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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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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가 모아 둔 저장물을 먹고 한동안 살아가듯이, 한스는 전에 얻은 지식을 가지고 얼마 동안 지탱해 나가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괴로운 궁핍의 연속이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아 조금씩 새로운 노력에 의해서 중단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무모함에 그 자신 또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부질없이 머리를 썩힐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구약 성서 최초의 다섯 권 다음으로 호머를 포기하고, 크세노폰 다음에는 대수(代數)를 포기하여 버렸다. 선생님들 간에는 그의 평판이 조금씩 내려가면서 우에서 양으로, 양에서 가로, 드디어는 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별 관심도 갖지 않고 태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또다시 두통이 일어나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그리고 두통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헤르만 하일러를 생각하기도 하고 가냘프고 하염없는 꿈을 좇으며 몇 시간이나 멍청한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조교수인 비드리히는 친절한 젊은 선생이었는데 한스의 얼빠진 웃음에 대하여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그리하여 이 분은 탈선한 소년을 아끼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동정심을 가지고 공연히 화를 내기도 하고 벌을 준다는 듯이 멸시의 눈초리를 보내 방관해 버리고마는 상태였다. 때로는 경멸에 가득 찬 농담을 하기도 하여 잠든 그의 공명심을 일깨워 주려고도 하였다. --- p.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