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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닮은 나_ 고정욱
흙 작가 연보 |
李光洙, 춘원春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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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6~267
“그야, 양반이란 것들이 나라 정사를 잘못해서, 이를테면 국민을 바로 지도하지를 못해서 조선을 망쳐버린 것이야 사실이겠죠. 그렇지만 백성들은 왜 남 모양으로 혁명을 못 일으키우? 그놈의 양반 계급을 다 때려 부수고 왜 상놈 정치를 해보지 못했소?” 하고 정선은 상놈 공격을 시작한다. “(중략) 양반, 중인, 상놈을 금을 그어가지고는 벼슬은 양반만 해먹고, 중인은 역학이나, 의학이나, 수학 같은 기술 방면에밖에 못 나가고, 나머지 상놈 계급은 자자손손이 아전 노릇이 아니면 농, 상, 공업밖에 못 해먹고?농, 상, 공업이 천한 것이 아니겠지마는 조선 양반들은 그것을 천한 것으로 작정을 해놓았거든. (중략) 그분들이 농사 개량을 했겠소, 상공업 발전을 생각했겠소, 국방을 생각했겠소? 생각이라고는 어떡허면 높은 벼슬을 많이 하고 어떡허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것뿐이었소. (중략) 그러니까 말이오, 양반들이 죄를 지어서 농촌을 저 모양을 만들었으니 양반이 그 죄를 속해야 하지 않겠소. 어디 당신 양반을 대표해서 한번 농민 봉사를 해보구려.” 하고 숭은 웃었다. p. 515 이때에 날카로운 고동 소리가 들렸다. 긴 고동 뒤에는 작은 고동이 몇 마디 연해 들리고 차는 급자기 정거하려고 애쓰는 격렬한 진동을 하였다. 산월은 마치 무서운 소리를 들은 어린애 모양으로 숭의 조끼 가슴에 낯을 파묻고 숭에게 매어달렸다. 차는 정거하였다. 숭은 가까스로 산월을 떼고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온통 눈이다. 바른손 편을 보니 거기는 산 옆을 깎은 비탈이다. 소나무들이 눈을 이고 있다. 승무원들이 등을 들고 기관차 편에서 뛰어온다. “무슨 사고요?” 하고 숭은 차에 매어달리면서 물었다. p. 690~691 “난 서울 안 가요. 살여울서 농사짓고 있을 테야요. 작년에도 나허구 을순이허구 둘이서 농사를 지어서 벼 스무 섬허구, 조 열 섬, 콩 두 섬 했답니다. 금년에두 농사를 벌여놓았는데 벌써 모두 절반이나 나구…… 난 밥을 짓고 소 먹이지요. 내 손 좀 보아요.” 하고 꺼멓게 그을고 거친 손을 가지런히 숭의 눈앞에 내어보인다. “정말?” 하고 숭은 고개를 앞으로 숙여서 정선의 손을 보았다. 조그마한 손이 커질 리는 없지마는 피부는 많이 거칠었다. “그럼, 인제는 나도 농사를 많이 배웠어요. 소만에 목화 심고 망종에 모내고…….” 하고 정선은 웃었다. “오라잇. 그러면 내가 나가도록 살여울을 지키시오!” 하고 숭은 더욱 유쾌하게, “그래, 손수 지은 쌀로 손수 지은 밥맛이 어떻소? 서울서 먹던 밥맛과?” 하고 숭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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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숭은 보성전문 법과에 다니는 농촌 출신의 고학생으로, 여름 방학 때 고향 살여울에 돌아가 야학을 가르치면서 유순에게 마음이 끌린다.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된 허숭은 유순을 잊지 못한 채 장안의 갑부인 윤 참판의 딸 정선과 결혼한다. 이즈음 살여울에서 한갑이 유순의 뺨을 때린 농업기수를 때려눕히는 사건이 일어난다. 평소 농촌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허숭은 결국 아내 정선과 다투고 살여울로 내려가 한갑을 변호하고 고향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 그러던 중 정선이 김갑진과 불륜 관계임을 알고 경성으로 올라온 허숭이 아내에게 실망해 다시 귀향하려 하자 정선은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하고, 결국 한쪽 다리를 잃고 만다. 과거를 뉘우친 정선은 선화, 허숭과 함께 살여울로 내려가 유치원을 열고 농촌운동에 힘쓴다. 허숭이 고리대금업자 정근의 모함으로 감옥에 간 뒤에도 정선은 살여울을 지킨다. 김갑진은 허숭의 영향을 받아 검불랑에 들어가 개간 사업을 하며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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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문구는 〈동아일보〉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책을 읽는 이면 으레 있게 마련인 난독 시대를 나는 중학생 때에 보냈는데 그 무렵의 내 안목에 우리나라 작가에는 이광수만한 이가 없었고 나는 특히 《흙》을 제일로 쳤다. 그리고 빈농 맹한갑의 어머니가 뚝배기 대신 호박잎에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이 ‘된장에 있던 구더기가 뜨거운 것을 피해서 잎사귀 가장자리로 기어 나오기 때문’이라는 데에 이르면 번번이 가슴이 떨리곤 했다. 나도 이광수가 《흙》을 쓴 나이가 되면 이 정도는 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설레는 가슴을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광수가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절에 귀농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연재한 《흙》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적인 까닭은 후대 소설가들이 인정한 대로, 언어 표현력과 그 안에 담긴 생생한 삶의 모습,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욕망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소설로 가장 완벽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 풍속, 욕망의 삼중주에 빠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신문 연재 시에 같은 번호로 두 편이 실리면서 번호가 하나씩 당겨졌는데, 이후 책으로 묶으면서 빠뜨린 경우가 많았다. 애플북스의 이광수 장편소설 《흙》은 그 누락된 내용을 다시 싣고 잘못된 순서를 바로잡았다.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그동안 전체 원고가 아닌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잡지에만 소개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까지 최대한 모아 총서로 묶었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