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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1부 비맛 한 접시 · 13 곡선 · 14 공원 · 15 시금치밭에 앉아 · 16 목련 · 17 냇가와 내과 사이 · 18 우짜꼬예? · 19 저수지에 비친 겨울산 · 20 지켜보는 눈이 따라다닌다 · 21 크고 뜨거운 손 · 22 고양이 계산법 · 24 딸기 · 26 며느리는 회식 중 · 27 새싹들은 숟가락을 닮았다 · 28 콧노래 한 소절 · 29 2부 mulching · 33 알람시계를 위한 변명 · 34 법당으로 가는 밥 · 35 내 이름은 윤덕점 · 36 하늬바람 · 37 장마 1 · 38 장마 2 · 39 장마 3 · 40 슬리퍼 신은 남자 · 41 양순 씨 · 42 끙 · 44 용태 씨의 영어 · 45 동다헌 정동주 선생의 강의 시간 · 46 둥지 1 · 48 일요일 · 50 절창 한 편 · 51 초파일 · 52 3부 보름달 · 57 바닥 · 58 밑줄 긋는 새 · 59 강서구 염창역 11번 벤치 · 60 귀 맞춤 · 61 연재 · 62 받침 · 63 여든 · 64 잡초와 호미 사이 · 65 쿠알루아렌치 목장에서 · 66 십자가 · 67 무화과 · 68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 69 법랑 냄비 · 70 간호수첩 · 71 까르르 킥킥 · 72 4부 코르크 · 75 별목련 · 76 식빵 · 77 올챙이국수 · 78 힘센 그의 팔뚝에 옹이가 산다 · 79 삼천포 · 80 벚꽃 진 자리에서 벚꽃 생각 · 81 첫 제사 · 82 군산 · 84 유채 · 85 바나나 · 86 가시오이 · 87 알돌 · 88 한낮 · 90 노을전망대 · 91 만월 · 92 해설 밥의 힘, 시의 진력(進力) / 백인덕 ·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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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보통 사람보다 크고 뜨겁다
어릴 때는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 잘 치겠다는 소릴 자주 들었다 꿈꾸던 피아노는 치지도 못하고 불룩하고 큰 관절들, 솥뚜껑처럼 두텁고 큰 손등 사람들은 나에게 손맛이 좋다고 한다 오늘은 딸네 집에서 김밥을 싼다 예순 넘은 내 손 시금치 무치고 가지런하게 단무지 썬다 크고 뜨거운 내 손등 아래에서 재빨리 숨이 죽는 음식 재료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 치켜든 손녀 쉼 없이 김밥 욱여넣는 딸을 물끄러미 본다 그래, 이거면 된다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뭐 있겠나 피아노, 매니큐어, 희고 가는 손가락, 다 필요 없다 김밥 맛있게 싸는 크고 뜨거운 내 손이 고맙다 힘 다할 때까지 누구든 밥이나 실컷 해먹이자 내 손등을 내가 쓸어본다 --- 「크고 뜨거운 손」 중에서 하늘은 흐릴 때나 맑을 때 곡선의 속살 활짝 열어 땅 위의 생명들에게 아낌없이 준다 배추와 무가 날마다 부쩍부쩍 자라는 것은 골고루 돌보는 바람, 햇볕과 비의 둥글고 온유한 힘이다 무릎 굴려 그네를 타면서 보았다 곡선의 아름다움 곡선의 황홀 직선으로 내리던 비도, 햇빛과 바람도 땅에 입 맞출 때는 둥글어진다 --- 「곡선」 중에서 시도 때도 없이 파닥파닥 바람이 분다 수평선에 낮게 떠 있는 배들도 한호흡으로 뱃고동 울린다 언덕배기 낮은 시멘트벽 머리 맞댄 집들 몇 마리씩 생선을 내걸었다 삼천포에서 살려면 모기만 한 소리로는 바닷바람을 이길 수 없다 아랫배에 힘 넣고 빵빵하게 흥정도 하고, 잡담도 귀청 떨어지게 해야 한다 너도나도 왁자지껄 파닥거리는 것들 천지다 종아리에 도드라지는 굵은 힘줄 목 긴 물장화 신고 어시장 골목 누빈다 삼천포 어시장에선 몸과 몸이 부딪혀도 시비 걸지 않는다 --- 「삼천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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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호미 사이”엔 神이 산다
어느 게 더 먼저냐? 덜 값지냐? 뉘가 더 善이고, 덜 惡헌가? 잡초 없는 자연은 없었고, 또 없다 호미한테 神이 있다면 그 神이 곧 잡초니까. - 정동주 (시인, 동다 연구가,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