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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으로 고쳐 쓴 작품답게 연극적 장치와 요소들이 눈에 띕니다. 책을 열면, 무대에 불이 켜지고, 한 남자가 걸어 나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입니다. 이 남자는 독자/관객들에게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기 전과 후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먼저 작품의 주인공인 꼬마 여자 아이의 상황을 알려주는데, 여기서 미묘한 건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는 엄마와 딸 사이의 서먹서먹한 분위기입니다. 그건 할머니와 엄마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법 긴 이야기이기에 자칫 따분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가 생기를 띠는 것은 리듬을 타는 언어의 조합과, 이런 쓸쓸한 분위기를 느끼는 꼬마 여자 아이의 심리입니다.
그런 다음, 꼬마 여자 아이와 늑대와 할머니가 차례로 등장하여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됩니다. 중심 흐름은 전래동화에서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꼬마 여자 아이와 늑대의 대사를 통해 직접 드러나는 심리가 섬세하고 상큼합니다. 그리고 시적인 느낌을 주는 간결한 언어 표현도 서정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는 사건이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 다시 한 번 등장하여 뒷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월이 흘러 꼬마 여자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엄마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아마도 작가가 딸과 함께 나누고 싶은 감정을 이런 부분에 담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