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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3
제1부 보리 개나리 우편함 10 개미 12 구름나무 13 그래도 16 난전 18 마당 20 보리 22 그림자 24 가스보일러 수리공 25 부추 26 씨암탉 27 종구라기 28 흙 30 관계 32 제2부 단추 군불 36 꽃 이불 37 나비무덤 38 아버지 영정 앞에서 40 문 41 단추 42 뜨다 44 말 무덤 46 파도 48 빈집 49 보자기 50 산딸기 52 오월 53 여름 배롱나무 54 헐벗은 여름 56 제3부 곶감 가을 58 가랑잎 60 감의 온도 61 곶감 62 머루포도 63 그런 책 64 대추 66 맞이방 68 배롱나무 70 붕어빵 71 빗소리 예절 72 사과의 온도 74 석류 75 그때 다듬이 방망이가 76 연중행사 78 제4부 주남저수지에서 그해 일기 82 기차 여행 84 까마중 85 담쟁이 86 독 88 뒤웅박 90 바위처럼 91 물의 지도 92 밤바다 94 시월의 구름 95 솜이불 96 어시장 98 의자 100 주남저수지에서 102 향수 104 제5부 능소화 개나리 106 찰나 107 경호강·3 108 경호강·5 110 꽃잎 111 능소화 112 복숭아 주무르지 마세요 113 마지막, 귀 114 “아나바다” 116 아마도 당신에겐 내가 장미 아닐까요? 118 화분 119 천왕봉 부엉이 120 치자꽃 122 화엄봉 124 해설 유년의 강에서 길어 올린 상상력 이응인 시인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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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 담장에서 봄이 뛰어내리면
감나무 아래 꽃나무들은 젖몸살을 앓는다 열여섯, 나도 무화과만 한 젖무덤 키울 때 개나리는 우편함이 되었을까 쪽지 편지는 돌담 구멍으로 기어드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가지와 가지 사이에서 나를 부르며 찾고 있었다 아버지 기침 소리는 가슴을 졸여 놓고 그네 타는 꽃가지는 바람을 흔든다 창호지에 붙은 유리를 이용해 마당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뒷간은 나를 빙빙 돌리고 늘어진 꽃가지를 손으로 쓸어 만지다가 고양이로 날렵하게 쪽지 편지 주워서 남몰래 읽어보는 그 기분, “나는 네가 좋아, 무조건 좋아” 처음으로 받아 본 노랑 고백은 휘영청 밝은 달빛에도 한 번씩 피었지만 샛노랑을 귀로 읽는 그 자체가 나를 어지럽게 했다. --- 「개나리 우편함」 중에서 내 가슴 뜨거워져 빈 종이에 옮기다 보면 은유로 엮어가는 디딤돌 문장인데 시어만 건드려 놓고 달아나는 사랑아 사랑에 눈이 멀어 뒤돌아보면 아득한 그 시간은 발자국 동여매네 우리네 삶이라는 건 뒤쫓아 온 슬픔이지 --- 「그림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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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강에서 길어 올린 상상력
조수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 새벽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아침을 떠올리게 된다. 안개가 살금살금 피어오르면서 보일 듯 말 듯하던 봉우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개의 아래쪽에는 깊은 골짜기나 끝없는 바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 이응인(시인) 조수미 시인의 첫 시집 그대 숨은 꽃자리 아래 이 시집은 조수미 시인의 유년 시절 기억과 첫사랑의 설렘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힘겨운 현실의 무게와 그 속에서 피어난 단단한 삶의 언어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산청 소녀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두근거림은 추억의 강에서 물안개로 피어나고, 일찍 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삶의 애환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시인은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아픔 속에서도 그 부재를 삶의 힘으로 바꾸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삶은 언제나 고단하고 때로는 잔혹합니다. 그러나 조수미 시인의 시 속에서 현실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지혀롭게 넘어야 할 파도로 그려집니다. 번뇌의 파도는 시인을 잠시 휘청이게 하지만, 곧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푸른 긍정의 힘으로 변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인의 목소리는 개인의 회고를 넘어 우리 모두의 생존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대 숨은 꽃자리 아래》는 단순한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는 시집이 아니라, 상실과 아픔 속에서도 끝내 삶을 긍정하려는 의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시인의 언어는 맑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깊고 단호합니다. 이 시집은 유년의 추억과 설렘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 현실의 무게에 지쳐본 사람, 그리고 다시 일어서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합니다. 조수미 시인의 첫 시집은 결국 우리 각자의 ‘꽃자리’를 되돌아보게 하고, 그 아래에서 새롭게 피어날 용기를 건네줍니다. - 김덕현(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