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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 설화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감동 서사
『은빛 웅어, 날다』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전해 내려오는 ‘웅어’에 얽힌 설화를 모티프로 해서 창작된 작품이다. 웅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민물로 올라와 갈대밭에 알을 낳는 물고기로, 행주산성 부근 한강의 특산물이었다. 설화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러하다. 웅어는 특히 임금님이 좋아하고, 양반들도 좋아해서 행주나루 부근에 석빙고까지 지어 놓으며 웅어를 먹었다. 서울에서 이름난 양반들이 웅어를 먹기 위해 많이 왔다. 그중 어느 양반집 딸이 병에 걸려 별걸 다 먹어도 낫지 않았지만 웅어를 먹자 곧 병이 나았다. 양반집 딸은 그 마을 아이와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경옥 작가는 오랜 기간 행주산성 일대를 탐색하면서 이야기의 무대를 살펴보고, 웅어에 관련된 설화를 채록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그동안 입으로만 전해 오던 웅어 이야기를 한 편의 흥미롭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창작해 냈다. 이야기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웅어와 생태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웅어를 매개로 벌어지는 꼽추 소년 행남이와 양반집 옥련 아씨의 사랑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모든 생명이 공존 · 공생하는 환경과 생명의 뜻깊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가장 순수한 사랑을 통해 전하는 값진 생명 가치 역사 자료에 따르면, 웅어는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아름답고 진귀한 물고기라서 일반 백성들은 함부로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조정의 사응원이라는 기관에서 행주나루터 부근에 ‘위어소’를 두어 웅어를 관리했다. 이곳에 웅어를 보관하는 석빙고까지 있었다니, 당시 웅어의 가치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은빛 웅어, 날다』에서는 이러한 웅어를 간절히 바라는 이가 있다. 딸 옥련이의 요양을 위해 시골로 내려온 정 판서가 바로 그 인물이다. 무지개 뜨는 날 잡은 무지갯빛 웅어를 먹으면 딸의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마침 옥련이를 사모하던 행남이는 옥련이를 낫게 하기 위해 웅어를 잡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결심이 쉽지만은 않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은 뒤로 행남이는 고기잡이를 거부하고 있다. 아주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잃게 된 행남이는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간다. 불의의 사고로 꼽추가 된 데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고기잡이를 해야만 한다. 그래도 행남이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일이 커다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생명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일상의 순간을 정성껏 돌본다. 그런 행남이가 사랑하는 옥련이를 위해 결국 살생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옥련이는 사라진 행남이를 찾아 헤매는데……! 순수한 두 영혼은 어떠한 운명에 놓이게 될까? 꼽추 소년 행남이와 옥련 아씨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애잔하고도 순수한 마음이 읽는 내내 감동을 자아낸다. 웅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사랑과 희생 없이는 그 무엇도 공존할 수 없음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차별적인 환경 파괴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행남이와 옥련이의 사랑이 한 쌍의 무지갯빛 웅어로 부활하고, 사랑의 힘이 결국 인간과 자연을 되살리는 새로운 힘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장면을 통해 누구나 한 번 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