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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서양문명을 수용하다
메이지기 풍경 메이지기 신조어, 시대의 거울 번역과 근대 그림으로 보는 메이지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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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00주년, 광복 60주년이자, 한일수교 40주년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에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한 관계에 처해있고,이에 살림지식총서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정치 등 다각도의 조명을 통해 일본이 걸어온 길과 오늘의 일본을 만든 정신을 살펴보고자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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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서양문명을 수용한 일본 근대화의 원동력이다. 일본의 번역어성립사정을 통해 서양문명의 수용과정을 천착한 책.
번역, 문명개화의 시발점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이라고 하는 일본 근대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면서 일본에 대한 세계인들의 시각은 달라졌다. 중국의 아류, 혹은 ‘해 뜨는 동쪽의 나라’ 조선이라는 반도국가 옆의 조그만 섬나라 정도로 평가되거나, 단순히 동양에서 유일한 네덜란드의 설익은 친구 정도로 인식되었던 나라 일본이, 크게 변하는 계기를 맞은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자기 변신을 쉽게 해내는 일본에 대한 감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놀라움을 일본의 근대 번역어 연구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구상되었다. 메이지 초기의 번역이라고 하는 화두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서양사회를 모범으로 하는 전제 중의 하나가 바로 서양문헌에 대한 번역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토록 짧은 기간에 문화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고도로 세련된 번역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경험과 언어학적 수단, 지적 능력의 놀라운 경지를 검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조어’를 만들어낸 천재들 이 책은 4개의 장을 통해서 일본의 번역어 문제를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천재들에 대한 고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우선, 메이지 시대 초기의 시대 상황을 근대화에 초점을 두고 전개한다. 그 속에서 등장하는 전통주의와 근대주의적 관점은 ‘메이로쿠샤’ 회원의 활약을 중심으로 서구식 자본주의 문명이 이식되는 과정으로서 소개된다. 이런 과정이 바로 서구어 번역 작업이 가지고 있는 문명개화론적 핵심을 명쾌하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 ‘메이로쿠샤’ 회원들의 번역 연구는 그 자체가 바로 서구문명에 대한 동경이며, 연미복 차림으로 서구식 모닝 커피를 즐기던 일본의 반항아, 모던 보이들의 낭만주의이고 자유주의였던 것이다. 이 책에서 서양을 지향하는 이들 지식인들의 번역어로서 ‘사회, 자유, 권리, 개인, 민본주의, 활동사진’ 등을 소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문명개화론이 번역 작업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메이지 시대 일본 사회의 여러 풍경과 풍물을 당시의 삽화로 소개한다. 일본의 번역어성립사정은 곧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일본 지식인들의 고민과 사상을 되짚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리 아리노리, 후쿠자와 유키치, 나카에 쵸민, 가토 히로유키, 이노우에 데쓰지로, 아소 요시테루를 위시한 일본의 근대화에 영향을 미친 거의 모든 지식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일본의 창조적인, 그리고 적합한 번역어를 찾기 위한 노력의 예를 하나 들면,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philosophy’라는 서양 원어를 ‘형이상학’ 등으로 해석했던 것에 반해 일본은 ‘철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philosophy’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능동적인 행위를 강조하였다. 1873년 니시 아마네는 『생성발온生性發蘊』에서 서양사상의 추세에 대해 분석하고, 콩트 철학을 소개하면서 ‘philosophy’를 ‘여러 학문을 통일시키는 학’이라는 의미의 ‘철학’으로 번역하였다. 일본의 번역사에 대한 이해가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객관화로 이어진다 일본의 번역사정은 곧바로 근대 자본주의 문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에 많은 부담을 가져야만 했던 한국의 상황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동양사회에서 수용한 자본주의 근대화론의 담론은 사실상 스펜서(H. Spencer)류의 ‘사회진화론’이 주도한 것이었다. 또한 한국의 문명 수용은 후쿠자와 유키치 등의 일본 사상가들이 번역한 문명주의 관점을 절충적으로 이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서구식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한국과 일본 간의 번역어 교류 및 수용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하여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한국의 근대화를 있는 그대로 객관화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