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金衍洙
김연수의 다른 상품
솔직히 나는 황금산이 무서웠다. 그런데 황금산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내게 오라고 했다. 나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따르는 게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설사 그게 황금산처럼 무서운 곳에 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 p.25-26 “용왕님이시여, 말씀대로 제가 전에 용이었다면 다시 용이 되고 싶습니다.” “…… 연약한 몸뚱이로 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게 될 것인데, 그 일들을 잘 이겨 내면 된다. 용의 용기로 그 시련들을 견뎌 낸다면 언젠가는 네 진정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그 시련들이 언제 다 끝날 것인지는 누구도 말해 줄 수 없다.” --- p.70 “저 사람들을 꺼내야 해요.” “우리 넷으로는 돌 치우는 데만 며칠이 걸릴 겁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구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우리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니까요.” 미스 휘틀로가 말했다. --- p.246 그제야 나는 나만의 황금산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황금으로 만든 산. 그건 황금처럼 값비싼 물건으로 이뤄진 산이 아니라 사람들로 이뤄진 산이었다. 가게 사람들이나 미스 휘틀로 같은 사람들로 이뤄진 산. 그 산을 떠나오고 나서야 나는 내가 머물렀던 곳이 바로 황금으로 만든 산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p.329 |
중국인 이민자의 역사, 그 정점의 이야기
로렌스 옙은 1984년부터 현재까지 ‘황금산 연대기’라 불리는 연작소설을 발표해 왔습니다. 10여 편에 이르는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들 소설에 그려지는 이야기가 정말 있었던 일을 그려 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용의 날개』를 비롯한 ‘황금산 연대기’가 모두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 위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용의 날개』에 종종 등장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당시 인기를 얻었던 작가 네스빗의 작품에 대한 평가, 아버지의 비행을 돕기 위하여 월영이 라이트 형제에게 편지를 쓰며, 그들과 교류하는 모습은 실제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상세하고 사실적입니다. 이러한 사실성의 바탕이 되는 것은 로렌스 옙이 중국인 이민자에게 가진 애정과 관심, 그리고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갓 하늘을 날았던 시기, 그 비행(飛行)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조차 논란이 일던 때 풍조귀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날아올랐던 기록은 그것이 실제 있었던 사실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남깁니다. 또한, 휘틀로 부인과 로빈, 월영과 풍기, 중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뒤바꿔 놓은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의 상황과 결과, 중국인들이 겪게 되는 고난과 그들의 정신적 흐름을 세밀하면서도 과장 없이 그려 내는 로렌스 옙의 작가적 역량은 그가 어떻게 『용의 날개』를 통하여 수많은 상을 거머쥘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못한 채 역사의 그늘로 사라져간 사람들 “미국으로 이민 온 다른 중국인들처럼 풍조귀 역시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로렌스 옙은 이야기의 모티프인 ‘풍조귀’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자신이 왜 이 작품을 썼는지 들려줍니다. 낯선 땅에서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이방인’은 21세기가 된 지금 현재도 어느 나라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외국인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약자 모두가 로렌스 옙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용이 되기 위한 시련을 견뎌 내듯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이겨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모두 이름과 삶이 있고, 그들만의 ‘용의 날개’가 있을 것입니다. 풍기와 월영, 이민자들의 삶과 만난 지금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곳, 우리가 사는 이 땅이 곧 누군가의 ‘황금산의 나라’이며,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잔혹하고 악랄한 ‘양귀’들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쉽게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외면하고 조롱하지 않았는지, “증오와 잔인함으로 가득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흉측한 가면과도 같은 그 양귀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내일의 삶을 준비하는 중국인들을 지켜보며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월영이 ‘황금산’의 나라에서 만난 진정한 ‘황금산’은 월영이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 자체였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빚어낸 반짝이는 빛 조각, 그것을 마주한 월영은 비로소 자신이 서 있던 곳이 ‘황금산’의 능선 위였음을 깨닫습니다. 월영에게 중국인 동료들과 미스 휘틀로, 로빈이 그러했듯 누군가에게 ‘황금산’의 빛 조각으로 남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을 향한 차별과 냉대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에의 노력이라는 것을 『용의 날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