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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
무서운 복수 성 요한제 전야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이모 저주받은 땅 오월의 밤 또는 물에 빠져 죽은 처녀 옮긴이의 글 작가의 생애 |
Nikolai Vasilievich Gogol,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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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적막함의 한가운데에 관의 강철뚜껑이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시체가 벌떡 일어났다. 처음보다 더 끔찍했다. 시체의 이빨은 서로 맞부딪쳐 끔찍하게 달가닥거리고, 입술은 경련을 일으키면서 씰룩거렸으며, 그로부터 고막이 찢어질 듯한 주문이 쏟아져나왔다.
--- p.83 (「비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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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소름끼치는 손을 뻗어서 마법사의 멱살을 움켜쥔 다음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마법사는 곧 숨을 거두었다. 그것도 눈을 부릅뜬 채 말이다. 그는 분명히 죽었으나 망자의 눈으로 보았다. 그는 이미 생명이 꺼져버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키예프와 갈리시아, 카르파티아 산맥으로부터 죽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 p.173 (「무서운 복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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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시무시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치더니, 도끼를 움켜잡고는 있는 힘껏 노파를 향해 던졌어요. 노파는 사라지고, 흰 수의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예닐곱 살가량의 어린아이가 오두막 한가운데 서 있었죠. 그리고 수의가 날아갔어요. "이바스야!" 피도르카가 울부짖으며 소년에게 달려갔죠. 하지만 유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범벅이 된 채 오두막 전체에 붉은 빛을 내뿜었어요.
--- p.214 (「성 요한제 전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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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또 말하길, 매일 밤 그 소트니크의 딸이 물에 빠진 처녀들을 전부 불러 모아놓고는 마녀를 찾아내려고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지만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녀는 산 사람을 만나면 자기가 누군지 알아맞혀보라고 말하고는, 그러지 못하면 그를 물속에 빠뜨리겠다고 겁을 준다는 거지.……"
--- p.312 (「오월의 밤 또는 물에 빠져 죽은 처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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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카자크의 후예, 고골과 그의 환상적인 주인공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가장 위대한 러시아 작가 중 한 사람이며 청년기부터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자신은 평생 러시아를 외국어로, 우크라이나어를 모국어로 여겼다. 처녀 시집이 실패로 돌아간 후, 절치부심하여 펴낸 소설집 『지칸카 근교의 야화』는 그가 나고 자란 우크라이나의 민담과 설화문학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고골은 1830년 당시 러시아를 풍미했던 낭만주의 작가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브일리나'(영웅서사시)와 설화, 민요, 민간신앙을 연구했고, 이를 통해 동 슬라브(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민중의 세계를 환상적이고 마법적인 필치로 재현해내고자 했다. 『지칸카 근교의 야화』는 민중 특유의 선량함과 교활함을 동시에 지닌 양봉장이 루드비이 팡코라는 인물을 소설 전체의 간행자인 양 내세우고, 시골 교회관리원인 포마 그리고리예비치와 도시 신사 마카르 나자로비치를 화자로 배치하여 서술에 역동성을 주었다. 이 소설집은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러시아인들로부터 작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고골이 깊이 존경한 푸슈킨은 이 소설집을 가리켜 "현학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유머, 기막힌 시성과 감수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고골은 이에 힘을 얻어 세번째 작품집 『미르고로드』를 펴낸다. 이 작품은 우습고도 흥겨우며 또 한편으로 기괴한 『지칸카 근교의 야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현실을 재앙으로 몰아넣는 '사소하지만 어두운 힘의 근원'을 탐색했다. 고골의 우크라이나 시기를 대표하는 이 두 소설집으로 고골은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고, 이후 「외투」 「코」 「네프스키 거리」 등 초현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걸작들을 잇달아 남기기에 이른다. 흡혈귀와 마녀, 악마와 저주받은 망자가 떠도는 카자크의 야성적 정서와 초인적 문화 소연방과 이탈리아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고, 2007년 러시아에서 다시 제작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이」는 소설집 『미르고로드』의 백미다. 희생자를 악마적 쾌락에 빠지게 하는 카자크 족 마녀와 그녀의 죽음에 얽혀든 신학교 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비이」는 죽은 뒤 다시 소생하는 망자, 흡혈귀, 마녀 등 우크라이나의 여러 민간 전설 속 요소들을 결합시켜 결코 잊지 못할 공포를 체험케 한다. 흡혈귀와 마녀에 관한 전설은 동 슬라브족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는데, 고골은 여기에 여성의 관능성에 집착하면서도 한편으로 존재론적 두려움을 느꼈던 자신의 독특한 여성관을 더하였다. 「코」「외투」 등 초현실주의적인 중기 작품들의 성향을 예견케 하는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숙모」 역시 이와 같은 테마의 변형이기도 하다. 「무서운 복수」와 「오월의 밤」「성 요한제 전야」는 떠들썩하고 유쾌하며 다혈질적인 카자크인의 감수성을 가장 잘 그려낸 작품으로, 어린 시절 누구나 명작동화에서 한번쯤 접했을 『대장 불리바』의 그 거침없는 기상이 그대로 살아 있다. 화려한 민속의상에 변발을 하고, 독한 술과 음악, 춤을 사랑하며, 러시아 정교 신앙 수호에 온몸을 바치고, 적과 원수에게는 누구보다도 거칠고 사나운 카자크 용사의 야성적인 이미지는 『대장 불리바』를 비롯한 고골의 이러한 소설들을 통해 형성되고 널리 알려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브르를 차고 드넓은 스텝을 달리는 그들의 초인적인 힘과 용기는 도시인인 고골 자신이 동경하던 바로 그것이기도 했다. 러시아인의 영혼과 핏줄에 흐르는 문화적 수맥의 원천 망명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고골을 두고 '난해한 작품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조차 발음하는 데 몹시 애를 먹이는 작가'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고골의 작품들이 지닌 범상치 않은 다면성을 일컫는 표현일 터이다. 그의 작품에는 희극적 풍자 정신과 으스스한 고딕 정서, 초현실주의적 기이함과 냉철한 현실 의식이 공존한다. 또한 평생 냉혹한 종교적 관습과 악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생애와 죽기 전의 기이한 행적 덕분인지, 그는 자신의 죽음을 둘러싸고 가장 많은 괴담을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사후에 퍼져나간 생매장 루머, 묘지 이장과 유골의 행방에 얽힌 유령열차 괴담 등은 아직도 현대 러시아에서 심심찮게 이야깃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고골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재능이 러시아 독자들에게 남긴 문화적 파장은 광대하고 심오하며 깊다. 고골이 포착해낸 동 슬라브 민담이 지닌 뛰어난 '이야기성'과 탁월한 서정은 우크라이나라는 지역성을 초월하여 러시아의 가장 화려하고 풍부한 문화적 원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훗날 오페라,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본 소설집에 수록된 「성 요한제 전야」는 무소르그스키의 그 유명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의 원작이며, 「오월의 밤」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동명 오페라의 원작이다. 최근 국내 무대에 상연된 「비이」 외에도 <성탄절 전야>(미수록)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연극과 영화, 발레,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 등으로 거듭났다. 고골의 중후기 대표작들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으나, 『지칸카 근교의 야화』와 『미르고로드』의 수록작들이 러시아어 원전 번역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많은 러시아 문학들 중에서도 이 두 작품집처럼 카자크 족과 그들의 문화, 정서를 충실히 대변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 소설집에 실린 작품의 소개는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러시아 문학에 다소 거리감을 느껴온 우리 독자들 역시 이들 작품을 통해 악마와 억센 카자크인, 민간신앙과 기독교, 산 자와 죽은 자, 공포와 웃음이 공존하는 우크라이나의 떠들썩한 흥취와 서정을 한껏 만끽하기를 희망한다. 현학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유머, 기막힌 시성과 감수성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걸작. _푸슈킨 고골은 몹시 복잡한 심리를 지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소설가다. 흥겹고 발랄한 그의 몇몇 희극을 보면 그가 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을 것이라 단정하기 쉽지만, 그의 왁자지껄한 웃음 뒤에는 강한 자존심을 지닌 상처받은 고독한 외톨이, 어디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는 어두운 영혼의 애처로운 그림자가 숨어 있다. _「역자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