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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땀, 울음과 기침 소리, 추악함과 서러움 인간의 맨얼굴을 보여주다_ 노경실
젊은이의 시절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은화?백동화 십칠 원 오십 전 당착 춘성春星 속 모르는 만년필 장사 여이발사 행랑 자식 자기를 찾기 전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계집 하인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꿈 뽕 피 묻은 편지 몇 쪽 지형근 화염에 싸인 원한 청춘 나도향 연보 |
羅稻香, 본명:나경손, 필명:빈(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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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 자식
“안 들어갈 터이냐?” 그 말을 하고 부지깽이를 찾는 척할 때 그는 웬일인지 하지 못할 짓을 하는 비애를 깨달았다. “싫어요.” 진태는 우는소리로 거절하였다. “싫으면 밥 굶을 터이냐?” “굶어도 좋아요.” “어디 보자. 어린애나 이리 내라.” 어린애를 안고서 어머니는 안으로 밥을 얻어먹으러 들어갔다. 그러나 진태는 방에 들어가 깜깜한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벙어리 삼룡이 p. 273~274 불은 마치 피 묻은 살을 맛있게 잘라 먹는 요마의 혓바닥처럼 날름날름 집 한 채를 삽시간에 먹어버리었다. 이와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낮에 이 집을 쫓겨난 삼룡이다. (중략) 새아씨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아난 듯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새아씨를 자기 가슴에 힘껏 껴안았다가 다시 그를 데리고 불 가운데를 헤치고 바깥으로 나온 뒤에 새아씨를 내려놀 때에 그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어리는 새아씨 무릎에 누워 있었다. 뽕 삼보는 귀로 안협집의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숨소리가 없다. 그는 기겁을 하여 약국으로 갔다. 그의 팔다리는 떨렸다. 그가 의사에게서 약을 지어가지고 왔을 때 안협집은 일어나 앉아 있었다. 삼보는 반가웁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약을 마당에 팽개쳤다. 그리고 밤새도록 서로 말이 없었다. 이튿날은 벙어리들 모양으로 말이 없이 서로 앉아 밥을 먹고, 서로 앉아 쳐다보고, 서로 말만 없이 옷도 주고받아 갈아입고 하루를 더 묵어 삼보는 또 가버렸다. 안협집은 여전히 동리 집 공청 사랑에서 잠을 잤다. 누에는 따서 삼십 원씩 나눠 먹었다. 청춘 정희는 또다시 일복을 잡으며, “일복 씨! 저에게 다만 한마디 말씀이라도 아내라고 불러주세요!” 할 때 일복은 다시 정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두르며, “환영은 언제든지 환영! 죽은 정희의 환영! 죽음을 찰나 앞에 둔 나로서도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못하겠다…….” 하고서 우일의 팔에 힘 있게 몸을 비틀 때 심장의 고동은 정지하고 말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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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은 한국 문단에서 이상 · 김유정과 더불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요절한 천재작가로 꼽힌다.
약관의 나이에 절망적인 시대상황과 희망 없는 인생에 직면해야 했던 그는 탈출구로 문학을 선택했고, 시대의 불안과 두려움에 발악하다가 굴복하는 밑바닥 인생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나도향에 대해 김동인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젊어서 죽은 도향은 가장 촉망되는 소설가였다. 그는 사상도 미성품未成品, 필치도 미성품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는 열이 있었다. 미숙한 기교 아래엔 그래도 인생의 일면을 붙드는 긍지가 있었다. 아직 소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도향이었으며 그의 작품에서 다분의 센티멘털리즘을 발견하는 것은 아까운 가운데도, 그 센티멘털리즘에 지배되지 않을 만한 침착도 그에게는 있었다.” 경성의전에 입학해 의사가 되는 게 수순이었던 나도향은 가족 몰래 일본으로 건너가 문학을 공부한다. 결국 돈이 끊겨 다시 돌아온 뒤에도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짧은 동안이지만 그가 느낀 시대의 불안과 두려움, 이를 극복하려는 자유로운 정신을 작품에 올곧이 쏟아냈다. 우리는 그의 중단편 작품들을 통해 위험한 시대에 불안한 삶을 살아야 했던 작가 나도향의 삶과 정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그동안 전체 원고가 아닌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잡지에만 소개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까지 최대한 모아 총서로 묶었다. 현재 발간된 한국문학 전집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한 전집이라 하겠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 소개 [청춘]은 1926년에 출간되었지만 1920년 나도향이 열아홉 살 무렵에 쓴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감상적인 청춘 드라마로, 은행에 근무하는 유일복은 어릴 적에 은행 지배인의 딸인 정희와 정혼하지만 그녀 대신에 주막집 딸 양순을 욕망하면서 세 사람 사이의 사랑과 배신이 극단적으로 전개된다. [젊은이의 시절]은 음악가가 되고 싶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갈등하는 주인공 조철하와 그를 이해하는 누이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은 MP를 사이에 두고 친한 형 R과 미묘한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 동생 DH가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는 가난이 빚어내는 부모의 갈등을 열두 살 어린아이의 불안한 시선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백조파 특유의 감상적이고 낭만적으로 흐르던 작품 경향은 [여이발사] 이후 사실주의로 옮겨 가기 시작한다. [여이발사]에서 옷을 저당 잡힌 ‘나’는 고등 이발관 앞을 지나 저렴한 삼등 이발소를 찾아가 머리를 깎는다. 머리를 깎는 동안 ‘나’는 밀린 하숙집 밥값과 절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릴 일 등 생각이 많다. 주인공의 상상과 가난하고 냉혹한 현실을 잘 버무린 [여이발사]는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행랑 자식]은 박 교장 댁 행랑에 기거하면서 그 집 마당 쓰는 일을 맡은 행랑 자식 진태의 이야기다. 궁핍한 생활로 인한 열두 살 아이의 억울함과 분노, 부끄러운 감정이 생기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를 찾기 전]은 제분소에서 일하는 여직공이 겪는 생활고와 불행을 그리고, 전차 차장이 써 내려간 일기 형식의 작품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은 전차에서 몇 차례 마주친 여자에 얽힌 이야기다. [벙어리 삼룡이]는 아주 못생긴 데다 땅딸보요 옴두꺼비처럼 생겼으나 마음씨가 곱고 진실하며 주인에게 충실하고 부지런한 ‘벙어리 삼룡이’의 이야기다. 노예와 같은 삶을 받아들이고 새서방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충직했던 삼룡이가 새아씨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운명을 거역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레방아]는 마을에서 가장 부자이자 세력가인 노인 신치규와 그 집에서 막실살이하는 이방원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이방원은 남의 아내와 눈이 맞아 도망해 살고 있는데, 아내가 다시 신치규의 유혹에 넘어간다. 이 사실을 알고 신치규를 폭행해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이방원은 격분한 나머지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다. [뽕]에서 아편장이에 노름꾼인 남편 김삼보는 노름으로 아내 안협집을 딴다. 안협집은 어려서부터 정조를 팔아 가난한 삶을 이어온 헤픈 여자다. 그 둘 사이에 뒷집 머슴 삼보가 끼어들면서 일이 벌어진다. 나도향이 죽기 두 달 전에 쓴 작품 [지형근]은 사회문제와 더불어 현실 비판이 예리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체면, 의리 등 봉건의 잔재를 버리지 못한 채 소문만 듣고 돈벌이가 좋다는 강원도 철원군 노동자로 떠난 지형근의 이야기다. 지형근이라는 인물의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상과 무능력을 바탕으로 당대 몰락하는 양반 지주 계층이 전락한 과정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