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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mi Kawakami,かわかみ ひろみ,川上 弘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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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나른함을 느끼면서 잠에서 깨어났더니, 언니 머리카락이 내 왼쪽 다리에 휘감겨 있었다.
분명 머리를 나란히 하고 잤던 언니가 한 바퀴 휙 돌아서 거꾸로 자고 있는 것이다. “유리에 언니” 하고 불렀지만, 언니는 코고는 소리가 섞인 숨소리를 낼 뿐이었다. 언니의 가늘고 긴 머리카락은 내 발목을 칭칭 감은 후,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왼쪽 다리를 움직이면 언니의 머리도 조금씩 흔들린다. 안이 비어 있는 가벼운 구슬처럼 톡톡 흔들린다. --- p.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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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서른여섯 명과 개 세 마리와 고양이 합계 네 마리 ― 고양이는 두 마리였지만 왕복하여 합계가 네 마리 ― 를 세었다.
웨이터가 두 번째 컵에 물을 채워줄 때쯤 미도리코의 다리가 보였다. 수를 셀 때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보기 때문에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미도리코는 앞이 트인 옅은 색 신발을 신고 빨갛게 발톱을 칠했다. 발목에서부터 발끝까지 설탕과자처럼 보였다. --- p.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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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토해냈던 공기가 없어지고 언니와 언니의 소지품도 보이지 않게 되자, 한동안 집 안은 뭔가 텅 빈 듯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머잖아 텅 빈 것들은 고르게 메워졌다. 모르는 사이에 엄마와 나의 기운이 옅게 집 안으로 퍼져나가, 언니의 부재로 생긴 빈틈을 메웠다.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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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기로 결정하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고로를 그리워했다, 고로를 좋아했다, 지금도 고로를 좋아한다, 고로를 좋아해서 기뻤다, 고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고로는 그러나 이제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순간 언젠가는 좋은 것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또 뭔가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 pp.271~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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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아이가 나오는 꿈입니다. 옛날 옛적 어느 곳에 자매가 살았습니다. 두 아이는 낮잠을 잤습니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고, 빨간 유리 풍경이 짤랑거렸습니다. 땀을 흘리면서 낮잠을 자던 자매는 긴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언니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꿈, 동생은 언젠가 어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꿈, 두 아이 모두 어지간히도 아픈 꿈이었습니다. 두 아이는 꿈을 꾸면서 서로의 몸에 손을 두르고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언니의 긴 머리카락은 동생에게 엉키고, 동생의 팔은 언니를 감고 있었습니다. 매미가 울고, 풍경이 울고, 그래도 두 사람은 눈을 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지 않고 땀에 흥건히 젖으면서 길고 긴 꿈을 계속 꾸었습니다.”
--- p.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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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인물과 종잡을 수 없는 관계
수면 위 둥둥 떠 있는 기름방울을 닮은, 국그릇에 떠 있는 머리카락 같은 인물과 동물과 생물과 광물을 등장시켜, 이야기 속에서 움직이게 하고 말하게 하고 웃게 하고 무서워하게 하면서 작가가 그리려고 한 것은 이 세계에서 변용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의 슬픔이었을지도 모른다. 독자는 그 변용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첫인상이 반갑지 않더라도 이내 익숙해져버리고 마는 존재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는 것 같은 인간들. 뒤틀려 있지만 온기가 있고, 실제와는 다르지만 동떨어진 가공의 것은 아닌, 허깨비라고 하기에는 호흡이 너무 짙은, 부드러운 뼈와 투명한 피부를 가지고 쉼 없이 달리기를 하고 있는 듯한, 허둥지둥 서두르며 연거푸 하품을 해대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