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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시작하며
1관. 조선의 현실 세계 제1전시실. 풍속화에서 연출 찾기 봄 ✲ 봄빛이 전원에 가득하다_ 신윤복, 〈춘색만원(春色滿園)〉 봄 ✲ 젊은이들의 봄나들이_ 신윤복, 〈연소답청(年少踏靑)〉 봄 ✲ 봄을 즐기는 들놀이의 흥겨움_ 신윤복, 〈상춘야흥(賞春野興)〉 봄 ✲ 우물가의 밤 대화_ 신윤복, 〈정변야화(井邊夜話)〉 여름 ✲ 맑은 강에서 뱃놀이하다_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여름 ✲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연꽃을 감상하다_ 신윤복, 〈청금상련(聽琴賞蓮)〉 여름 ✲ 소년이 꽃을 꺾다_ 신윤복, 〈소년전홍(少年剪紅)〉 가을 ✲ 가을에 맺은 아름다운 인연_ 신윤복, 〈삼추가연(三秋佳緣)〉 가을 ✲ 기생을 데리고 단풍놀이를 가다_ 신윤복, 〈휴기답풍(携妓踏楓)〉 겨울 ✲ 밤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가다_ 신윤복, 〈야금모행(夜禁冒行)〉 제2전시실. 초상화에서 선비 정신 읽기 굽히지 않는 꿋꿋한 지조를 그리다_ 변상벽, 〈윤급 초상〉, 1766년 영조 42년 시련과 고난의 눈빛을 그리다_ 신한평, 〈이광사 초상〉, 1774년 영조 50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삶을 그리다_ 한정래, 〈임매 초상〉, 1777년 정조 1년 선비의 자부심을 그리다_ 강세황, 〈자화상〉, 1782년 정조 6년 올곧은 정신을 두 화가가 함께 그리다_ 이명기·김홍도, 〈서직수 초상〉, 1796년 정조 20년 2관. 조선의 염원 세계 제1전시실. 영모화에서 다른 부분 찾기 풍요롭게 대대손손 살길 바라는 마음_ 신사임당, 〈수박과 쥐〉 / 정선, 〈수박과 도둑 쥐〉 닭이 병아리를 거느리다_ 정선, 〈맨드라미와 늦병아리〉 / 변상벽,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가을날 국화밭의 고양이_ 정선, 〈가을날 한가로운 고양이〉 / 변상벽, 〈국화 핀 뜰 안의 가을 고양이〉 잉어,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다_ 이광사·이영익, 〈잉어〉 / 심사정, 〈물고기가 뛰어 해를 맞이하다〉 매와 같이 굳은 의지로 세상을 밝혀 주소서_ 심사정, 〈성난 매가 꿩을 노려보다〉 / 정홍래, 〈바다 매가 해를 맞이하다〉 뭇짐승의 왕이 삿된 것을 물리치다_ 김홍도, 〈소나무 아래 사나운 호랑이〉 / 이의양,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살다_ 강세황, 〈향기는 멀수록 맑다〉 / 김홍도, 〈연꽃과 고추잠자리〉 제2전시실. 도석화에서 상징 읽기 수노인이 인간의 수명을 정하다_ 김명국, 〈수노인이 거북이를 끌다〉 / 윤덕희, 〈남극노인〉 / 장승업, 〈춘남극노인〉 노자가 푸른 소를 타고 관문을 나서다_ 정선, 〈청우출관(靑牛出關)〉 / 김홍도, 〈노자가 관문을 나서다〉 양치는 소년, 신선이 되다_ 김홍도, 〈금화편양(金華鞭羊)〉 / 이인문, 〈양을 치며 피리를 불다〉 박쥐의 정령이 신선이 되다_ 김홍도, 〈장과가 거꾸로 타다〉 / 김득신, 〈대복과 길상의 두 신선〉 마고가 불로주에 쓸 지초를 캐다_ 김홍도, 〈군선도(群仙圖)〉 가운데 마고 선녀 / 최우석, 〈마고채지도(麻姑採芝圖)〉 달마, 바다를 건너다_ 심사정, 〈달마도해(達摩渡海)〉 / 김홍도, 〈절로도해(折蘆渡海)〉 / 조석진, 〈달마도해〉 호랑이를 길들인 아라한_ 정선, 〈송암복호(松岩伏虎)〉 / 김홍도, 〈고승이 호랑이를 타다〉 전시회를 마치며 도움받은 책 도판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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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 특별전』에서는 옛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1관과 염원 세계를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세부 그림 주제는 1관에서 풍속화와 초상화, 2관에서 영모화와 도석화다. 이 두 개의 전시관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조선 회화의 참재미를 느낄 절호의 기회다. 풍속화에서는 신윤복 특유의 연출을, 초상화에서는 지조 있는 선비 정신을, 영모화에서는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도석화에서는 상징을 찾아 읽는다. 조선 문화 절정기의 회화를 다채롭게 엮어 낸 특별한 전시회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 본문 [전시회를 시작하며] 중에서 신윤복은 인물들의 정신을 그리는 데 눈빛만으로도 충분하였다.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심리 상태가 그림 속 인물들의 눈빛에 담겨 있다. 그래서 신윤복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인물들 간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신윤복이 오늘날 태어났다면 뛰어난 영화감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신윤복을 이렇게 불러 보자. ‘조선의 크리스토퍼 놀란.’ --- 본문 [1관에 입장하며] 중에서 아래쪽 커플은 시간에 늦어 부리나케 달려 들어온다. 기녀가 뒤집어쓴 장옷엔 봄바람이 묻어 있다. 그래서 신윤복을 바람의 화원이라고 불렀는가. 헐레벌떡 뒤따라오는 선비도 얼마나 급했으면 갓은 뒤로 넘겨 버렸다. 댕기 머리 어린 마부는 그래도 다 왔다는 걸 알기에 조랑말을 급하게 정지시키느라 두 발뒤꿈치로 땅을 누르고 있다. 이 얼마나 정확한 연출이란 말인가. --- 본문 [젊은이들의 봄나들이] 중에서, 신윤복 〈연소답청〉 머리에는 관모인 사모를 쓰고 옷은 평복인 도포를 입은 이 상황은, 오늘날로 말하면 상의는 정장 재킷을 입고 하의는 운동복 바지를 입은 것과 같다. 관복에는 사모, 도포에는 사방관을 쓰는 것이 정식이다. 가슴에는 당상관들이 평복에 매는 붉은 세조대를 매었다. 조선 500년 초상화의 드레스 코드를 깬 이 사람은 누구인가. --- 본문 [선비의 자부심을 그리다] 중에서, 강세황 〈자화상〉 김홍도는 연꽃과 연잎의 일생을 한 화면에 모두 담았다. 아래 꽃봉오리는 초년, 활짝 핀 연꽃은 중년, 꽃잎이 모두 떨어져 연밥만 남은 노년, 이렇게 연꽃의 3단계가 모두 자리했다. 어디 이뿐이랴. 연잎은 말린 상태에서 길어지고, 다 길어지면 활짝 펴지고, 시들 때는 끝에서부터 갈색으로 바스러진다. 올여름 전국의 연밭을 다 뒤져도 카메라 앵글에 이렇게 잡힐 리 없다. --- 본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살다] 중에서, 김홍도 〈연꽃과 고추잠자리〉 그림에는 남극노인을 시중드는 동자가 같이 나왔다. 다른 신선 그림에서도 때때로 나이 든 신선들은 어린아이의 시중을 받는다. 여기서는 아이가 단순히 시중드는 임무에서 벗어났다. 그 증거는 남극노인에게 양손으로 바치고 있는 복숭아다. 저 복숭아는 보통 복숭아가 아니다. 하나 먹으면 6만 년 산다는 전설 속 신선 복숭아, 선도(仙桃)다. 사실 저 아이는 선도를 세 개나 먹어 18만 년 산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다. 남극노인과 동방삭은 오래 사는 신선들의 대표이기 때문에 한 화면에서 만난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 분홍 저고리와 푸른 바지를 입은 동방삭이 자신의 머리통만 한 복숭아를 남극노인에게 바치고 있다. 남극노인은 선도를 먹지 않아도 영원히 살 텐데 그래도 선물을 받아 기쁜지 얼굴이 환하다. --- 본문 [수노인이 인간의 수명을 정하다] 중에서, 장승업 〈춘남극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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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현실과 염원 세계를 아우르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전시회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람도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를 때가 있듯, 모든 일의 표면과 내면을 아울러 두루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본질을 읽는 균형 잡힌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의 『조선 미술 특별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옛사람들의 현실과 이상 세계를 아우르며 조각난 시대의 단편을 하나로 엮었으니, 이보다 조선 사람들을 입체적이고 진실되게 담아낸 미술책이 또 있을까? 특별 전시회 형식으로 구성된 책의 1관에서는 풍속화와 초상화를 통해 조선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고, 2관에서는 영모화와 도석화를 통해 옛사람들이 가슴속에 품었던 소망과 염원, 그리고 이상향을 들여다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그림별로 다른 감상 방식을 취한 것이 이번 책의 묘미다. 풍속화에서는 신윤복 특유의 천재적인 연출법을, 초상화에서는 인물에 얽힌 사건을, 도석화에서는 그림에 숨겨진 상징을 찾고, 영모화에서는 비슷한 주제의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책에는 독자들의 능동적인 그림 감상을 위한 장치도 숨겨져 있다. 바로 ‘질문’이다. “왜 김홍도는 신화 속 양을 염소로 바꿔 그렸을까?”, “잉어를 강이 아닌 바다에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호랑이와 소나무를 함께 그려서 얻는 효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질문과 함께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파헤치다 보면, 고루했던 옛 그림이 한 편의 생생한 영화가 되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림 속 세 커플 중 지각한 커플은? 모자는 관모를 쓰고, 옷은 평복을 입은 선비의 속마음은? 상징을 찾고 연출을 뜯어보는 사이, 나도 모르게 푹 빠지는 한국 미술 도슨트 북 배경지식이 없으면 옛 그림을 보는 일은 단순한 미학적 감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 미술 특별전』은 다르다. 가지 끝에 걸린 달로 시간을 유추하거나 머리에 꽂은 잎사귀로 계절을 읽어 내는 일, 앉거나 서 있는 자리, 지닌 물건, 옷차림 등에 따라 신분이나 직업을 알아내는 일까지, 미술사학을 바탕으로 한 예리한 해석 덕분에, 우리는 그림이 동영상이 되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고미술계 스타 도슨트 탁현규, 그의 강연이 인기 있는 이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족집게 강의하듯 숨은 상징과 연출법을 쏙쏙 골라낸 뒤 실감 나게 들려준다. 조랑말을 급히 멈추며 발뒤꿈치를 세우는 마부의 모습에서 약속 자리에 지각한 커플을 찾아낸다거나(신윤복, 〈연소답청〉), 오늘날로 말하면 상의는 정장 재킷을 입고 하의는 운동복 바지를 입은 셈인, 즉 관모를 쓰고 평복을 입은 한 선비의 초상에서 ‘몸은 관직에 있지만 마음은 산림에 은거하고 싶다’는 바람을 읽어 내는(강세황, 〈자화상〉) 식이다. 저자의 새로운 풀이로 옛 그림에 현장감 넘치는 재미가 더해지니, 현대의 내로라할 그림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책에는 이 밖에도 ‘털끝 하나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 ‘다 그리면 재미없다’, ‘한복은 끈치레’ 등 옛 그림을 읽는 다양한 법칙이 소개된다. 저자의 지휘에 따라 그림의 구석구석을 뜯어보며 단서를 찾아 나가는 사이, 옛 미술의 즐거움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가 놀이하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조선 미술의 정수 2026년 여름과 가을, 연일 SNS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장놀이’처럼, 예술은 진정으로 그것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이 책 『조선 미술 특별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누구나 쉽고 즐거운 방식으로 한국 미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그림 속 재미 포인트를 발견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이 책을 기획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그림을 현대의 미술을 감상하듯 ‘그림’으로만 읽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저자가 재미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역사적 통찰을 곁들여 깊이 있는 그림 읽기를 시도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림은 사진기가 없던 시절, 사진의 역할을 대신했던 시대의 중요한 목격자였다. 이 책은 조선 역사에서 가장 문화가 꽃피고 아름다웠던 시절, 숙종부터 정조 대에 이르는 조선 후기 사회의 작품들을 주로 다룬다. 책에서 우리는 얼굴의 점 하나, 털끝 한 올 빠트리지 않고 담아내려 애썼던 화원 화가들 덕분에 맑은 정신이 깃든 선비들의 ‘진짜 얼굴’을 만나 볼 수 있는가 하면, 중국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조선의 것으로 대체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단단한 의지도 살펴볼 수 있다. “좋은 그림은 좋은 시대에 나온다”는 저자의 말처럼, 화가들의 문화 자부심은 그림 속 인물의 얼굴에, 주변 풍경과 동식물의 모습에 그대로 남았다. 그때 그 시절, 웅장했던 ‘진짜’ 조선을 생생히 포착해 낸 특별한 전시회가 지금 막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