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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나 창선이의 목에 달린 ‘귀신’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점점 더 커 갔다. 이쁜 얼굴 아래 뚱뚱하고 불룩한 목이 있어서 사람들마다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혹달라재, 혹달라재…….” 아이들이 창선이를 놀렸다. 창선이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다. 목이 사과같이 불룩한 이상한 아이가 나타났다. 창선이는 자기 몸이 사과가 달리는 나무라고 상상해 보았다. # 2 이날 새벽, 창선이는 갑자기 목이 갈라지는 소리로 부르짖었다. “형, 사과! 나무에 사과가 달렸잖아!” 범두는 눈을 부비며 벌떡 일어나 맨발에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밖은 하얗게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눈! 눈이 내렸다. 창선이가 고향에 갈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어른들은 일제히 눈시울을 적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선이는 더는 고향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 엄마는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 3 그러나 창호는 너무 무서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승냥이가 사람 냄새를 맡고 온 것이다. 누렁이가 사납게 짖었다. 창호는 용기를 내서 부랴부랴 마른 나무를 더 놓았다. 불길이 확 솟구치며 타올랐다. 창호는 그 불길 속에서 벌겋게 열을 내는 창선이의 모습을 보았다. ‘형, 나무에 사과가 달렸잖아! 사과, 사과…….’ # 4 마침내 고향 마을이 안겨 왔다. 차츰 이운이네 사과나무도 또렷이 보였다. “아, 사과나무!” 창호는 고향을 향해 하루종일 앉아 계시곤 하던 병든 할아버지의 슬픈 모습이 떠올랐다. 사과를 달라고 허우적거리던 창선이의 조그마한 손이 떠올랐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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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을 꼭 닮은 과일, 사과배 이야기
‘사람들은 사과배가 우리 조선족을 닮았다고 하는군요. 130년의 이주 역사를 가진 조선족은 온갖 비바람 눈보라를 겪으면서도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고스란히 지켜왔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 56개 민족 중 우수한 민족으로 성장했답니다.’ - 리혜선 사과배는 중국어로는 ‘핑구어리’라 한다. 우리의 사과나무와 중국의 돌배나무를 접목해 만든 과일나무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 최창호가 몇 번의 실패 끝에 1921년 범두가 고향에서 가져온 사과나무 접지를 용정 소기골의 돌배나무에 접목해 마침내 성공한다. 지금도 용정 소기골의 최창호 할아버지의 생가에는 최창호 할아버지가 최초로 길러 낸 사과배 모수(어미나무) 세 그루가 살아 있다. 사과배는 나무에서는 붉은 사과 같고 겨울에 저장하면 노란 배의 모습을 띠는데, 맛도 그렇다. 사과처럼 달고 배처럼 물이 많고 시원하다. 중국 전지역에서 있은 전문가 평의에서 당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인정돼 ‘배 중의 왕’이라는 월계관을 쓰게 되었고, 용정시는 ‘중국 사과배 고향’, 사과배 모수에는 ‘사과배 선조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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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대표 작가 리혜선과 화가 이영경이 전하는 가슴 깊이 울리는 감동!
*** 글 이야기 작가 리혜선은 국내에 출간된 전작, 그림책 <폭죽소리>를 통해 중국인에게 노예로 팔려온 ‘옥희’라는 여자아이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보여 주었다. 이번 작품 <사과배 아이들>에서 작가는 조선족 이주 역사 백여 년을 상징하는 과일 ‘사과배’를 통해 역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꽃피워내는 아이들, 온갖 역경을 이겨 내면서 끝내는 이루어내고야 마는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열 살 남짓의 아이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울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보여 주고자 한다. 그곳에 그런 역사가 있었음을. 우리는 한 민족임을. *** 그림 이야기 글을 처음 받아들고, 화가 이영경은 연변으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 창호네가 살았던 내두산도 보아야 하고, 창호네와 마을 사람들이 남부여대하고 한겨울에 밟아갔던 백두산도 밟아가야 한다고 했다. 상상으로만 그릴 수 없다고 했다. 창호네가 이주했던 여정과 창호네가 움집을 짓고 뿌리를 내렸던 곳들을 돌아보고 나서, 화가는 그 산천과 그 역사를 그림으로 재현해 내었다. 화가 이영경이 그린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이영경의 아이들은 살아 있다. 독자들은 이제 화가가 창조해낸 아이들을 기억하고 좋아한다. 한국 아이들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잘 그려내는 것으로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화가는 이번 작품 <사과배 아이들>의 아이들, 창선이, 창호, 이운이, 영호, 범두를 통해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그리고 삶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지닌 아이들을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