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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이상 소설 전집
이상 저 신범순 해설
시간과공간사 202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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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2월 12일
지도의 암실
휴업과 사정
지팡이 역사
불행한 계승
지주회시
날개
봉별기
동해
황소와 독깨비
공포의 기록
종생기
환시기
실화
단발
김유정
미주
작품 해설
이상 연보

저자 소개 2

李箱, 김해경金海卿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1910년 8월 20일에 태어났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재학 중 학생 회람지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1929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어 근무하던 중 12월에 건축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된다. 1928년 졸업 앨범에서 평생 동안 필명이 되는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1930년 [조선]에 첫 소설 『12월 12일』 연재를 시작하며 등단했다. 이후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내며 활발한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1910년 8월 20일에 태어났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재학 중 학생 회람지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1929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어 근무하던 중 12월에 건축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된다. 1928년 졸업 앨범에서 평생 동안 필명이 되는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1930년 [조선]에 첫 소설 『12월 12일』 연재를 시작하며 등단했다. 이후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내며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친다.

1934년에는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연재했는데, 난해하고 파괴적인 형식에 독자들의 항의를 받고 연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오감도 작가의 말」은 연재 중단 후 쓰여 해당 잡지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1936년「날개」를 발표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날개」는 이상의 대표 소설이다. 이듬해는 1937년 2월 사상불온 혐의로 일본 경찰에 유치되었고, 같은 해 4월 17일 도쿄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현대시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며, 1930년대에 있었던 20년대의 사실주의, 자연주의에 반발한 모더니즘 운동의 기수였다. 그는 건축가로 일하다가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겉으로는 서울 중인 계층 출신으로 총독부 기사였던 평범한 사람이지만, 20세부터 죽을 때까지 폐병으로 인한 각혈과 지속적인 자살충동 등 평생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기이한 작가였다. 한국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시와 소설을 창작한 바탕에는 이런 공포가 늘 그의 삶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10년에 태어나 1912년 아들이 없던 백부 김연필(金演弼)의 집에 장손으로 입양되었고, 백부의 교육열에 힘입어 신명학교, 보성고등보통학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마쳤다. 손가락이 잘리고 빈궁하게 살았던 친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와 자신을 입양한 백부에 대한 증오심으로 어린시절을 보냈다. 영민하여 학업 성적은 우수하였고,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질이 있어 학창시절, 직장시절 내내 그림에 꿈을 품고 열중하였다. 또한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있었고, 예술적 이상향으로 동경(도쿄)을 꼽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선각자이며, 천재, 모더니즘의 기수이자 전위예술의 선구자라고 자처했는데, 식민지 시대임에도 민족적인 자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범세계적이고 현대적인 문명에 심취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 고유의 색채를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 문학계에 유행하던 모더니즘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실제 생활은 나태하고 난잡, 무기력했다고 전해지며,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잡지 [조선(朝鮮)]의 1930년 2월호부터 12월호까지 9회에 걸쳐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한 『12월12일(十二月十二日)』을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였고, 1931년 『이상한 가역반응』을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BOITEUX·BOITEUSE』 『오감도』 등을 [조선과 건축]에 발표했고, 1932년 단편소설 『지도의 암실』을 [조선]에 발표하면서 비구(比久)라는 익명을 사용했으며,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하였다. 이후 [구인회]에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다. 미친수작, 정신병자의 잡문이라는 혹평을 받아 결국 30회로 예정되어 있었던 분량을 15회로 수정하여 연재가 중단되었지만 열화와 같은 찬반양론을 일으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소설 『지팡이 역사』 수필 『혈서삼태』와 『산책의 가을』 등을 발표하였고, 1935년에는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재되는 동안 삽화를 맡아 그리기도 하는 등 창작 활동은 계속하였다. 친구인 구본웅(具本雄)과는 신명(新明)학교 동기동창일때부터 각별히 친했으며, 대학입학시 그가 선물한 스케치박스(사구상)에서 필명인 이상이 나왔다는 설이 전해진다. 화가 구본웅이 인쇄소 창문사에 이상의 일자리를 주선하여 근무하면서 1936년, 구인회의 동인지인 [시와 소설]을 창간하고 편집해 발간하지만 1집만을 발간하고 그만둔다. 이후 [중앙]에 『지주회시』 [조광]에 『날개』 『동해』를 발표하였다.

백부에게서 유산을 물려받고 가족들과 함께 살았으나, 가족들의 무지와 가난에 곧 질려서 보름만에 나와버렸다. 1933년, 무질서한 생활로 폐병이 심해져 각혈까지 한 그는 총독부 기사직을 그만두고 구본웅과 함께 황해도 백천에서 요양 생활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그의 연인인 금홍을 만났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금홍을 못잊고 방황 하다가 제비 다방을 마련해 그녀를 마담자리에 앉혔다. 그는 금홍과의 만남 이후에도 여러 여급들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들을 무척 사랑하긴 했지만 그 행복이 오래간 적은 없었다. 다만 이들과의 관계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어 작품들을 집필하였다. 1933년부터 1937년까지, 그는 금홍과 권순희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가면 『봉별기』, 『날개』, 『지주회시』 그리고 『종생기』등과 전문시 음화시, 문명 비평류의 수필 등을 산더미처럼 쏟아내었다. 이 수많은 작품들이 술에 절어있던 한밤 중에 쓰여졌다는 사실은 ‘천재 이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그러던 그는 이화여전 출신인 여류문인이자 친구 구본웅의 이복동생인 변동림(이상이 죽은 뒤 순화 김환기의 부인이 된 김향안 씨)과 결혼을 하였다. 그녀는 금홍과 달리 빈민굴에서 고생하는 그의 가족과 깊은 친분을 맺었다. 하지만 그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녀는 카페의 여급으로 일하며 입에 풀칠을 하게 되었다. 건강악화와 어려운 경제적 여건 등, 국내에서의 비참한 현실과 마주친 이상은 도피하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탓인지, 가족과 아내를 남겨둔 채 1936년에 동경행을 선택했다. 동경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가난을 절절히 겪던 그는 『종생기』, 『환상기』, 『실락원』, 『실화』, 『동경』 등의 수많은 작품을 엮어냈고, 『봉별기』를 [여성]에 발표하였다.

그의 마지막 여자인 변동림은 『동해』 『단발』 구필 『행복』 『종생기』의 『선』 『실화』의 『연』 등에서 지금까지 살아 숨쉬고 있다.이듬해 2월, 극도로 악화된 건강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이상은 1937년 불량선인(사상불온) 혐의로 운 나쁘게도 일본 경찰에게 검거되어 옥살이를 치렀다. 건강이 악화되어 거의 시체나 다름없게 된 그는 보석을 허가받아 평소 동경제대의 부속병원에 입원했다. 항상 여자와 문학에 빠져 살던 이상은 결국 날지 못한 채 변동림이 구해온 레몬의 향기를 맡으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해는 화장하여, 경성으로 돌아왔으며, 같은 해에 숨진 김유정과 합동영결식을 하여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치되었으나, 후에 유실되었다. 20세기 한국문학사에 내장된 최고의 형이상학적 스캔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집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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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신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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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상학회 회장과 한국현대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 :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2007)와 『이상 문학 연구 : 불과 홍수의 달』(2013) 등은 이상 문학을 역사철학과 신화적 지평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이상 시 전집: 꽃속에 꽃을 피우다』(2017)은 기존의 이상 시 전집에 나타난 오류를 수정하고 이상 시에 대한 총체적이고 꼼꼼한 주해를 달고 있다. 『구인회 파라솔(PARA-SOL)파의 사상과 예술 :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상학회 회장과 한국현대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 :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2007)와 『이상 문학 연구 : 불과 홍수의 달』(2013) 등은 이상 문학을 역사철학과 신화적 지평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이상 시 전집: 꽃속에 꽃을 피우다』(2017)은 기존의 이상 시 전집에 나타난 오류를 수정하고 이상 시에 대한 총체적이고 꼼꼼한 주해를 달고 있다. 『구인회 파라솔(PARA-SOL)파의 사상과 예술 : 신체악기(ORGANE)의 삶, 신체극장의 아크로바티(ACROBATIe)』(2021)는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 :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2007)과 『노래의 상상계 : ‘수사’와 존재생태 기호학』(2011)에 이어지는 대표 저작이다.

저자는 4세대 국문학자로서 근대적 학문 제도를 뛰어넘어 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의 학문을 열기 위한 모색을 선도해 왔다. 그는 한국 문학 연구에서 ‘서구’ ‘근대’ 이론의 추수를 반성하고 새로운 학문 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를 가장 실천적으로 보여준 학자다. 또한 문학과 예술이 점유하는 자유로운 영토 안에서 가장 광대한 사유를 발견하고, 풍요로운 사회적 진화를 꿈꿀 수 있음을 끊임없이 역설해 왔다. 이러한 입장을 학문적 결실로 맺기 위해 저자는 미적 근대를 한국 현대 문학의 최고 이념처럼 여기는 연구 풍토와 전쟁도 불사하는 투사적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저작에서뿐만 아니라 그의 새로운 책에도 ‘전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가 근대적인 거울 세계와의 전쟁을 치르는 시인이자 전사이며 학자인 이상 문학 연구에 오랜 시간 매진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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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135*210*35mm
ISBN13
9791190818551

책 속으로

나에게, 나의 일생에 다시없는 행운이 돌아올 수만 있다 하면 내가 자살할 수 있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까지는 나는 죽지 못하는 실망과 살지 못하는 복수(復讐)-이 속에서 호흡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지금 희망한다. 그것은 살겠다는 희망도 죽겠다는 희망도 아모것도 아니다. 다만 이 무서운 기록을 다 써서 마치기 전에는 나의 그 최후에 내가 차지할 행운은 찾아와 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서운 기록이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
--- 「12월 12일」 중에서

가볍게 주먹으로 소운의 허리께를 쿡 찌르면서, 상은 울며 웃는 상판이었다. 이런 때 그는 가장 많이 가면(假面)을 사용하는 것인데, 그 가면이야말로 상 자신의 본얼굴에 제일 가까운 것인 줄을, 그 자신의 본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으로선 결코 알아챌 수는 없다. 모르면 몰라도 상 자신조차-가 그 정교함에는 미처 주의하지 못한다.
--- 「불행한 계승」 중에서

밤-홍수가 고갈한 최초의 밤-신기하게도 건조한 밤이었다. 안해야 너는 이 이상 더 야웨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명령해 둔다. 그러나 안해는 참새 모양으로 깽깽 신열까지 내어 가면서 날이 새도록 앓았다. 그 곁에서 그는 이것은 너무나 염치없이 씨근씨근 쓰러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안 골던 코까지 골고-아-정말 양돼지는 누구냐. 너무 피곤하였든 것이다. 그냥 기가 막혀 버렸든 것이다.
--- 「지주회시」 중에서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늠바리인 것이다. 내나 안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안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 「날개」 중에서

밤은 이미 깊었고 우리 이야기는 이게 이 생(生)에서의 영이별(永離別)이라는 결론으로 밀려갔다. 금홍이는 은(銀)수저로 소반 전을 딱 딱 치면서 내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구슬픈 창가(唱歌)를 한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구비구비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운운(云云).”
--- 「봉별기」 중에서

나는 내 언어가 이미 이 황막한 지상에서 탕진된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만치 정신은 공동(空洞)이요, 사상은 당장 빈곤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유구한 세월을 무사히 수면(睡眠)하기 위하야, 내가 몽상(夢想)하는 정경을 합리화하기 위하야, 입을 다물고 꿀항아리처럼 잠자코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 「동해」 중에서

나는 물론 그 자리에 혼도(昏倒)하야 버렸다. 나는 죽었다. 나는 황천을 헤매었다. 명부(冥府)에는 달이 밝다. 나는 또다시 눈을 감았다. 태허(太虛)에 소리 있어 가로대, 너는 몇 살이뇨? 만이십오 세와 십일 개월이올씨다. 요사(夭死)로구나. 아니올씨다. 노사(老死)올씨다.
--- 「종생기」 중에서

그날 나도 초저녁에 술을 좀 먹고 곤해서 한참 자는데 별안간 대문을 뚜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1시나 가까웠는데-하고 눈을 비비고 나가 보니까 유정이 B군과 S군과 작반(作伴)해 와서 이 야단이 아닌가. 유정은 연해 성(盛)히 곤지곤지 중이다. 나는 일견에 “익키! 이건 곤지곤지구나” 하고 내심 벌써 각오한 바가 있자니까 나가잔다.
--- 「김유정」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역사와 문명 속에 갇힌 인간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이상의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의 소설 세계 전체를 관통하며 읽어야 한다. 이 『날개: 이상 소설 전집』은 개별 단행본에서 온전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이상의 소설 16편을 생전 미발표 유고까지 빠짐없이 망라했다.

· 실험과 도약의 서사: 최초의 장편 「12월 12일」부터 전위적인 동물 기호로 인간 문명의 퇴행을 꼬집은 「지도의 암실」, 단편 「휴업과 사정」, 「지팽이 역사」
· 파산과 절망의 내면 풍경: 제비 다방 폐업 이후 생활의 궁핍과 심리적 불안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공포의 기록」, 「불행한 계승」
· 자의식과 관계의 해체: 금홍과의 애증 어린 관계를 바탕으로 식민지 근대인의 분열을 포착한 ‘금홍 3부작’(「지주회시」, 「날개」, 「봉별기」)
· 확장된 서사의 층위: 순박한 설화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이상의 유일한 동화 「황소와 독깨비」, 지적인 여성과의 심리적 거리를 짚어낸 「환시기」와 「동해」
· 도쿄에서의 마지막 불꽃: 죽음을 예감하며 매일의 생을 하루 단위로 치열하게 불태운 걸작 「종생기」와 사후 발굴된 유고작 「실화」, 「단발」, 「김유정」

이처럼 16편 전편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읽어내는 작업은 파편적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소설가 이상’의 서사적 야심과 고투를 비로소 실체로 마주하게 해준다.

파격의 문장을 가장 온전하게 마주하는 법
원전의 숨결을 살리고 주석으로 이해를 돕다

이상의 텍스트는 파격적인 문장부호와 난해한 어휘로 팽팽한 편집적 긴장을 요구한다. 이 책은 독자가 이상의 소설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띄어쓰기는 현행 맞춤법에 맞게 다듬었지만, 1930년대의 표기법과 특유의 문장부호는 그대로 살려 원전의 숨결을 보존했다. 현대어로 무리하게 가공하지 않은 자리는 방대한 주석으로 채워 넣었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이상 고유의 조어와 관념어, 당대의 시대 어휘마다 책임 편집자가 꼼꼼히 주해를 달아 독자들이 원형을 음미하면서도 복잡한 글을 막힘 없이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박제된 천재’의 자의식과 매일의 종생
신범순 명예교수의 독보적 해설

한국 근대문학 연구와 이상 비평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신범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심층 해설 「동물왕국과 공포의 성채 속 종생들의 황금빛 서사」를 실어 전집의 깊이를 더했다. 이상의 소설을 단순한 신변잡기나 기벽의 산물이 아닌 흉내와 모방의 굴레를 거부하고 단단한 주체로 서고자 했던 고유한 ‘동물 기호학’(「지도의 암실」), 삼십삼 번지 방 안에서 질식해 가는 자아의 실존적 조건(「날개」) 그리고 일상의 기계적 모방을 깨고 자의식의 틈(郤)을 뚫어 하루를 평생처럼 살고자 했던 ‘극유산호(郤遺珊瑚)’의 창작 미학(「종생기」)으로 엮어내며 이상의 텍스트가 지닌 내적 논리를 단단하게 해체하고 복원해 낸다. 상식의 바깥으로 밀려난 자의 고독, 권태와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의식의 날을 벼렸던 이상. 소설 16편 전체를 가장 정확하고 온전한 텍스트로 담아낸 이 책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가장 도발적이고 눈부신 심연으로 독자들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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