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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맨덜리
돌아갈 수 없는 맨덜리 첫 만남 사랑의 시작 고백 뜻밖의 청혼 맨덜리 그리고 드 윈터 부인 맨덜리에서의 일상 베아트리스 부부 레베카의 그림자 서서히 다가오는 의혹 댄버스 부인 해변의 돌집 나를 바라보는 그림자 외출 예기치 않은 무도회 |
Daphne du Mau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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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줄담배를 피워댄다. 불붙은 채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담배꽁초들이 꽃잎 같다. 그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을 급하게, 열심히 내뱉는다. 나는 고통을 견딘 인간이 더 강하고 좋아진다는, 그리하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불의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믿는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우리는 바로 그 불의 시련을 최대로 겪어낸 셈이었다. 우리는 공포와 고독, 그리고 대단히 큰 좌절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고난의 순간을 맞는다. 자기를 괴롭히는 악마를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승리했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믿고 있다. --- p.14
부인은 여전히 나를 응시한 채 잠시 말을 멈추더니 느릿느릿 덧붙였다. “어쩌면 그분께서 지금도 우리를 보고 말을 걸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죽은 사람이 살던 곳으로 되돌아와 산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두 손을 꽉 마주잡았다. “모르겠어요.” 내 목소리는 어색했고 이상하게 톤이 높았다. 평소의 내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전 때로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그분께서 맨덜리로 되돌아와 당신과 드 윈터 씨를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부인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흰 두개골 같은 얼굴 깊숙한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 검고 음침한 눈에 얼마나 큰 미움과 적의가 담겨 있었는지. 이윽고 부인이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 p.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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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니 듀 모리에가 남긴 세기의 베스트셀러 『레베카』
고딕문학의 출발점이 된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 작가들의 도전적 해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엄선한 기담문학 고딕총서. 그 열두 번째 작품으로 미스테리 소설의 대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레베카』를 소개한다. 1938년에 출판된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장편소설로, 발행 4년 만에 영국에서만 28쇄를 찍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레베카』는 초판 발행 후 7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세기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당대 최고의 배우인 로렌스 올리비에, 조안 폰테인, 주디스 앤더슨 등이 출연해 이듬해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베카』뿐만 아니라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은「새」를 비롯하여 히치콕 영화의 초기 걸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은 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을 영화화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평범한 일상이 섬뜩한 공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한 대프니 듀 모리에의 탁월한 감각에 있다. 공포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그녀의 소설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로 억압받는 여성과 인간의 한계나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인간의 삶, 또 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불안, 두려움의 감정을 보다 보편적인 차원에서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그리고 그 베일 뒤에 가려진 비밀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 고딕 소설에서 더 나아가 고딕 로맨스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간 『레베카』를 통해 독자들은 섬뜩한 공포와 박진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섬뜩한 공포 속에 꽃핀 핏빛 로맨스 『레베카』는 맨덜리라는 저택을 배경으로, 두 여자와 한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몬테카를로에서 우연히 알게 된 영국 귀족 드 윈터의 후처로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해변과 숲에 둘러싸인 맨덜리의 대저택에 들어가게 된 ‘나’는 저택에 들어서면서부터 집 안을 둘러싼 기묘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리고 아직도 ‘죽지 않은’ 아름다운 전처 레베카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름다운 미모와 재능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맨덜리 가(家) 사람들을 휘어잡았던 레베카. 그녀가 죽은 뒤 후처인 ‘나’가 들어오고 얼마 뒤 레베카의 시신이 버려진 보트에서 발견된다.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바다와 해변의 외딴 집, 그리고 맨덜리 저택을 둘러싼 비밀과 그 속에 피어난 핏빛 로맨스를 만나보자.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담아낸 모던 클래식! 『레베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소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신데렐라’이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소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동화 속에서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대신, 사고로 죽었다는 전 부인이 아직도 ‘살아 있는’ 공간과 전 부인을 숭배하는 이들 속에서 비교당하면서 고통스럽게 살아나간다. 여기에서부터 소설은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미스테리 심리 소설로 변모해간다. 전 부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범죄 추리 소설로 급박하게 흘러간다. 기기묘묘한 이야기와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맨덜리 저택을 오가고 해변을 누비는 『레베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를 아울러 감동을 전하는 고전의 힘,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