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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대한 발칙한 상상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함께 보게 된 지금의 부모 세대에게 도서관은 그다지 친숙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즐겁게 골라 읽는 곳이 아니라 단지 조용히 앉아 시험공부나 자습을 하던 공간일 뿐이었지요."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보여 줄 세대에게 도서관은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신성+경직'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다. 그러니 이 책 속의 풍경은 황당하다 못해 발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개구리는 풀쩍 뛰어다니고, 펠리컨은 사전을 꿀꺽 부리 주머니에 숨기고, 하이에나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아무 때나 깔깔 웃고, 코끼리는 예의가 바르지만 너무너무 큰 몸집 때문에 도서관을 우지끈 결단내고 만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동물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친구가 보는 책을 어깨 너머로 훔쳐보고, 깔깔거리면서 웃어 대고... 동물들과 함께 신나게 도서관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떠들면 안돼', '뛰어다니면 안돼' 하면서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로 하여금 책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떠들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이 한 수 위의 교육법이다. 책 읽기를 즐기는 동물들의 좌충우돌 도서관 탐방기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의는 모르지만 책은 무척 좋아하는 동물들이 도서관에 가서 유쾌한 소동을 벌인다. 텍스트는 간단하지만 그림책답게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서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사고를 치는 동물들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롭다. '왜 그래? 뭐가 잘못됐니?'라고 되묻는 듯 당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일 뿐. 예의를 조금 차릴 줄 아는 코끼리만 자신 때문에 결딴난 도서관을 보고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이 동물들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주인, 브리짓의 표정도 꽤 볼 만하다. 동물들의 소란에도 당황하거나 주눅들기는 커녕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너는 너대로 놀아. 내가 책 읽는 것 방해하지 말고!'라는 표정이다. 사서 선생님이 애완동물들을 도서관에 데려오지 말라고 하자, 브리짓은 코끼리의 배웅을 받으며 혼자서 도서관에 간다. 그럼 그 때 다른 동물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그림을 보자. 훤히 들여다보이는 집 안 곳곳에서 동물들이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동물들은 도서관에 가지 못해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는 표정으로 모여서 코끼리가 책 읽어 주는 것을 듣고 있다. '도서관에 못 가더라도 책 읽기는 포기할 수 없지, 그건 아무 상관 없잖아.'라는 동물들의 뻔뻔한 책 사랑은 손뼉을 치며 미소짓게 한다. 도서관을 마음껏 누비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이 책에는 범상치 않은 애완동물들이 등장한다. 개구리와 암탉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펠리컨, 비단구렁이, 기린, 하이에나, 코끼리까지 키운다니.. 이게 부럽지 않은 어린 친구들이 있을까! 도서관에서 벌어진 소동에는 각 동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은 원래 동물을 좋아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무지무지 사랑스럽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보통 하이에나는 음흉하고 눈치난 보는 얄미운 동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가 창조해 낸 하이에나의 이미지는 밝고 경쾌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깔깔깔깔 웃어 대는 모습이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사고뭉치라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닮았으면 하고 바란다. 자신의 개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언제나 당당하고 어느 상황에서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도서관을 마음껏 누비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