며 고아와 난민과 장애인과 소수자의 손에 들려 있다. 모르고 있었으나, 이 행성은 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 미싱처럼 돌고 있다. - 신용목 (시인, 계명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