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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의 이야기
오광석
bookin(북인)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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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미치는 날에 만나요


시오름의 봄 · 13
청문회 · 14
계엄령 · 15
나비 · 16
패션시대 · 18
이계의 존재 · 19
싱크홀 · 20
술잔 속 세상 · 22
워프 · 24
시간의 바다 · 26
세상의 끝에는 요정들이 살고 있을까 · 28
밤의 사막 · 30
어둠의 장막 · 32
소주비가 내리면 · 34
미치는 날에 만나요 · 36

2부 귓속의 이야기


섬의 새벽 · 39
귓속의 이야기 · 40
트롤의 노래 · 41
손가락 · 42
전망대 · 44
바닷가 그 집 · 46
어둑시니 · 48
과거에 묻힌 이름 · 49
금능바다를 바라보아요 · 50
바퀴 없는 자전거 · 52
박성내의 밤 · 54
여우물 아가씨 · 56
그슨새 · 58
환마(幻魔) · 59
즐거운 제삿날 · 60

3부 사라진 마을 남겨진 사람들


땅속 아이 · 65
늘 봄 · 66
오래된 유물 · 68
구멍 난 다리 · 70
대살 · 72
허벅 장단 · 74
좁은 돌집에 우리 모여 살았지 · 75
검은 겨울의 꿈 · 76
귀가 · 78
너산밧 · 80
자리왓 돌담 · 82
숨은 아이를 찾으러 숲으로 간다 · 84
섬의 고리 · 86
까마귀 마을 · 88
동백(冬魄) · 90

4부 기억 속에 살아나는


오동도 동백꽃 · 95
동백의 꿈 · 96
손가락총 · 98
골령골 사람들 · 100
흑백사진 · 102
흑백사진 속 아이들 · 104
오륙도 등대 · 106
터진목의 귀향자들 · 108
잠든 아이를 업고 가네 · 109
부활하는 아이들 · 110
영도 등대 · 112
궤 · 114
장두의 길 · 116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온다 · 118
구술 · 120

해설 기억을 위한 끝없는 이야기 / 현택훈 · 122

저자 소개 1

1975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예바다』 신인상 공모에 「기괴한 자장가」 외 4편으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이며 한라산문학동인회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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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53*224*20mm
ISBN13
9791165121808

책 속으로

그는 낫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짙은 어둠을 타고 틈새로 들어오는 그는 낫 가진 이야기꾼 자는 어른들의 귀를 댕강댕강 잘라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자른 귀를 모아 이야기를 만들지 그의 이야기는 귓속에 남은 부서진 섬과 산의 파편들 잘린 귀들이 쏟아내는 파편들이 뭉쳐 만든 이야기 목 없어 말 못하는 산사람들 귀 없어 듣지 못하는 섬사람들 낫을 휘두르며 꺼내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자지러지는데 어른들은 두 귀를 막고 숨이 넘어가지 머리빗을 빗어내듯 낫 끝을 귓바퀴 위에 얹으면 어른들은 두 눈을 꼭 감고 이불 속에 숨어 떠는데 아이들은 간지러워 깔깔대며 옛이야기에 빠져들다 잠이 들지 오늘도 불 꺼진 방구석마다 문 닫힌 벽장 속마다 놓아둔 귓속에서 이야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데 그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아이들이 웃다 잠드는 머리맡에 앉아 상상하며 으스스 웃는 귀 없는 이야기꾼
--- 「귓속의 이야기」 중에서

독감이 찾아온 날 침대에 누워 연신 오돌오돌 떨다 눈을 뜨자 거대한 절벽에 서 있었지 아래에 돌풍이 치고 올라와 휘말려 빙글빙글 돌다 어느 꽃밭에 떨어졌지 만발한 꽃들을 넋놓고 보는데 꽃감관이 나타나 서천꽃밭을 침입한 이유를 물었지 돌풍에 휘말려왔다고 하자 꽃감관이 이르길 섬의 아이가 항쟁을 끝내지 않고 이리 도망쳤느냐 하늘의 법도를 어긴 대역죄로 초열지옥으로 떨어지리라 산사람이 어찌 지옥에 가느냐며 꽃밭을 구르는데 대지가 갈라지며 솟구치는 화염들 활활 타오르는 몸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지 나는 아니오 나는 아니오 비명을 지르다 일어나 돌아보니 뜨거운 온돌방 바닥이네 불 꺼진 열기 가득한 어린 날 익숙한 좁은 방안 무슨 꿈인가 싶어 다시 돌아보자 사십 년 젊은 어머니가 무슨 땀을 그리 쏟아냈냐며 연신 이마를 닦아내고 있었지 하 꿈인지 환상인지 이리도 지독하네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데 사내자식이 이까짓 독감 하나 이기지 못한다며 타박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지
--- 「환마(幻魔)」 중에서

허물어져 가는 돌담
집터만 남은 자리
희미해진 올레
여전히 너는 서 있다
또렷하게 떠오르는 사람들
돌아오지 못하고
그냥 너만 살았다
너만 마을터를 지키고 있다
빌레못으로 숨어들어간 사람들
출구 없는 어둠 속을 헤매다
육신이 녹아 사라지면
산을 내려온 바람을 타고
돌아오는 사람들
홀로 살아 터를 지키는
너만 살았다고 아무도 타박하지 않아
그냥 오래된 이야기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고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입구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팔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 애월읍 어음리에 있었던 제주4·3 당시 사라진 마을.

--- 「너산밧」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광석 시인의 『귓속의 이야기』는 “문 닫힌 벽장 속마다 놓아둔 귓속에서 이야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귓속의 이야기」)는 기이한 이야기가 가득한 시집이다. 생경한 이야기이면서도 기시감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비극적 이야기에 대한 보편화에서 비롯되어 그럴 것이다. 오광석 시의 가장 큰 특징인 설화성과 함께 몸의 기억으로 재현되는 감각으로 시를 형상화하는 결정적인 작품은 「환마(幻魔)」이다. 이 시는 개인의 병증을 집단적 역사와 연결하는 매우 인상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다. 인플루엔자는 인류를 오랜 시간 괴롭혀온 전염병이다. 언제나 인간과 함께 존재한다. 사라지지 않는 악몽처럼 한동안 잊고 있으면 꼭 찾아온다. 이 시는 소생의 길을 내면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편(佳篇)이다.

오광석의 시는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문학적 응답이자 호명이다. 그에게 시는 말 못할 역사를 말하는 통로이자, 기억 회로에 불을 켜는 장치이다. ‘밀교’는 비공식 기억의 전달 체계로서의 문학이다. 이제 우리는 이 기억의 전개도를 갖게 된 셈이다. 최근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비로소 4.3이 인류의 기억이 되었다. 4.3시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모색 중인데, 이 시집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렇게 이 시집은 문학적 이벤트 호라이즌, 그 너머의 감각으로 연결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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