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도서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케르폴
홀리다 벨소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미스 메리 파스크 미스터 존스 거울 모든 영혼의 날 옮긴이의 글 작가의 생애 도판 목록 |
Edith Wharton
이디스 워튼의 다른 상품
김이선의 다른 상품
|
새를 본 순간 노인의 움직임 없는 얼굴이 활짝 피더니,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내 거야.” 노인이 앙상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잽싸게 새장을 낚아채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숙모 거예요.” 눈가가 촉촉해진 보스워스 부인이 말했다. 그러나 노인의 손 그림자 때문에 놀란 새가 날개를 쳐대며 요란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순간 크레시도러의 평온했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진 철사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명을 지는 것처럼 외쳤다. “이런 악마 새끼!” 그러더니 새장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겁에 질린 새를 끄집어내고 목을 분질러버렸다. 사라들이 어린 오린을 방에서 나오게 하는 동안 그녀는 뜨뜻한 새의 몸에서 털을 뽑아내며 “악마 새끼, 악마 새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의 어머니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 pp.87~88, 「홀리다」 눈 주위에 첫 번째 작은 주름이 생긴 바로 그날부터 부인은 자기 자신을 나이든 여자로 여기기 시작했고, 그 생각은 단번에 몇 분 이상 그녀를 떠나는 법이 없었으니까. 아, 잘 차려입고서 웃으면서 손님들을 맞을 때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신념이 돌아오거나 그녀의 머릿속에 샴페인처럼 찾아드는 것도 같았구나. 하지만 샴페인보다도 빨리 사라지고 말았지. 나는 부인이 소녀의 발걸음으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단다. 그녀는 잘 차려입은 옷들을 다 벗어던지기도 전에 커다란 거울 앞에 있는 옷가지 위에 주저앉았지. 부인의 방에는 곳곳에 거울이 놓여 있었단다. 그리고 눈물이 파우더 위로 흘러내릴 때까지 거울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지. (……) ‘우리는 둘 다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요? 아름다운 여자가 아름다움을 잃어갈 때 어떠한 고통을 겪는지. 당신과 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저 따뜻하고 밝은 방에서 덜 밝고 덜 따뜻한 방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겠지요. 하지만 클링스랜드 부인처럼 아름다운 분들께 그것은, 꽃과 샹들리에가 가득한 눈부신 무도장에서 밀려나 겨울의 밤과 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을 거예요.’ --- pp.341~349 「거울」 |
|
유령을 모르는 세대에게 들려주는 섬뜩하고 기이한 유령 이야기
20세기 초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이디스 워튼(1862~1937)이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유령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디스 워튼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 · 문학 · 음악상인 퓰리처상을 여성작가 최초로 받았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순수의 시대』(1993) 원작자로서 우리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작가이다. 『거울』은 이디스 워튼이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1902년부터 1933년까지 《스크라이브너 매거진(Scribner’s Magazine)》 등 여러 매체에 단편소설로 발표했던 유령 이야기들을 한데 엮은 것으로, 한 편 한 편이 서사적 재미를 줄뿐 아니라 시대와 풍습, 심리 묘사가 완성도 있게 표현된 수작이다. 죽었던 개들이 유령으로 되살아나 복수하고(「케르폴」), 사람과 연인이 된 젊은 여자 유령을 추적하며(「홀리다」), 죽었던 하녀가 불현듯 나타나고(「벨소리」), 무덤 속 유령이 몇 대째 대저택을 관리하는(「미스터 존스」) 등 모두 여덟 편의 유령 이야기가 실렸으며, 특징적이게도 모든 작품의 주인공 및 화자가 여성이다. 특히 「거울」에서는,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에 절망한 귀부인의 내면세계와 그녀의 절망감을 이해하고 도와주려 한 화자의 사연, 그리고 한 청년의 비극적인 결말이 담담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유령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요구되는 정신능력이 거의 퇴화해버린 현대인’에게 이 책은 그 감수성을 되살려줄 것이다. 『순수의 시대』로 여성작가 최초로 퓰리처상 받은 이디스 워튼 1862년 뉴욕에서 태어난 이디스 워튼은 상류층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아버지의 서재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젊은 시절 첫 책 『시집(Verses)』 출간(1878), 《스크라이브너 매거진》에 시 발표(1889), 첫 논픽션 『집 장식하기(Decoration of Houses)』(1897, 공저)를 출간한 배경에는 이러한 영향이 컸다. 이디스 워튼은 첫 작품 모음집인 『위대한 취향(Greater Inclination)』(1899)과 첫 번째 소설 『결정의 골짜기(Valley of Decision)』(1902)를 필두로, 1937년 프랑스 파리에서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수많은 장?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환락의 집(House of mirth)』(1905), 『이선 프롬(Ethan Frome)』(1911), 『여름(Summer)(1917) 등이 대표작이며,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1920)는 그녀에게 퓰리처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작가라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부유한 환경이었지만 이디스 워튼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아 30여 년간의 결혼생활은 결국 파경에 이르고, 이후 그녀는 재혼하지 않았다. 대신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파리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등 사회활동과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헨리 제임스, 시어도어 루스벨트,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과 살롱에서 토론하고 생각을 나눈 경험들은 그녀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령이 출몰하는 세계와 인간 내면의 공포감을 가장 아름다운 문체로 그렸다! 이디스 워튼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아 ‘유령’에 관한 단편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다수 발표하였으며, 작품집으로 『사람과 유령 이야기(Tales of Men and Ghosts)』(1909), 『유령(Ghosts)』(1937) 등을 출간했다. 『거울』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들은 이 두 작품집에 실린 바 있는데, 발표된 순서는 「벨소리」(1902), 「모든 영혼의 날」(1909),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1910), 「케르폴」(1916), 「미스 메리 파스크」(1925), 「홀리다」(1926), 「미스터 존스」(1928), 「거울」(1933) 순이다. 즉, 이디스 워튼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한 30여 년 동안 계속해서 ‘유령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유령’에 매달리게 했던 것일까? 작가 스스로가 밝힌 그 연유를 잠시 소개해본다. 이디스 워튼은 아홉 살 때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가 우연히 제정러시아의 의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살아났다. 이후 유령 이야기에 심취한 와중에 병이 재발하여 생명은 다시 위험에 처해졌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실체 없는 공포가 출몰하는 세계에 들어갈 운명”이 되었다. 낮에 어디를 가든지 그것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밤에 간호해주는 하녀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러한 환각증세가 7, 8년 동안 계속되었으며 그 후유증은 평생 그녀를 괴롭혔다.[Edith Wharton, William R. Tyler(ed.), The Ghost Stories of Edith Wharton(New York : Simon and Schuster, 1973). 참조] 한편 김이선 역자는 『거울』을 소개하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무의식, 특히 인간관계의 붕괴에 의한 죄의식이나 두려움 혹은 외로움 같은 감정으로 해석 가능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우리는 공포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 심리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20세기 미국 문단을 대표한 이디스 워튼을 유령의 세계로 이끈 것이 작가 개인의 경험이든 인간관계의 붕괴에 따른 공포감이든, 아니면 급격한 사회 변화와 억압된 여성이라는 조건이든 그 모든 것이 종합이든, 『거울』에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에는 유령이 되거나 유령을 만난 여성들이 주요 인물로 부각되어 있으며, 인간 내면의 공포감이 다양한 모습을 표현되고 있다. 또한 매사추세츠 주 레녹스에 별장 “마운트”와 정원을 직접 설계하고 가꾼 그녀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이 작품들 속에서 잘 드러나 있다. 번잡한 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저택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중 인물뿐 아니라 작가의 내면세계를 한층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