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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선생님한테만 얘기하는 건데요. 그 무렵에 나는 찬이를 미워했어요.
엄마 아빠는 날마다 찬이 얘기만 하고 찬이 걱정만 했어요. 나는 꼭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어요. 엄마 아빠가 날 쳐다보지도 않는 것, 우리 집이 점점 가난해지는 것, 엄마가 툭하면 우는 것, 그게 다 찬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찬이가 어디 멀리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 p.22 찬이는 천천히 그림을 보았어요. 나는 찬이를 보았고요. 언젠가 나는 한밤중에 혼자 깨어난 적이 있어요.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펄펄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너무나 고요했어요. 세상에 깨어 있는 사람이라곤 없을 것 같았지요. 그림을 보는 찬이를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보고 있는데 문득 그때 생각이 났어요. --- p.40 찬이는 거의 아홉 시나 돼서 아주 지친 얼굴로 들어왔어요. “친구 집에 갔다 오다가 길을 헤맸어요.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 못했어요. 죄송해요.” 찬이는 그 말만 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식구들이 아무리 캐물어도 말을 안 하는 통에 더 묻지 못했고 화도 낼 수 없었지요. 찬이는 그날 밤 열이 펄펄 나고 많이 아팠어요. --- p.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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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손끝으로 그림을 보고 나는 눈으로 보았어요!”
누나는 시각장애인인 동생이 그림을 손으로 만지며 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는 흔히 사물을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찬이는 손으로 그림을 보았으니까요. 은이는 동생을 통해 시력을 잃어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자신도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동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은이 눈에 비친 찬이는 고집스럽고 불친절하고 심술 맞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에 대한 감상을 시작으로 둘은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은이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동생의 괴로움과 원망, 절망과 좌절을 극복하는 방식을 알게 됩니다. 늘 눈으로 지켜본 동생의 아픔이 그동안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요? 아픔의 크기는 어리다고 작지 않고, 고통을 극복하려면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 찬이는 아주 밝고 명랑한 아이였지만, 병을 앓은 뒤 시각장애인이 되고 세상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엄마에게도, 누나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찬이는 그림을 만지면서 본래의 맑은 심성이 되살아납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림을 계기로 세상의 문을 연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고통을 겪거나, 과거에 겪은 경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퉁명스럽게 군다 해도 잠시 시간을 주면 어떨까요? 친구의 마음속에서는 손을 잡아달라는 아우성이 있지만, 어떻게 자기 마음을 드러내야 할지 잘 모르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눈물 어린 미묘한 마음을 눈으로 보이듯 전하는 아름다운 그림 그림과 더불어 읽고 생각하는 〈생각숲상상바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합니다. 화가는 긴 시간 시각장애인 주인공 찬이에게 감정이입하여 몰입한 끝에 작품성 높은 그림을 완성하였습니다. 주인공의 아픔이나 상처, 마음 깊은 어둠 속에 자리한 어린이다운 숨길 수 없는 발랄함까지 잘 표현하여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게다가 지극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판타지적 요소를 느끼게 해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