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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 말_ 입구에서 8
1부. 도시 속에서의 삶은 고달프다 아래로 향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14 열차는 열차대로 순환한다 17 그녀의 울음은 정류장처럼 19 도착하지 않는 환승 21 엘리베이터 안에서 23 빗속의 초록불 24 아파트에서 개 짖는 소리 26 밤은 자동문처럼 열리고 29 높은 곳에는 말이 없다 31 방음 처리된 풍경들 33 야경 아래의 문장들 35 2부. 날 선 침묵 낯선 침묵 39 조용한 사람들 42 침묵의 무게 44 조용한 방의 사용법 45 이어폰 착용법 48 에스컬레이터의 중간 50 아무 일 자판기 52 대답하지 않은 메시지 54 작은 방의 지구본 56 의자와 나 사이의 거리 58 3부. 인공적인 자연물에 관하여 지하수 63 조경석과 나의 상관관계 65 분수는 저녁 여섯 시에 멈춘다 67 유리 뒤의 계절 69 방파제에 대한 짧은 강의 70 숲을 안다고 믿었던 일 72 초록이라는 형식 74 도시의 결 76 유수 77 환한 것들이 너무 빨리 번진다 79 4부. 인간에 관한 고찰 발성되지 않은 것들 84 인간 사용설명서 87 피부 아래의 소음 89 문 앞에서 맴도는 이름 91 나는 나를 본 적이 없다 94 사라짐에 대한 예의 96 무표정한 동물 98 방은 아직 거기 있다 100 나는 나를 모른다고 말했다 102 작동하지 않는 감정에 대하여 104 기억되지 않는 것들 107 5부. 진실된 것들은 어디로 갔는가 유통기한 113 아무도 그 집에 살지 않았다 116 폭음주의 119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121 도시에는 밤이 없다 122 투명 인간의 사용법 124 보호색 128 시차 131 푸른 손바닥과 붉은 손바닥 135 익숙한 것들에게 작별을 139 끝맺음 말 _ 출구에서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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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옥상으로 간다 도시의 숨소리는 항상 아래에 있으니까 엘리베이터는 최상층까지만 가고 그 위는 텅 빈 물탱크 옆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고 누렇게 바랜 전단지가 구겨진 채 철제 난간에 걸려 있어 누군가 벗어둔 슬리퍼는 한 짝만 남아 있고 콘크리트 틈엔 마른 잡초가 자라나 있다 구석에는 투명한 페트병이 누워 있는데 그 안에는 마치 버려졌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듯 조금의 물이 남아 있어 어떤 삶은 이렇게 고여 있다가 하늘로 먼저 증발해버린다 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바람이 무겁고 옥상은 모든 풍경이 뾰족해서 감정이 납작하다 누군가는 아래를 보지만 나는 하늘을 본다 그게 더 깊어 보이니까 높은 곳에는 말이 없다 (p.31) 물을 받아낸다 분노와 입김 다시 지워지는 말들 말이란 원래 젖어 있다 나는 흠뻑 젖은 채 누군가의 돌아섬을 등으로 막고 파편을 삼키며 가만히 있었다 그들이 발을 딛고 지나가며 안부도 없이 흔적을 남겨도 나는 기꺼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한 번도 안쪽으로 걸어본 적 없다 이름도 없이 물과 육지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파도는 다시 온다 늘 같은 말로 나는 다시 부서지고 그래도 내게 기대어 바다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방파제에 대한 짧은 강의 (p.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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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우리 사는 삶을 떠올려봅니다
삶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작별의 서사, 『익숙한 것들에게 작별을』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걸 느끼며 살고 있는가’ 시인의 시는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도시의 불빛 속을 거닐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지 않던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반짝인 것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그것의 실존에 물음을 던지게 된다. 진짜가 아닌 것 같아서, 그 속에 또 다른 얼굴들이 숨어있는 것만 같아서. 서윤주 시인은 시집 『익숙한 것들에게 작별을』을 통해 평범하게 마주해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때때로 눈을 감고 나를 더듬는다 어둠 속에서만 조금 진짜 같아지는 나를” (94p. 「나는 나를 본 적이 없다」 중에서). 매일 아침 거울로 마주하는 내 모습이지만 달리 바라보니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시인은 그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아픔, 결핍 등의 감정을 꺼내어본다. 그 과정이 차갑고 때론 냉소적으로 비칠지라도 그 끝엔 늘 ‘삶을 향한 애정’이 서려 있다. 굳이 꺼내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꺼내본다는 것, 그것은 분명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그리고 그 누구도 묻지 않는다 오늘 정말 살아있었는지” (122p. 「도시에는 밤이 없다」 중에서). 시인은 누구도 묻지 않아서 더욱 견고해진 물음을 가만히 던진다. 오늘 정말 살아있었는지. 산다는 건 뭘지. 어떤 삶이 진짜 자기 삶일지…. 어느새 독자는 누구도 묻지 않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익숙한 것들에 하나둘 작별을 고할 것이다. 떠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있듯, 마음에서 많은 걸 비워내고 나면 당초 묻고자 했던 질문에 대한 답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것이다. 시집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삶의 이유, 의미, 그 언저리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