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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전월산 서정
봄의 자리/ 봄볕 나들이/ 상향尙饗/ 박꽃/ 큰 강아지풀/ 강가에서 맞는 가을/ 괴화산 쑥국새/ 강아지풀/ 억새가 사는 마을/ 탁배기 넘기려 고개 젖히다가―고향집, 겨울/ 상강 무렵/ 강 안개/ 독락정/ 금벽정 연가/ 광제사/ 버들 주막―김삿갓 풍으로/ 월산재/ 전월산轉月山 서정/ 동학사/ 새야 새야

제2부 그래 그래
그리움이란/ 그래 그래/ 잘 살어―딸의 혼인에 부쳐/ 미역국 앞에서/ 설날/ 그런 것 묻지들 말어/ 식탁 앞의 행복/ 행복/ 장맛비 타령/ 독백/ 봄날은/ 매화가 피어야 봄이다/ 찔레순/ 초여름 농막/ 낙엽을 주우며/ 가을이 깊어 갈 즈음

제3부 그리움은 구름 따라 산을 넘는다
고향집, 봄/ 찔레꽃/ 머위꽃―애장터/ 꼬맹이 십 리 산길/ 모춘곡暮春曲― 봄을 보내는 노래/ 매월당/ 호박/ 외로움의 모습/ 산굽이 돌아―한시랑이/ 산버찌 빛 여름/ 무명 시인의 생가, 그 여름/ 보름달 품 매고/ 가을 초입/ 폐가廢家의 가을/ 계추桂秋 / 탱자나무―며느리의 가을/ 함박눈/ 겨울비―무성산

제4부 수학이 시어가 된다
0404/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산 원뿔곡선/ 분꽃Four O'clock/ 풀꽃/ 1 더하기 1/ 무의식 속에도 수학이 살고 있다/ 소주 한 병에 7잔이라/ 잔집합盞集合―감성분열感性分裂/ 공집합도 집합이다/ 예수 부활과 연속체 가설/ 특이점特異點/ 속셈학원을 보내는 마음/ 수학이라는 소도蘇塗/ 파문波紋/ 위임청정委任聽政의 꿈/ 3 3 3 선생님―최교진 교육부 장관 지명에 부쳐/ 새벽 딱따구리

저자 소개 1

1956년 공주시에서 태어났다. 수학 박사(해석학). 한남대학교 수학과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한남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다가 정년퇴직했다. 2021년에 《세종시마루》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2023년 시집 『무성산』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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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7*207*20mm
ISBN13
9788966272846

책 속으로

아침에 쑥국새가 울어
현관 앞에 나가보면
로켓 배송이 도착해 있다.
점심 무렵 졸린 듯
쑥국새가 울면
손주들 동영상이 날아온다.
우리 동네는 쑥국새 마을이다.
마을 안안팎으로
여기저기 여러 마리 살고 있다.
요즈음 들어
낯익은 쑥국새 울음 들린다.
촌티가 줄줄 흐른다.
캐보았더니
지난봄 깊은 산 속에서 날아와
괴화산 아래 산단다.
잘 익은 머루,
넝쿨째 바지게에 얹고는
새벽 일 마치고 돌아오던 아버지
쑥국새 울음소리
바로 뒤따라오고는 했지.
산책길에 쑥국새를 만났다.
어느새 머리에 잔 서리가 곱게 내렸다.
저만치서 걸어오며
반갑게도 인사말을 건넨다.
안녕하셨슈? 정말 오래간만이네유.
고향엔 언제 좀 다녀오셨나유?
덥썩 두 손 마주 잡는다.
풀잎 끝 찬 이슬에 소리 없이 맺힌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잔잔하고 따뜻한 눈빛!
― 「괴화산 쑥국새」 전문


소담동 강변은 억새가 사는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은 친절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뜨내기에게도 텃세를 부리지 않는 이 마을 주민들, 오는 강물 웃으며 맞이하고 흐르는 강물 잘 가라며 손 흔든다. 오는 철새 어서 오라고, 가는 철새 잘 다녀오라고 허리 굽혀 배꼽 인사한다. 호젓한 발길로 원수산 넘는 구름에게도 눈인사하며 모자 흔든다.

소담동 억새 마을은 따뜻한 동네이다. 세상살이 고되고 울적한 날 강변에 가면, 어서 오라고 하하 웃으며 탁배기 한 잔 권한다. 떠날 때는 마음 쓰지 말라며 손잡아준다. 우리 집에 오셨다가 젯밥 드시고 어두운 강 건너는 어머니께 마을 주민 모두 나와 손 흔든다. 흰 장갑 끼고 나와 새벽닭 울 때까지 손 흔든다, 된바람에 손 시려워도.

소담동 강변에는 사람들 사는 새샘 마을이 있고, 언덕을 내려가면 억새들 사는 정겨운 마을이 있다
― 「억새가 사는 마을」 전문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내가 뭐라 하면 그래 그래.

특별한 공감이 없이도
그니가 말을 하면 그래 그래.

아니 그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래 그래.

아들이 그래 그래
하라 해서 그래 그래.

딸이 시집가며
그래 그래 하라 해서 그래 그래.

옳다 그르다 하기보다
평화가 더 우선이라 그래 그래.

합리적인 판단보다
그니의 마음 배려해서 그래 그래.
돈이 좀 밑가더라도
내 마음 더 편해서 그래 그래.

나이 들어 둘이 살면서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래 그래.

그래 그래 하다 보면
마음도 더불어 그래 그래
― 「그래 그래」 전문


저녁 안치러 나오니 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숟가락 들고 밥 짓기를 기다리나 보다.

아침밥 지으러 나오니 꽃잎 오므리고 있다.
따뜻한 이른 아침 벌써 먹었나 보다.

네 시쯤 피어 영어 이름 네 시가 된 분꽃,
네 시, 네 시라 되뇌며 꽃잎 바라보는데,

문득 정수의 합동식合同式이 떠오른다.
뜬금없이 입에서 혼잣말 새어 나온다.

4시×4=16시, 오후 4시이니
새벽 분꽃 네 송이가 저녁 분꽃 한 송이야.

16시×4=64시, 64-24×2=16이니
저녁 분꽃 네 송이가 저녁 분꽃 한 송이야.

이 소리 듣고, 무슨 소리야 하며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의 말에 놀라 정신 차린다.

밥 끓는 화덕 옆 마당 가의 분꽃들
무엇이 우스운지 깔깔대며 웃고 있다.
― 「분꽃Four O'clock」 전문

아이가 연못에 돌을 던집니다.
일어나는 파문을 바라봅니다.
시인들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동심원童心圓이라 부릅니다.
수학자들은
미분방정식의 풀이로 여겨
동심원同心圓이라 부릅니다.
같은 말인 듯해도
전혀 딴판인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소통 불가능해 보이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더불어 어우러지는 곳
그곳이 사람들 사는 세상입니다.

* 미분방정식 xdx+ydy=0을 풀면 중심이 원점인 모든 원의 집합이 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미분방정식 중의 하나입니다.
― 「파문波紋 」 전문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세종시의 행복 도시 안에는 3개의 산이 있는데 전월산은 그중 하나이며 도시를 가로지르는 금강가에 우뚝 솟아 있다. 나는 지난 10년 가까이 동이 트기 전에 강가로 나가 강 건너 전월산에 인사하고 둔치를 따라 산책했다. 제1부에서 전월산과 공감하는 마음으로 쓴 시를 선보인다.

제2부의 시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제재이고, 제3부의 시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언제나 그리운 고향 무성산의 빛깔과 모습이 주된 제재이다.

제4부에는 수학을 소재로 한 시들한테 자리를 할애한다.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며 살아온 45년여의 세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곳의 시들은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예의 세월, 곧 수학 교수로서의 세월에 대한 책무를 담고 있다.

늘 따뜻한 눈빛으로 문학적 바탕에 윗토를 얹어 주며 개별적인 시 작업에서도 기꺼운 권고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시는 선생님, 이은봉 시인께 머리 숙여 고마운 마음을 드린다.

2026년 중추仲秋에
이길섭

추천평

우리 시의 전통에서 이미지를 매개로 가장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시인은 정지용이다. 박용래 시인도 그에 못지않다. 박용래가 정지용의 시를 자양분으로 일가를 이룬 시인이라면, 이길섭은 박용래의 시를 자양분으로 일가를 이룬 시인이다. 그렇다. 이길섭은 이들 두 시인처럼 이미지를 십분 응용할 줄 아는 시인이다. 이는 이 시집의 「봄의 자리」, 「봄볕 나들이」 「박꽃」, 「금벽정 연가」, 「광제사」 등의 시를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그의 시가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소리의 교묘한 배치에서 비롯되는 리듬감, 압축된 이야기를 매개로 한 독특한 상징 등도 중요하게 기능한다. 아내와의 부드러운 관계를 다룬 시 「그래 그래」의 “그래 그래 하다 보면/마음도 더불어 그래 그래”, 딸의 혼인에 부치는 시 「잘 살어」의 “별도 바람도 하늘도/가끔은 더불어 챙겨가며/행복하게 살어./예뻐하면서 살어.” 등의 구절이 이를 잘 증명한다.

이길섭 시인은 대학에서 수학 교수로 평생을 산 사람이다. 이 시집 제4부에서는 수학자로 살아온 삶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수 기호도 시의 상징 기능, 이미지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제4부에 수록된 시들은 독자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도록 한다. 그만큼 풍성한 것이 이 시집의 시들이다. - 이은봉 (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전 대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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