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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를 결혼시키다
침실의 비밀 베르사유 데뷔 한마디 말을 둘러싼 싸움 파리 정복 국왕 붕어, 신왕 만세 국왕 부처의 초상 로코코의 여왕 트리아농 성 새로운 사회 오빠가 누이를 방문하다 어머니가 되다 왕비가 인망을 잃다 로코코 극장에 떨어진 벼락 목걸이 사건 재판과 판결 인민이 잠을 깨다. 왕비가 잠을 깨다 결정의 여름 친구가 달아나다 친구가 나타나다 그랬을까, 안 그랬을까?(막간의 의문) 베르사유에서의 마지막 밤 왕정의 상여 자각 미라보 도주 계획 바렌으로의 도주 귀로 서로 속이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나타나다 전쟁으로의 도피 마지막 비명 8월 10일 탕플 마리 앙투아네트 홀로 마지막 고독 콩시에르즈리 최후의 시도 끔찍한 치욕 심문이 시작되다 공판 마지막 길 만가 |
Stefan Zwe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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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5세의 서거로 암울한 예감을 느끼며 진정으로 충격을 받고 놀란 사람은 유럽 전체에서 단 한 사람뿐이었다.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였다. 전제군주로 군림했던 힘든 30년의 체험에서 그녀는 왕관이 주는 부담을 잘 알고 있었고 어머니로서 딸의 약점과 결함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경솔하고 억제할 줄 모르는 아이가 좀더 성숙하여 낭비벽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될 때까지 대관의 순간을 연기시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솔직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노부인은 마음이 무거웠다. 암울한 예감이 그녀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충직한 대사로부터 이 소식을 받았을 때 이렇게 써보냈다. "나는 매우 충격을 받았소. 그래서 딸아이의 운명에 대해서 더욱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오. 그애의 운명은 굉장해지거나 아니면 몹시 불행해질 것이 틀림없소. 나는 국왕이나 재상의 위치, 국가의 형세에 전혀 안심할 수 없는데다 그애 자신은 그렇게 어리니! 그애는 한 번도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줄 몰랐는데 앞으로도 결코 그런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을 것이오."
--- p.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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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눈에 보이는 것, 눈에 띄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베르사유 궁전이 점점 더 조용해졌다는 것뿐이었다. 접견시에 나타나는 신사숙녀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이 소수의 사람들마저도 인사할 때 의례적인 냉정함을 드러냈다. 아직까지는 형식을 지키고 있으나 형식을 위한 형식일 뿐 왕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무릎을 꿇고 궁중 법도대로 국왕 부처의 손에 키스를 했지만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은총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시선은 어둡고 낯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극장에 들어설 때도 일 층 좌석과 이층 칸막이 좌석에 자리 잡은 관중들은 전처럼 열광적으로 기립하지 않았다. 길거리에서도 오랫동안 자연스레 들려왔던 "왕비마마 만세!" 소리가 그쳤다. 아직 공공연한 적의는 노출되지 않았지만 이전과 같은 따뜻함이 사라진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직 군주의 아내에게 복종은 했지만 그 여인에게 경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왕비를 섬기되 왕비의 호의를 사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녀의 뜻을 드러내놓고 거역하지는 않았지만 침묵을 지켰다. 소극적이지만 완강한 악의의 침묵, 모반의 침묵이었다.
--- p.180~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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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는 사실에 입각하여 그녀의 일생을 재현한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아름다움의 입상(立像)으로, 역사의 희생양으로 미화시키지 않는다. 또한 그녀를 욕망의 화신으로, 낭비가 심한 사치스럽고 생각 없는 여인으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그는 단지 평범한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역사의 커다란 비극 앞에서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보통 사람인 그녀가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심리소설 쪽에 가깝다.
국민의 손에 의해서 단두대 앞으로 끌려나가 목숨을 잃은 비극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는 왕권주의의 위대한 성녀도 아니었고, 혁명의 “매춘부”도 아니었으며, 특별히 선을 베풀 힘도 악을 행할 의지도 없는 그저 평범한 여인일 뿐이었다. 어찌 보면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한 혹은 아주 나약한 인물이 엄청난 운명의 수렁에 빠져들었을 때, 또한 무시무시한 개인적 책임을 져야만 할 때에도 비극은 발생한다. 작가는 이런 형태의 비극을 보다 인간적인, 보다 통절한 비극으로 생각한다. 화려한 삶의 주인공에서 감옥으로 곤두박질치는 평범한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이야말로 역사라는 위대한 창조주가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의 황녀로 태어나 채 성년이 되기도 전에 프랑스의 왕비가 된다. 그 이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의심 없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38년이라는 생애에서 그녀는 30년 동안 무심하게 길을 걸어갔다. 그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으며, 궁정 여인들의 유행을 선두했고, 프랑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왕비였다. 하지만 그토록 쉽게 그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운명은 그 뒤 그녀를 잔인하게 몰락시켰다. 화려한 궁정에서 햇빛도 들지 않는 감옥으로, 왕좌에서 단두대로, 화려한 의장마차에서 초라한 박피공의 수레로 그녀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것과 최하의 것을 모두 겪어야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은 화려함으로 시작해서 초라함으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불운한 왕비로서 역사에 기록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후에야 그 어느 때보다 프랑스의 왕비로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 비극의 역사가 평범했던 여인을 위대한 왕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행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녀는 왕권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그녀는 베르사유 궁정에서보다 더 왕비로서의 위엄을 지켰다. 그것이 뒤늦은 노력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시도와 도전은 그녀를 더욱 확고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그녀의 비극에 관심을 가지고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