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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1부 피안화 - 13 섬 - 14 어찌 하 - 15 미끼 - 16 투사 - 17 새망 걷혔다 - 18 블랙아웃 - 19 로드킬 - 20 인연 - 21 틀 - 22 내려놓지 마라 - 23 절벽마을 - 24 바람과 욕망 - 25 돈주앙 콤플렉스 - 26 2부 하얀 기억 - 31 요새 - 32 미궁에 빠지면 - 34 한발 늦었다 - 35 굿 - 36 수컷 본능 - 38 잎샘추위 - 40 동트기 전인데 - 41 신기루 - 42 관종 - 43 낯선 사람 - 44 다행이다 - 45 너만 있으면 - 46 진작에 - 47 책갈피 - 48 3부 단서 - 51 휴브리스 - 52 그녀의 무기 - 53 방황 - 54 추풍낙엽 - 55 양두구육 - 56 구원 환상 - 57 역린 - 58 열두 시 - 59 상실감 - 60 우월감 뒷면 - 62 과대망상 - 63 자화상 - 64 반응성 자아도취 - 65 혹시 - 66 4부 틀린 그림 찾기 - 69 이 남자 화법 - 70 자연법칙 - 71 노루골 연가 - 72 선 긋기 - 74 애상 - 75 습관 - 76 이순(耳順)에 던진 화두 - 77 문자 20200823 - 78 어떤 인연 맺고 있는가 - 79 레몬 팩 - 80 사랑의 지도 - 81 고독사 - 82 해설 번짐과 스며듦의 시학 / 최은묵 - 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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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오늘도 절벽에 올라 그네를 탄다
안대를 끼고 물구나무 선 채로 더 세게 밀어다오 나사 흔들리고 날개 흩어지고 역풍 부는 계곡으로 추락하는 그림자처럼 홀로 소리치는 밤 깊어간다 젖은 날개 접을 시간이다 너의 초대는 언제나 위험했다 --- 「인연」 중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도 낯설다 앞서 떠난 사람 대답 없다 그 길 다녀온 사람 묵묵부답이다 눈 덮인 산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 멈칫하는 순간 눈폭풍 메아리 쏟아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발길 위태롭다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쁜 숨 몰아치며 따져 묻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흔적 사라진다 설산에 매달린 구어체 행간 심하게 흔들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 「책갈피」 중에서 담은 쌓아야지 상처가 돌아오지 못하게 으르렁 소리 넘지 못하게 그림자는 그림자로 살아야지 그림자도 자꾸 쌓으면 담이 되는지는 아직 몰라 아물지도 머물지도 않는 상처처럼 명치 끝에서부터 어긋난 길 서로 알아가는 동안 그림자는 손 내밀어도 닿지 못하지 담에 닿는 순간 조금씩 무너지는 영속적 갈등 --- 「사랑의 지도」 중에서 만물 이치 깨닫고, 들은 대로 이해하는가 이순(耳順)에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없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을 구분하는가 원하는 삶과 당위적 삶 속에서 무엇을 조율하며 살아왔는가 마침표 찍어야 할 시간 잊은 채 지금, 어디에 한 발짝 내딛고 서 있는가 시지프스 바위, 다시 굴러떨어진다 --- 「이순(耳順)에 던진 화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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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시인은 이번 시집 『너의 초대는 언제나 위험했다』 를 통해 세계와 자신과의 정직하고도 치열한 투쟁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그 예민하며 성실한 투쟁이 탁월한 시적 감각과 만났을 때 심오한 사유로 증폭되는 긴장감은 실로 매혹적이다. 만물의 생성과 인연,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멸에 대한 자각은 삶의 허무가 아니라 거대한 생명성을 확약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시인의 시 속에서 욕망하고 갈등하고 반목하고 화해하며, 다시금 순환 윤회하는 연유이다. 그렇기에 “요동치는 번뇌”를 뚫고 “비집고 나오는 말들이 온통 핏빛으로 물드는” ‘피안화’처럼 시집 속의 시어들은 뜨겁고 붉다. 아픈 생명감으로 충일하다.
시집의 후반부에 배치된 시 「이순(耳順)에 던진 화두」에서 시인은 “마침표 찍어야 할 시간 잊은 채”로 “지금, 어디에 한 발짝 내딛고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곡진하게 던지고 있다. 하지만 시의 말미에서 “시지프스 바위, 다시 굴러떨어진다”로 귀결되듯 내일 또 다시금 목숨의 단추를 여미며 시의 공터를 서성이고 시의 바위 앞에 앉아서 심혈을 기울인 자신의 시들을 끝까지 밀어올릴 것이다. 위험한 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고, 시인이라는 천형의 아름다운 의무를 수행해낼 것이다. 이 든든한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박정선 시인을 신뢰하고 찬탄하는 이유가 된다. - 김명원 (시인, 대전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