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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덕질의 기쁨과 슬픔
이름이라면 할 말이 많습니다 “사야, 그거 좀 외워봐.” 눈길에서 당한 덕통 사고 다들 집에 붓다 피규어 하나쯤 있잖아요 수집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 스님, 내 스승님 정성스럽게 흉내 내면 진짜가 된다 술은 끊었지만 고기는 안 끊었어요 밥에 담긴 우주 무소유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것 중생을 위한 유치원 불교 용어 금지 퀘스트 수포자의 108번뇌 소월길을 걸으며 울던 날 명상도 덕질의 하나라면 “썅!” 하는 순간이 수행이다 내 작은 고양이를 위한 기도 |
朴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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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을 시작하니 절에 갈 때마다 괴롭다. 물욕이 미친 듯이 들끓기 때문이다. 남들은 절에 가면 물욕을 내려놓고 온다는데, 덕후의 눈으로 보면 절에 있는 온갖 것들이 탐이 난다. 하지만 어쩌랴. 습습후후, 욕망을 내려놓아야지. “꼭 가져야 하나 뭐.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면 되지. 집에 둘 곳도 없는데 잘됐어.” 애써 마음을 정리하긴 하지만,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건 박물관이나 절에 있는 것뿐. 그마저 저녁 6시가 넘으면 칼같이 문을 잠근다. 어떨 때는 권력욕마저 들끓어 오른다.
---〈불교 덕질의 기쁨과 슬픔〉 아버지에게 스님이 물었다. “그래, 청주는 무슨 일로 가는 건가?” “제 둘째 딸이 태어나서요. 출생신고 하러 갑니다.” “딸 이름은 뭐라고 지었는데?” “그게……,” 아버지는 작명소에서 지은 내 이름을 말했고, 스님은 그 말을 듣자 대뜸 “이름이 그게 뭐냐, 이상하다. 차라리 박사라고 해라”라며 일갈했다고. 그저 기차 안의 해프닝으로 지나갔을 수도 있는 이 한 마디를 간직한 아버지는 술에 취해 불콰해진 얼굴로 출생신고서에 자신이 아는 가장 쉬운 한자인 선비 사(士) 자를 써넣었다. 아마 그 말을 하신 스님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름이라면 할 말이 많습니다〉 “내가 짐짝이거니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어째서일까? 스님의 그 말 한마디에 ‘어랏?’ 싶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법 스님을 바라보자 스님이 이어 말씀하셨다. “생명평화 순례할 때 중학생들도 여럿 같이 걸었지.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을 거야. 힘들어 하더라고. 그래서 말했지. 차를 얻어 탈 때는 내가 짐짝이거니 하고, 밥을 얻어먹을 때는 내가 거지거니 하고, 잠을 얻어 잘 때는 내가 노숙자거니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 해결책이 너무 쉽고 자유로워서 나는 한동안 멍했다. 삶을 훨씬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살짝 엿본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것이 붓다가 말씀하신 ‘무아’였다. ---〈눈길에서 당한 덕통 사고〉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물을 때 우리는 공양간을 넘어 논과 밭을 보게 된다. 논과 밭을 넘어 땅과 하늘을 보게 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주 전체가 이 밥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단한 밥 한 그릇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밥을 먹을 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질문 한번 던져봄으로써 우리는 우주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밥 한 그릇을 내가 과연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자격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짐의 과정이다. 이 밥을 먹으면서 나 또한 우주임을 다시 확인하고, 그 거대한 연결 속에서 다음 끼니까지 잘 살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밥에 담긴 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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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가 불가능한 사람들의 전국 진심 자랑
어크로스의 ‘진심’ 시리즈는 한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탐구하고 아껴온 대상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오래된 애정과 축적된 경험 사이에서 한 가지를 깊이 생각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좋아함의 농도가 차곡차곡 쌓여 생긴 마음을 이야기하는 어크로스 에세이 ‘진심’ 시리즈 출간 일, 돈, 시간, 그리고 트렌드라는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적당히’의 기술을 익혔다. 정면 돌파하기보다 적당히 버티고, 깊게 파고들기보다 얕게 흩어지는 법을 배우며 나만의 색깔을 잃어간다. 하지만 여기,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누가 시켜서도, 돈이 되어서도 아니다. 그저 좋아서, 더 알고 싶어서,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한 분야에 자신의 생을 깊숙이 밀어 넣은 이들. 어크로스 ‘진심’ 시리즈는 이렇듯 한 개인이 온 마음을 다해 아껴온 대상에 관한 뜨거운 기록이다. 이 시리즈는 유명세나 화려한 성과를 좇지 않는다. 대신 취미와 직업, 애정과 경험의 경계에서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사람’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단단한 통찰을 전한다. 무언가를 지독하게 좋아해 본 사람의 세계는 한계 없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모두의 진심은 다르지만 또 닮았다. 마찰 있는 경험이 점점 사라지는 디지털의 시대, 저자들이 전하는 날것 그대로의 진심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몰입의 감각을 깨우고, 다시 한번 뜨거워질 용기를 건넬 것이다. 집착과 물욕이 뒤범벅된 속세에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려는 어느 불교 덕후의 덕질하며 깨닫는 이야기 불교박람회가 젊은 세대에게 가장 힙한 전시장이 되고, 붓다의 말을 전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시대다. 이제 불교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보듬는 문화가 된 듯하다. 여기, 힙불교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불교 덕후를 자처해온 사람이 있다. ‘붓다는 나의 최애캐, 가장 좋아하는 피규어는 불상, 휴가는 템플스테이로 떠난다’는 그는 작가이자 북칼럼니스트인 박사다. 《불교에 진심》은 집착과 물욕이 뒤범벅된 속세에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려는 불교 덕후의 ‘덕질하며 깨닫는 이야기’다. 변죽만 두드리다 본격적으로 불교에 입덕한 계기,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인이 하루에 버스 세 대만 닿는 산골짜기 절을 찾아가며 겪는 일 등 불교 덕후의 유쾌한 일상과 함께 무리하지 않고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만나는 사람마다 본명인지 묻는 저자의 이름부터가 불교의 세례(?)를 받았다. 출생신고를 하러 가던 저자의 아버지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작명소에서 지은 저자의 이름을 듣자 “그게 뭐냐, 차라리 박사라고 해라”라며 일갈했고, 그 말에 아버지는 출생신고서에 버젓이 ‘박사’라고 적어 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이런 ‘출생의 비밀’만 들어도 태어나자마자 불교의 영향 아래 자랐을 것 같지만,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반야심경〉을 줄줄 외던 어린 시절에도, 불교재단 대학교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할 때도 불교는 매력 없고 공허한 ‘부처님 말씀’으로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삶에서 ‘미끄러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선택의 고비에 설 때마다 철학이 절실했다는 저자의 고백은,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중생의 번뇌’ 그 자체다.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없었고, 불행한 건 싫었지만 대놓고 행복을 추구하기는 꺼려졌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동시에 그 사람을 미워했다. 좀 쉽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너무 쉽게 살아진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건너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의심하면서, 여전히 미끄러지면서.” “나에게는 덕질이 수행이고 108배였다” 일상의 번뇌를 누그러뜨리는 아주 보통의 수행 돌고 돌아 불교에 ‘덕통 사고’를 당한 저자, 붓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행을 한다. 텅 빈 방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참선하는 모습이나, 법당에서 쉼 없이 절하는 모습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그것 역시 수행의 한 방법이지만, 저자의 수행은 보통의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별명조차 ‘박다이소’일 정도로 맥시멀리스트인 저자는 갖고 싶은 붓다 피규어(불상) 때문에 타오르는 물욕과 무소유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최애가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되새기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이 기쁨의 속박일지 안전을 지켜주는 난간일지 생각하다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법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사를 앞두고 집 곳곳에 쌓인 수만 권의 책을 정리하면서 세상에 집착할 것도 욕심 낼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저자의 에피소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몸으로 스며드는” 불교 덕후의 나날들을 오롯이 보여준다. 어쩐지 삶에서 미끄러지는 기분이 든다면, 이 책과 함께 마음이 고요히 안착하는 방법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