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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안의 월인천강지곡
김영화
bookin(북인) 20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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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저울의 눈금 - 13
계단참 - 14
탱자나무의 그날 - 16
판게아(Pangaea) - 17
아버지의 방 - 18
포말 - 20
변신 - 21
고야의 유령 - 22
홍은동의 겨울 - 24
헤어질 결심 - 25
거미의 빈집 - 26
단풍나무 빈혈 - 28
개미귀신 - 30
작은 작은할머니 - 32

2부


지심도 - 37
목욕탕 - 38
또 한 번의 몸짓 - 39
모래 속에는 내가 살고 있었다 - 40
다이알 비누 - 42
어둠이라는 환한 빛 - 44
반얀트리 - 45
동피랑 마을 - 46
미끼 - 48
어떤 이별이 지난 후 - 49
마카오 카지노 - 50
숨소리 - 51
거미 - 52
말, 말, 말, - 54

3부


비의 다비식 - 57
마을버스 손잡이 - 58
겨울 길 - 60
웅덩이 안의 월인천강지곡 - 61
한여름 - 62
보이는 것과 그리움의 거리 - 64
휴지(休止) - 65
명동 거리 - 66
빌려준 어깨 - 68
소리쟁이 군락 - 70
혀라는 칼 - 71
외도 해무 - 72
서호천 둑길의 이별 풍경 - 73
해신의 후회 - 74

4부


곰배령 벌 - 79
맥박 - 80
포스토이나 동굴의 눈물 - 82
가을비 - 84
전전반측 - 85
미어캣 - 86
잠수함과 나비 - 88
중독 - 89
층층나무 - 90
금 간 항아리 - 92
시간의 사색 - 93
갈증 - 94
모기 - 96
돌부처가 된 독수리 - 98

해설 원형의 공간과 그리움의 실체 / 김정수 - 100

저자 소개 1

경북 예천에서 출생했고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문파문학』 시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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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53*224*20mm
ISBN13
9791165121792

책 속으로

비 그친 새벽 빗물이 고였다
아스팔트길 가장자리 한쪽이 움푹 내려앉은 웅덩이
고인 물에 빠진 달

구겨졌다 펴지고 길게 찢어지며 바람과 한바탕 놀다
가로수 회화나무 가지에 찔려도 금세 회복되고
제 색과 모습 잃지 않았다

떠오르는 해에 존재감마저 흐려지고
찾는 이 하나 없어도 제자리 지키고 있는
웅덩이가 품은 달
더 없이 맑다
--- 「웅덩이 안의 월인천강지곡」 중에서

검은날개무늬깡충거미
독하게 살자는 다짐이다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 찾아다니며
힘든 일 마다하지 않는다

잡은 먹이 절대로 놓치지 않고
처자식 챙기고 살아낸 지금
장성한 자식 게임기만 붙들고
칩거한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다

어려서 자립을 기대하는 부모에게
나 몰라라 내침 당한 서운함
가슴에 안고 살아낸 상처가
깊은 사랑의 채찍이었음을

검은날개무늬깡충거미
동트기 전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차출되기를
구부정한 허리 세워 기다린다
--- 「거미」 중에서

봄비 멈춘 저녁나절
서호천변 따라 걷는데
비릿한 풋내 향기 가득하다
하나둘 켜지는 가로등 불빛 아래

이별의 익숙함에 전염된 듯
반짝이며 떨어지는 벚꽃잎
무거운 몸짓 흩날리지 못하고
젖은 채 바로 하강이다

이별을 더디 하고픈 벚꽃잎은
쇠풀뜨기 푸른 줄기와 노란 애기똥풀
소리쟁이와 환삼덩굴 등
막 솟아오르는 속순 위에 내려앉아
달빛 줄기와 지문을 맞추고 있다

--- 「서호천 둑길의 이별 풍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김영화 시인은 시 「서호천 둑길의 이별 풍경」에서 과거로 회귀했던 시선을 거둬 주변을 관찰한다. “저녁”과 “가로등 불빛”, “떨어지는 벚꽃잎”이 자아내는 서정적 풍경에 몰입한다. 밀려오는 어둠과 그 어둠을 막아서는 가로등 불빛과 “바로 하강”하는 꽃잎이 만들어내는 각은 새로운 공간을 생성한다. 그 예리하고도 내밀한 공간과 미세한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긴 시인은 홍은동 산동네도, 부모에 대한 그리움도, 낯선 시간을 통과한 슬픔과 고통도, 원망과 후회도 잠시 잊는다. 시인에게 서호천변은 특별하다. 출발점이자 원천이 될 수 있는 순수원형의 공간이다.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고, 탁 트인 세상에서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의 사색을 넘어 사색의 시간을 통해 탄생한 ‘나만의 시’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돌부처가 된 독수리」)는 곳이 아닐까.

표제시 「웅덩이 안의 월인천강지곡」은 “아스팔트길 가장자리”의 “웅덩이/ 고인 물에 빠진 달”의 모습을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시의 형식으로 읊은 『월인천강지곡』에 비유한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즈믄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웅덩이가 품은 달”은 바람에 “구겨졌다 펴지고 찢어”져도 “제 색과 모습을 잃지 않”고 맑은 성정을 드러낸다. 그런 달에서 시인은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잘난 사람들 때문에 “존재감마저 흐려지고” 알아주는 이 없지만, “더없이 맑”은 심성으로 내 길을 가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밤하늘의 달은 온 세상을 비추지만, 웅덩이 안의 달은 자신을 지키기도 벅차다. 그럼에도 “바람과 한바탕” 노는 여유와 회복성,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맑은 심성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겠다는 결의를 시집의 표제로 정한 이유가 아닐까.

양해기 시인은 “김영화 시인의 시에서는 사람의 살냄새가 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일상에서 시인의 시는 발화되고 누추한 곳을 찾아 따뜻하게 뿌리를 내린다. 생각이 머무는 지점마다 시인의 눈은 아름다운 심상의 꽃을 피워낸다. 그러나 그 시적 대상들은 화려하지 않은 서호천변에서 피어나는 흔한 잡풀과 들꽃들이다. 대중 목욕탕에서 스스럼없이 동네 할머니의 등을 밀어주는 김영화 시인의 성품을 닮은 시들이 세상에 나가 많은 힘겨운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토닥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첫 시집 출간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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