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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한강 2016 최신작 세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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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흰]

1-나
-… 9
문 … 15
강보 … 18
배내옷 … 20
달떡 … 22
안개 … 26
흰 도시 … 29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 34
빛이 있는 쪽 … 35
젖 … 37
그녀 … 38
초 … 39

2-그녀

성에 … 47
서리 … 48
날개 … 49
주먹 … 50
눈 … 51
눈송이들 … 54
만년설 … 56
파도 … 58
진눈깨비 … 59
흰 개 … 60
눈보라 … 63
재 … 66
소금 … 67
달 … 69
레이스 커튼 … 71
입김 … 72
흰 새들 … 73
손수건 … 76
은하수 … 77
하얗게 웃는다 … 80
백목련 … 81
당의정 … 82
각설탕 … 83
불빛들 … 85
수천 개의 은빛 점 … 86
반짝임 … 87
흰 돌 … 88
흰 뼈 … 89
모래 … 90
백발 … 91
구름 … 94
백열전구 … 95
백야 … 96
빛의 섬 … 97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 98
흩날린다 … 100
고요에게 … 101
경계 … 104
갈대숲 … 106
흰나비 … 108
넋 … 109
쌀과 밥 … 111

3-모든 흰

-… 117
당신의 눈 … 118
수의 … 120
언니 … 121
백지 위에 쓰는 몇 마디 말처럼 … 123
소복 … 124
연기 … 125
침묵 … 126
아랫니 … 127
작별 … 128
모든 흰 … 129

[흰]

1-나
-… 9
문 … 15
강보 … 18
배내옷 … 20
달떡 … 22
안개 … 26
흰 도시 … 29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 34
빛이 있는 쪽 … 35
젖 … 37
그녀 … 38
초 … 39

2-그녀

성에 … 47
서리 … 48
날개 … 49
주먹 … 50
눈 … 51
눈송이들 … 54
만년설 … 56
파도 … 58
진눈깨비 … 59
흰 개 … 60
눈보라 … 63
재 … 66
소금 … 67
달 … 69
레이스 커튼 … 71
입김 … 72
흰 새들 … 73
손수건 … 76
은하수 … 77
하얗게 웃는다 … 80
백목련 … 81
당의정 … 82
각설탕 … 83
불빛들 … 85
수천 개의 은빛 점 … 86
반짝임 … 87
흰 돌 … 88
흰 뼈 … 89
모래 … 90
백발 … 91
구름 … 94
백열전구 … 95
백야 … 96
빛의 섬 … 97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 98
흩날린다 … 100
고요에게 … 101
경계 … 104
갈대숲 … 106
흰나비 … 108
넋 … 109
쌀과 밥 … 111

3-모든 흰

-… 117
당신의 눈 … 118
수의 … 120
언니 … 121
백지 위에 쓰는 몇 마디 말처럼 … 123
소복 … 124
연기 … 125
침묵 … 126
아랫니 … 127
작별 … 128
모든 흰 … 129

저자 소개 4

무라카미 하루키

관심작가 알림신청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4년 독일 벨트문학상, 2016년 덴마크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상품

Han Kang,韓江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 2025년 출간도서 시상식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6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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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차미혜

관심작가 알림신청
 
서로 다른 세계의 다양한 개체들의 간극과 만남에 관심이 있다. 학습된 언어로 발화되지 않는 목소리,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의 전개,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의 의지나 생명력 등을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으로 형상화한다.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 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 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옮긴 책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면장 선거』,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요시다 슈이치의 『분노』, 『파 크라이프』, 『사요나라 사요나라』, 『동경만경』, 『나가사키이』, 마 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약속된 장소에서』,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미야베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 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 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옮긴 책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면장 선거』,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요시다 슈이치의 『분노』, 『파 크라이프』, 『사요나라 사요나라』, 『동경만경』, 『나가사키이』, 마 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약속된 장소에서』,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미야베 미유키 의 『화차』, 『솔로몬의 위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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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688g | 크기확인중

책 속으로

마침내 혼자 아기를 낳았다. 혼자 탯줄을 잘랐다. 피 묻은 조그만 몸에다 방금 만든 배내옷을 입혔다. 죽지 마라 제발. 가느다란 소리로 우는 손바닥만한 아기를 안으며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처음엔 꼭 감겨 있던 아기의 눈꺼풀이, 한 시간이 흐르자 거짓말처럼 방긋 열렸다. 그 까만 눈에 눈을 맞추며 다시 중얼거렸다. 제발 죽지 마. 한 시간쯤 더 흘러 아기는 죽었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모로 누워 그 몸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견뎠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배내옷」에서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진눈깨비」중에서

후미진 주택가 건물 아래를 걷던 늦여름 오후에 그녀는 봤다. 어떤 여자가 삼층 베란다 끝에서 빨래를 걷다 실수로 일부를 떨어뜨렸다. 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으로 떨어졌다. 날개를 반쯤 접은 새처럼. 머뭇머뭇 내려앉을 데를 살피는 혼처럼.
---「손수건」중에서

그리고 그녀는 자주 잊었다,
자신의 몸이(우리 모두의 몸이) 모래의 집이란 걸.
부스러져왔으며 부스러지고 있다는 걸.
끈질기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모래」중에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 아이를?
스무 살 무렵 어느 밤 아버지에게 처음 물었을 때, 아직 쉰이 되지 않았던 그는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겹겹이 흰 천으로 싸서 산에 가서 묻었지.
혼자서요?
그랬지, 혼자서.

아기의 배내옷이 수의가 되었다. 강보가 관이 되었다.
아버지가 주무시러 들어간 뒤 나는 물을 마시려다 말고 딱딱하게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폈다. 명치를 누르며 숨을 들이마셨다.

---「수의」중에서

생각건대, 풍족한 물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행위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 가만히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언가를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사정으로 오랫동안 음악에서 멀어져 있을 때 느끼는 감정과 조금은 비슷할 것 같다.
---「찰스 강변의 오솔길」중에서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너른 대지와, 거의 영원에 가닿을 듯한 정적과, 깊은 바다 내음과, 거칠 것 없는 지표면을 휩쓰는 바람과, 그곳에 흐르는 독특한 시간성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것이다. (……) 카메라 렌즈로 도려내버리면, 혹은 과학적인 색채의 조합으로 번역해버리면 지금 눈앞에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되리라. 그곳에 있던 마음 같은 것이 거의 사라져버리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오래 제 눈으로 바라보고, 뇌리 깊숙이 새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덧없는 기억의 서랍에 담아 직접 어딘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중에서

그 나무망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마음이 이십사 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소설을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 『노르웨이의 숲』 집필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던 삼십대 중반의 작가였다. 일단은 ‘젊은 작가’ 축에 속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도 여전히 ‘젊은 작가’ 같은 기분이 들지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시간이 흘렀고, 당연히 나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 흐름은 어떻게 해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등대 앞 풀밭에 앉아 주위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나 자신의 마음은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리운 두 섬에서」중에서

그건 그렇고, 세계 어디를 가나 출판사 사람을 만나서 “요즘 경기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하아, 장사가 너무 잘돼서 큰일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어본 예가 없다. 보통 다들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게 말이죠, 책이 잘 안 팔려서……” 하는 푸념을 쏟아낼 뿐이다. 핀란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발전이나 지구온난화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닐지언정 해가 갈수록 책이 안 팔리는 현상 또한 세계적인 고민거리인 것 같다. 흠, 우리의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중에서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중에서

뉴욕에 가거나 도쿄에 머물 때는 나 역시 곧잘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 그런데 보스턴에 있을 때만은 항상 다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던킨 도너츠 로고 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베어물고, [보스턴 글로브]를 펼쳐 어젯밤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곳은 보스턴이고, 던킨 도너츠는 ‘보스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보스턴다운 마음가짐)’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야구와 고래와 도넛」중에서

어디서나 성이 보이는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일 것이다. 카프카의 『성』처럼 ‘눈에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곳도 아니고. 참고로 구마모토 시에는 ‘성 주위에는 성벽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라는 조례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야자나무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다’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조례와 비슷하다. 앞으로도 ‘성곽도시’의 느긋한 시간성과 분위기를 잃지 않고 지켜나가기를 여행자로서 바라게 된다.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중에서

출판사 리뷰

2016 한강 신작 소설
『흰』

사라질-사라지고 있는-아름다움……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1.
작가 한강의 신작 소설을 선보입니다. 『흰』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 겨울에 기획한 책.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의 매무새를 닳도록 만지고 또 어루만져서 2016년 5월인 오늘에야 간신히 꿰맬 수 있게 된 책. 수를 놓듯 땀을 세어가며 지은 책, 그런 땀방울로 얼룩진 책, 다행이라면 “얼룩이 지더라도 흰 얼룩이 더러운 얼룩보다 낫기에.”
이참이 아니라면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그가 파생시킨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어볼 수가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흰’이라는 한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노라니 ‘흰’이라는 한 글자의 생김과 발음에서 끓어 넘친 숭늉처럼 찐득찐득한 슬픔 같은 게 밀려듭니다. ‘흰’, 익숙한 듯 편안했다가 낯선 듯 생경스러워지는 이 느낌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안다고 말할 수도, 또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이 기묘하고 미묘한 ‘흰’의 세계 속에서 한강이 끌어올린 서사는 놀라우리만치 넓고 깊습니다.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특유의 감각으로 예리하게 건져올린 사유는 얼음처럼 차갑고 막 빻아져 나온 뼛가루처럼 뜨겁습니다. 우리는 모두 ‘흰’에서 와서 ‘흰’으로 돌아가지 않던가요. 한강이 백지 위에 힘껏 눌러 쓴 소설 『흰』. 그 밖의 모든 흰 것을 말하는 소설 『흰』. 『흰』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부 아래 스미어 있습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때론 65편의 시가 실린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것이 각 소제목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얇은 볼륨감을 가진 이 한 권의 소설은 쉽게 읽혀버리지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읽게 하다가, 흐린 연필 한 자루를 들어 문장에 혹은 단어에 실금을 긋게 하다가, 다시금 앞서 읽은 페이지로 돌아가 그 앞선 데서부터 다시금 읽기 시작하게 만듭니다. 내 마음의 멍울 같은 게 책장에 스미면서 점점 묵직해져가는 소설 『흰』의 무게감을 받치기 위해 불려나온 흰 것들. 예컨대 강보, 배내옷, 달떡, 안개, 흰 도시, 젖, 초, 성에, 서리, 각설탕, 흰 돌, 흰 뼈, 백발, 구름, 백열전구, 백야,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흰나비, 쌀과 밥, 수의, 소복, 연기, 아랫니, 눈, 눈송이들, 만년설, 파도, 진눈깨비, 흰 개, 눈보라, 재, 소금, 달, 레이스 커튼, 입김, 흰 새들, 손수건, 은하수, 백목련, 당의정…… 등등 온통 무참히도 흰 것들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발음해봅니다. 이 소설은 이렇듯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는 두 가지 과정 속에 불현듯 진정한 제 속내를 들켜주기도 한다지요. 흰 것을 떠올리고 불러내고 불러주고 글로 쓰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흰 것을 보고 흰 것을 읽는 우리를 치유시켜주는 일이 아닐까요.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가 결국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이자 또다른 의미에서의 정의가 아닐까요.

3.
“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나’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죽은 제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봄 누군가 나에게 물었지요. “당신이 어릴 때, 슬픔과 가까워지는 어떤 경험을 했느냐고.” 그 순간 나는 그 죽음을 떠올립니다. “어린 짐승들 중에서도 가장 무력한 짐승.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던 아기. 그이가 죽은 자리에 내가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
나는 지구 반대편의 오래된 한 도시로 옮겨온 뒤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다 우연히 1945년 봄 미군항공기가 촬영한 이 도시의 영상을 보게 되지요. “유럽에서 유일하게 나치에 저항하여 봉기를 일으켰던 도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깨끗이, 본보기로서 쓸어버리라는 히틀러의 명령 아래” 완벽하게 무너지고 부서졌던 도시, 그후 칠십 년이 지나 재건된 도시 곳곳을 걸으면서 나는 처음 “그 사람-이 도시와 비슷한 어떤 사람-의 얼굴을 곰곰이 생각”하기에 이르지요.

오직 목소리만을 들었을 것이다.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알아들을 수 없었을 그 말이 그이가 들은 유일한 음성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확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그이가 나에게 때로 찾아왔었는지. 잠시 내 이마와 눈언저리에 머물렀었는지. 어린 시절 내가 느낀 어떤 감각과 막연한 감정 가운데, 모르는 사이 그이로부터 건너온 것들이 있었는지. 어둑한 방에 누워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빛이 있는 쪽」, 36쪽.

나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아가기에 이릅니다.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처럼 새겨져 있으므로” 나는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통해 세상의 흰 것들을 다시금 만나기에 이릅니다. 희게 얼어 있는 바다여, 태양의 빛이 조금 더 창백해지기 시작하는 서리가 내릴 무렵이여, 죽은 나비의 투명해져가는 날개여, 움켜쥘수록 차가워지는 창백한 두 주먹이여, 검은 코트 소매에 내려앉았다 녹아 사라질 때까지 일,이초를 살다 가는 눈이여,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여, 어느 추워진 아침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로 입술에서 처음으로 새어나오는 흰 입김이여,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흰 새여, 날개를 반쯤 접은 새처럼, 머뭇머뭇 내려앉을 데를 살피는 혼처럼 떨어지는 손수건이여,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같은 죽음이여.

이 도시의 사람들이 그 벽 앞에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치는 것이 넋들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 넋들이 이곳에서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보다 사소하게, 그녀는 자신의 재건에 빠진 과정이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몸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녀의 넋은 아직 육체에 깃들어 있다.
(……)
그러니 몇 가지 일이 그녀에게 남아 있다;
거짓말을 그만둘 것.
(눈을 뜨고) 장막을 걷을 것.
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자신의 것을 포함해―초를 밝힐 것.
-「넋」, 109~110쪽.

결혼을 앞둔 동생의 신부가 죽은 어머니의 몫으로 마련해온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태우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 올 수 있다면 지금 오기를. 연기로 지은 저 옷을 날개옷처럼 걸쳐주기를.” 그리고 나는 말합니다. “모든 흰 것들 속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라고. ‘모든 흰’의 이름으로 알게 되고 앓게 된 통증, 이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견뎌낸 뒤에 나누는 작별의 인사라니 최선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진정한 만남의 인사라 할 수 있겠지요. “둘 사이에 이승과 저승 사이를 소리 없이 일렁이는 거대한 물의 움직임”이 그렇게 섞이는 거라지요.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작별」, 128쪽.

4.
『흰』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을 요청하는 편집자에게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지요. “이 소설은 전체가 다 작가의 말인걸요.” 어쩌면 이 한 권의 책에서 한강의 소설에 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섣부르나마 짐작도 해보거니와 마무리에 이 아름다운 책이 현재 번역중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번에도 한강의 『흰』을 맡았고, 이 책은 2017년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언저리쯤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 또한 귀한 선물이 되겠지요. 그 외 다수의 나라에서 번역, 출간 계획 속에 있는 『흰』을 얘기하자니 문득 왜 이 구절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당신에게만은 깨끗한 것을 먼저.” 이 정서를 과연 해외에서는 어떻게들 이해하게 될는지요.
『흰』은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벽을 모래로 허물고, 삶과 죽음이라는 단단함을 무르게 만들고, 삶과 죽음이라는 당연함을 낯설게 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평면을 입체로 분산시키고, 삶과 죽음이라는 유한을 우주라는 무한으로 확장시킵니다. 넘나든다는 일은 몸에 유연성을 기르는 일이지요. 유연한 사고가 빚어내는 끌어안음은 연대를 이루기에 충분하지요.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 어차피 모든 산 자는 모두 죽은 자가 될 것이 아닌가요. “아기의 배내옷이 수의가 되고 강보가 관이 되었”듯이 말입니다.

5.
더불어 한 가지, 소설 『흰』을 채우고 있는 열두 점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흰』은 차미혜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그의 사진과 영상이 한강의 글과 한데 어우러졌다는 데서 일단 그 특별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싶은데요, 무엇보다 한 권의 책으로 합집합이 되는 일을 넘어서서 교집합으로, 서로의 고유한 영역이 유지되기도 하고 또 겹치기도 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라는 각각의 영역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특유의 예술성을 한껏 드러내게 되는바, 바로 그 지점이 작은 이 책을 만만치 않은 물성으로 응축하게 만든 힘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차미혜 작가는 견고해 보이는 기준이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들을 영상, 사진, 퍼포먼스, 설치 등을 통해 표현해오고 있는데요, 이번 작업을 위해 선별하여 고른 열두 점의 사진과 영상 속 스틸 컷은 침묵이 얼마나 큰 목소리를 삼키고 있는지, 그러나 기실 그 말없음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죽여 있는지, 그 이면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몸에 지니고 있음에 한 컷 한 컷 쉽사리 들어 넘길 수 없는 이미지의 무게를 한 장이라는 찰나에 고스란히 담아내느라 작가 자신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지를 여실히 어떤 떨림으로 느끼게 합니다.
텍스트 사이 그 사이에서 마치 수화를 하듯 속내를 아슬아슬 들키고 있는 이미지들 속에 천천히 눈이 머문다면 보다 느리게 때론 덮었다 다시 펼치는 아낌으로 이 책의 책장들에 바람을 불어넣어주셨으면 합니다. 바람에 바람이 스민다는 우연 같은 필연 속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일과 우리가 사라져간다는 일에 문득 말수가 적어져본다면 이 또한 이 책이 주는 숭고한 울림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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