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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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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삶

삶·1
삶·2
삶·3
삶·4
삶·5
삶·6
삶·7
삶·8
삶·9
삶·10

제2부 내 사랑 나의 동반자

내 사랑 나의 동반자·1
내 사랑 나의 동반자·2
내 사랑 나의 동반자·3
내 사랑 나의 동반자·4
내 사랑 나의 동반자·5
내 사랑 나의 동반자·6
내 사랑 나의 동반자·7
내 사랑 나의 동반자·8
내 사랑 나의 동반자·9
내 사랑 나의 동반자·10

제3부 풀각시

기다림
풀각시
사람들·1
사람들·2
사람들·3
사람들·4
산중에서
자연을 거스르고 싶은 욕구
원두막이 있는 풍경
사람들 누구나
청풍호에서
봉평 소나기
부모님 생각
귀갓길
약속

제4부 풀과의 전쟁

좋아서 하는 일
시골 옛이야기
의문의 세상
여름날의 질긴 잡초
삶에 동참하는 바람
구월 장마
멧돼지는 간곳없고
풀과의 전쟁
어찌하오리
가을 속 들녘

제5부 겨울 산사

꽃처럼 아름다운 별
겨울 산사
새해
거울 앞에서
인간의 생존
등산로에서
무형의 삶
부부는
환상 속에서
알고 싶은 나

제6부 어 하다 보니

살다 보면·1
살다 보면·2
소중한 지금
보이지 않는 마음
옛 시골 풍경
검은 태양
의림지 솔밭공원
말 알아들은 감나무
서리 내린 날
어 하다 보니
미로 속에서

제7부 회오리바람

인간의 본심
오묘한 자연의 조화
농장 가는 길
찰나의 환상처럼
고구마 심기
참새 떼처럼
생명의 소리들
옛날엔 그랬지
인성
바람이 불어올 때
모두가 꿈이었네
회오리바람
가뭄 탄 해
미세 먼지
내 황혼

제8부 설악의 비경 주전골 산수

설악의 비경 주전골 산수
인생에 있어 바람은
명상
인생이란
태양과 바람 앞에
황혼의 치매
산행
타작
호롱불
벙어리 스승들
메마른 눈물로 우는 울음
양심과 욕심
어머님

제9부 고구마 캐기

고추밭 일
고구마 캐기
신작로
가을은 가고
눈 쌓인 골목
그리움
데카포 호수
사랑 속 의무
자연에 머문 삶
이 세상 삶
맑음

□해설_최길하

저자 소개 1

충북 보은 출생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2003) 한국시 운영위원 역임 제천문인협회 회원 시집 『내 여로의 그림자』, 『해를 품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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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28*210*20mm
ISBN13
9788957946244

출판사 리뷰

지금 시인이 서 있는 곳
―서동윤 시인의 시 세계

최길하│시인

어떤 예술 작품이든 젊었을 때는 재기발랄하고, 황혼기에는 상대적으로 관조적이다. 서동윤 시인의 시들은 황혼기 시들이 많다. 젊었을 때 써 둔 시들도 시집을 엮으면서 황혼기의 관점으로 고쳐 쓴 작품들이다. 인생을 한 발 비켜서서 바라본 시들이다. 관조적이며, 법구경을 듣는 듯하다.

노을의 아름다움, 단풍의 아름다움. 서동윤 시인에게서 투명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가끔 곱게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서정시 같다. 언어의 품격 말의 여유와 음색까지 음악적이면 설레게 한다.

시를 쓰고 사색하고 자기 모습을 늘 비추어 보는 삶이면, 우리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어떤 황혼이 될까? 마음이 짓는 무늬는 그대로 밖으로 드러난다. 외모가 변한다. 마음에 따라 모습은 동조(動調)된다. 시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마음과 삶과 시가 같아야 한다. 시를 쓰면서 시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꾸미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 시가 곧 삶이고자 할 때 우리 몸은 아름다운 아우라를 풍기게 된다.

서동윤 시집 속 시 중에 어떤 시를 제일 앞에 골라볼까? 시평을 무엇으로 시작할까?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어 하다 보니〉란 시가 들어온다. 그렇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란 게 그렇다. 시인이 헤쳐 온 세월은 참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사람은 풍요로웠던 기억보다 결핍의 기억이 오래 남고 사랑보다 연민이 더 오래 마음에 앉아 나를 아프게 하고 철들게 한다. 그것이 사람이다.

소설가, 화가, 음악가 다 집을 짓는 일이다. 꾸미고 구성한다고 ‘가家’를 붙인다. 그런데 시를 쓰는 사람을 ‘시가’라고는 하지 않는다. 시인詩人이라고 한다. 사람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시인이란 일상의 삶이 진선미에 이르고자 하는 염원이고 몸짓이다.

〈어 하다 보니〉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철모르던 유년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그 시절이 지나가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기르며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살았다. 그러다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고 그제사 한번 허리 펴고 돌아보면 추수 끝난 들판처럼 막막해진다. 누구에게나 그 순간이 온다. “어 하다 보니”

세상모르고 살았습니다/ 아버님 사랑이 커서 어리광이 많았고/ 울음 끝도 길어서/ 친구와 이야기할 것 다 하다가도/ 막내 짓 하느라고/ 어머님만 보면 울었습니다쬤 그래도 아버님 칭찬은/ 시작하면 끝맺음이 확실하다고/ 그거 하나면 족하다고/ 그 말씀이 어제 같았는데/ 이제 노을 진 내 나이
―〈어 하다 보니〉 일부

〈농장 가는 길〉이란 시를 보자.
시인은 지금도 하루하루를 농장에 나가 보낸다고 한다.

산모롱이 길 따라/ 산굽이 돌아서면/ 진달래꽃 따 먹던/ 소꿉친구가 달려 나오고/ 소 몰아 밭 가는 풍경이/ 평화롭게 그려집니다쬤 봄볕에 논밭이 꿈틀대고/ 내 붉은 피가 짜릿하도록/ 산자락에 진달래꽃이 붉게 피면/ 부모님 그늘에서 세상모르고 살던/ 옛날을 설레게 하는 농로가/ 그 그리움 속에 나를 가둡니다.
―〈농장 가는 길〉 전문

우리 민족은 오행으로 세상 이치를 점치고 앞날을 예견했다. 봄은 새싹이 나오므로 목(木), 여름은 타오르는 불[火], 가을은 꽃이 열매로 영그는 금金, 겨울은 생명을 품은 씨앗 물[水], 그리고 중앙은 토(土)로 중화(中和)다.

봄 다음엔 여름이 온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여름 다음엔 가을이 온다는 것을 모두 안다. 그래서 봄 다음엔 여름 ‘목생화’ 상생이 된다. 여름 다음엔 가을 ‘화생금’ 상생이 된다.

그런데 봄 다음에 여름을 건너뛰고 가을이 되면 ‘목극금’ 상극이 된다.
상생과 상극의 궁합은 순서대로냐? 한 철을 건너뛰느냐 차이다.
인생도 계절이다. 가을엔 겨울을 생각하고 겨울엔 봄을 생각한다. 가을에서 봄을 생각하지 않는다. 한 계절을 건너뛰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인은 지금 늦가을에서 겨울의 문턱이란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그 봄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이가/ 나이 탓인지/ 자기 없으면 어떻게 살겠느냐고/ 물었습니다쬤 야생의 가시 찔레꽃/ 매콤한 향기/ 농사일로 들녘을 헤매는/ 나의 그림이 그려졌나 봅니다쬤 짝꿍 없는 홀대나/ 늙은 존재의 가치가 젊음에 밀려/ 수긍하기 어려운 삶일 때/ 하나둘 내려놓는 인생이 보였습니다.
―〈내 사랑 나의 동반자·8〉 전문

‘멍’해졌다. 이럴 땐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본다. 멀리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아득함을 보는 것이다. 한평생 같이 살아온 연민 내 살붙이가 된 것이다. 나야 눈 감으면 편한데 저 사람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다.

기다림에는/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기다림이 있고/ 온다는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기다림이 있습니다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기다림은/ 그리움이고쬤 온다는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기다림은/ 사랑입니다.
―〈기다림〉 전문

삶의 경전이다. 곧 저쪽에서 모습이 보일 것 같은 사랑의 기다림, 그 세월도 있었고 이제는 오지 않는 부질없는 기다림 그리움이 되었다.

세월을 풀어놓은 그이가/ 어릴 적 고향에 가야 한다며/ 그리움을 이야기하면서도쬤 평생 자식 낳고/ 같이 살아온 사람을/ 낯설어하니쬤 황혼에/ 삶의 무게를 안기는 그이/ 오늘도 해는 뜨고 졌습니다.
―〈황혼의 치매〉 전문

치매란 뇌가 나를 속이는 것이지만, 내가 뇌를 속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뒤집어도 본다.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은 전자의 조화 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커다란 돌산이 있는데 이것을 갈고 갈아 밀가루 먼지의 한 1억 분의 1 먼지 세계가 전자 귀신의 세계다.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이 전자로 이루어졌는데 우리 뇌도 전자 귀신 먼지의 전기신호로 작동된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생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곧 생각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것이다.
치매란 “세월을 풀어놓은 그이가/ 어릴 적 고향을 가야 한다며” 생각이 그대로 현실로 그려지는 것이다. 치매! 그것은 간절한 그리움의 세월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았다는 인생의 전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한 새벽 찬 서리로/ 푸르렀던 대추나무잎이/ 생으로 오소소 떨어지고/ 풀잎은 누렇게 누었습니다쬤 흙에 부대낀 꼬지지한 바지가/ 너덜되도록 흙냄새 풍기던/ 내 그림자가 바람에 일렁이는데쬤 추수 끝낸 텅 빈 밭/ 작물이 아우성치던/ 삶의 풍경은 사라지고/ 나는 휴면을 부르짖는 깃발을 흔듭니다.
―〈가을 속 들녘〉 전문

지금 시인의 몸과 마음이 서 있는 곳, 가을걷이가 끝난 허허로운 들녘, 이 모습이 바로 시인의 참시(詩)다.

봄에 피어나고 여름에 펼쳐지고 가을에 열매 맺어 영글고 마침내 빈 들녘이 되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은 온도가 있다. 온도가 생명의 징표다. 에너지며 ‘기(氣)’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기운 생동이라 하고 서양에서는 모든 물질을 에너지 ‘e’로 풀어낸다. E=hv, 모든 것은 진동과 따뜻함(온도) 차이라는 말이다.
‘사람’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삶’이 된다. ‘삶’은 시각, 청각, 취각, 미각, 촉각. 이 ‘5온’의 온도며 5온의 연기 작용이다. 온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에너지를 잃는다는 것이며 5온의 밧데리 전압이 방전되고 있다는 신호다. 흐려지면 굳어지고 굳어지면 엔트로피의 증가 산화가 된다. 이 과학적 전개를 불교에서는 의인화하여 ‘관음’ 사상으로 말하고 있다. 즉 자비와 파동이다.

무슨 억지를 부려도 어머니 관음이 내 말을 다 들어준다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과 공감하는 떨림의 마음이라는 ‘관음보살’을 각자 주치의로 어머니로 모시는 것이다. 그래서 ‘수월관음도’를 보면 관음보살이 물을 담은 수반에 버드나무 가지를 꽂아 놓고 있다. 청진기다. 이 세상 삼라만상의 모든 아픔과 괴로움을 이 진동 안테나로 감지하고 같이 아파한다. 그렇게 치료해 주는 것이다.

음악도 같은 주파수로 화음을 이루는 행위니 음악과 관음은 사촌이다. 이것이 스펙트럼 빨주노초파남보 색으로 전개되면 미술이 되고 삼라만상이 된다. 색에 따라 진동 에너지가 다 다르다. 색과 소리를 문자로 전개한 것이 ‘시’다.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모든 전자 카드에는 어린애 손톱만 한 카드의 필름이 찍혀 있다. 이 필름을 전개하면 그 사람의 일생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나의 모든 정보가 담긴 2차원 필름이 3차원 입체로 펼쳐지는 것이다.

내 몸의 세포 한 조각, 침 한 방울 속 DNA는 나의 먼 조상부터 쌓여 온 5온의 모든 감각이 필름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 정보를 지금 이 순간에 맞춰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이게 현상이라는 것이고 이 마당 필드가 세상이다.

지금 내 몸의 세포, DNA 창에 추수 끝난 들녘이 비친다. 가을이다. 꽃 피고 새 울고 웃고 우는 사이 이 세상의 바람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나는 이 세상 바람의 플랫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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