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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의 가을
아버지와 바다 복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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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는 어쩐지 아무 데도 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어수선한 집 안 어디에도 송희의 자리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곳 어딘가에 있어야 될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희 할머니께서 널 많이 아끼셨잖아. 아마 지금 네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실 거야." 결이가 어른처럼 말했다. 결이는 한참 더 송희 곁에 서 있다가 조용히 돌아갔다. '그래, 결이 네 말이 맞다. 할매가 나를 얼마나 애끼셨는데, 어제 일 같은 건 벌써 다 잊어뿌렸을 끼다. 내가 암만 잘못해도 할매는 늘 용서해 주셨으니까…….' 뜨거운 눈물이 다시 송희의 얼굴을 적셨다. 하지만 할머니와 영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실감이 날지 송희는 알 수 없다. 뿌리라도 내린 듯 앉아 있는 송희 주위로 어둠이 켜켜이 쌓여 간다. --- pp.3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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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그림이 없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의 비중이 날로 커지는 오늘날의 아동물을 생각하면 이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글과 그림은 서로 병행하며 보조하는 관계라는 공식이 아동 출판계를 끌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물에 있어서 일러스트의 비중을 높이 두는 건 어린이들의 흥미를 시각적으로 유발하기 위함이 크다. 아직 독서 습관이 익숙치 않는 어린이들에게 빽빽한 글로만 가득한 책을 들여다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동화책의 그림은 글자로 된 이야기를 다시 설명해 주는 보조적 역할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일러스트라는 것이 독서 본연의 목적, 상상력 함양이라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해 준다지만 극히 한정된 범위에서만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는 독서하는 이로 하여금 능동적인 입장에서 책을 바라보도록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삽화의 이미지 속에서만 상상력의 범주를 허락하는 것일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독서 본연의 목적을 염두해 두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주된 독서 목적은 학습을 위한 독서와 감상의 위한 독서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학습과 관련된 독서가 전자이고 그 밖의 창작동화, 전래동화를 읽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후자의 독서에서 글이란 머릿속에서 구체적 형상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매개체로, 우리는 글을 통해 장면을 상상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로써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상상이 더해져 이야기는 매번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고, 상상력이 발달할수록 책 읽는 재미는 더해 가는 것이다. <그림 없는 동화책>에는 그림이 없다. 독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함이다.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동화라면 그림이 없다 해도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충분히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대신 그림이 빠진 자리에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중요하거나 표현이 아름다운 곳은 글자 크기나 색깔을 다르게 구성했다. 이 책이 한창 상상력을 키워 나가는 어린이들에게 한차원 높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물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