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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책소개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나의 어머니
꺼래이
적빈(赤貧)
광인수기(狂人手記)
아름다운 노을

엮은이에 대해

저자 소개 1

박계화(朴啓華)

어릴 때 한문을 수학한 후 경북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보통학교 교원을 지내다가 잡지사 기자로 전직했다. 1926년 조선여성동우회와 경성여자청년동맹 등에 가담해 비밀리에 여성운동을 한 것이 탄로 나 교사직에서 물러나자 서울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1929년 응모한 단편소설 〈나의 어머니〉가 《조선일보》에 당선되며 신춘문예 첫 여성작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고향을 떠나 살길을 찾아 시베리아를 떠도는 조선인의 수난을 그린 〈꺼래이〉(1933)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38년 만성 위장병으로 고생하다가 32세 때인 1939년 생을 마감했다.

백신애의 다른 상품

역자 : 김문주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1995년 같은 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조지훈 시에 나타난 생명의식 연구」로 석사학위를, 「한국현대시의 풍경과 전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20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제9회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은 책으로는 『형상과 전통』, 『소통과 미래』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서울산업대학교, 안양대학교 등에서 가르쳤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BK사업단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62281927

출판사 리뷰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으로 출간하는 한국 근현대문학은 작품이 처음 발표된 대로 현대에 살려내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초판본을 그대로 싣고자 했습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제까지 제출된 백신애에 관한 연구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빈궁문학’으로서의 성격에 주목한 연구, 둘째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반영한 ‘현실주의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 셋째는 가부장제하 여성의 질곡과 의식을 형상화한 ‘여성주의 문학’으로서의 특징을 탐색한 연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백신애의 문학에 관한 이러한 연구들은 그녀의 소설이 당대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한 문학적 성과이며, 이와 더불어 여성적 관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문학적 형상임을 시사한다. 그녀의 소설은 당대성과 함께 여성의 삶과 현실을 예각적으로 드러내는 시선과 문제의식을 내장하고 있다.
먼저 ‘빈궁문학’의 성격을 그린 작품들로는 「복선이(福善伊)」, 「채색교(彩色橋)」, 「적빈(赤貧)」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소설들은 개인의 삶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가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형상화한다. 궁핍한 하층민의 삶을 주로 여성적 시각에서 묘사한 작품들은 조혼의 폐해나 가난으로 인해 벌어지는 남녀 간의 문제를 중심으로 현실의 비극성을 담아낸다. 「적빈」은 이러한 가난의 문제를 모성적 관점에서 매우 생생하게 형상화한다. 무능한 노름꾼인 아들을 대신하여 해산을 앞둔 며느리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매촌댁’의 모습은 ‘한국적 모성’과 더불어 강렬한 생명력을 극단적인 궁핍의 형상을 통해 그려낸다. 허기를 메우기 위해서 똥까지 참는 매촌댁의 희극적인 모습은 빈궁한 당대 현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백신애의 소설은 이러한 가난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인물의 강렬한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역설적으로 궁핍한 당대 현실을 극단적인 형상으로 부조해 낸다. 빈궁의 문제는 작가의 현실 인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초기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서, 이후 그녀의 관심은 다양한 현실의 문제로 확대된다.
백신애의 현실주의 경향의 소설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와 일제 강점기의 비참한 현실을 그린 작품들로 나눌 수 있는데, 물론 이 두 개의 주제는 조선적 근대 경험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정현수(鄭賢洙)」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문제를 인간의 심성이나 존엄성과 연관하여 형상화한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은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나 존엄성은 상실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가치 있는 삶도 성취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이 소설은 드러낸다. 반면 「어느 전원(田園)의 풍경(風景)」은 자본주의 사회의 법률의 허점과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인간관계를 가부장제 사회의 현실을 통해서 그려낸다. 이 소설들을 통해 그녀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과 문제점을 비판하고 폭로한다.
한편 이러한 인식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그려내는데도 작용한다. 중농이었던 주인공이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린 「악부자(顎富者)」는 전근대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기에 근대적 환경에 동화되지 못하는 한 개인을 통해 근대 물질문명의 비인간성을 비판한다. 반면 「학사(學士)」는 지적 우월성과 허위 의식에 빠져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제 강점기 고학력 룸펜들의 문제를 통렬하게 고발한다. 이 작품은 근대 교육의 수혜자들이지만 전근대적 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지식인의 이율배반을 그리고 있다. 이는 서구적 생활양식을 지향하면서도 의식은 전근대적 상태에 머물러 있는 여주인공을 희화화한 「일여인(一女人)」에서도 이어진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근대적 의식 속에서 근대적 물질문명을 경험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묘사한다. 이와는 달리 「꺼래이」나 「멀리 간 동무」, 「가지 말게」 등은 가난 때문에 러시아나 만주로 이주한 일제 강점기의 피폐한 민중적 현실을 생생하게 부조해 낸다.
1930년대의 조선의 현실을 다양한 주제로 그리고 있는 이러한 작품들에는 작가의 여성주의적 시각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들 작품에서 현실의 문제와 여성의 문제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음에서 살펴볼 소설들에는 주로 여성의 당대적 현실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백신애의 등단작인 「나의 어머니」는 여성운동가인 ‘나’와 전근대적 여성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이 소설에서 작가는 가부장제 사회의 지배와 억압에 전적으로 순응하는 여성상에서 벗어나 근대적 사회를 건설하고 구성하는 독립된 주체로서의 여성상을 탐색한다. 이러한 주제는 「낙오(落伍)」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봉건적 사회 구조 속에서 자아실현의 욕망을 가진 두 여인의 의식과 실천의 문제를 그린 소설은 작가를 비롯한 당대 신여성들의 내면적 갈등을 인물의 대비를 통해 형상화한다. 「나의 어머니」와 「낙오」가 미혼 여성의 내면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면, 「혼명(混冥)에서」와 「광인수기(狂人手記)」는 이혼 여성을 통해 가부장제 봉건사회의 억압 구조와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혼명에서」가 결혼제도에서 이탈한 여성의 소외의식과 이혼 여성에 대한 가족들의 전근대적 억압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광인수기」는 남편의 외도에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여성의 고통을 강렬한 광기의 언어로 형상화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광인수기」에서 여성 화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 남편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전향한 지식인이라는 사실이다. 백신애는 「광인수기」를 통해 전향한 사회주의자의 타락을 아내의 시점을 빌려 비판한다. 그것은 1930년대 중반 이후 쏟아진 전향 소설의 주제―진정한 근대적 의식과 실천에 이르지 못한 지식인들에 대한 비판―를 여성적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광인의 언어를 빌려 남성적 사회의 폭력과 이중성을 통렬하게 폭로하는 이 소설은 그 언술의 강렬함으로 인해 남성 지배 사회에 대한 매우 강한 혐오와 부정의 태도를 표현한다.

내? 이눔 하느님아. 얘이 비러먹을 개새끼 가튼 하느님아. 네가 분명 하느님이라면 왜 그 악하고 악한 도독눔의 연놈을 그대로 둔단 말고 당장의 벼락 천동을 내려 연놈을 한꺼번에 박살을 시킬 일이지… 아니올시다. 아이 무서워 아니올시다. 거짓말이올시다. 일부러 하는 말이올시다. 그 연놈이 죄가 잇슬 리 잇는기요. 다? 내 팔자지요. 부대부대 벼락은 치지 말고 잘 살두록 해주시소.
하하하! 웃기는구나. 우수워서 죽겟내!

이러한 광기의 언어는 침묵과 인종(忍從)을 요구하는 가부장제 남성 사회와 지배 담론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전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위의 인용 부분에 나타난 강렬한 부정의 언어는 모순과 불합리로 가득한 세계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작가의 이러한 강렬한 부정의 태도는 세계에 대한 백신애의 비판적 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작가의 사후에 발표된 유고작 「아름다운 노을」은 남성 지배 사회의 구조를 남녀 간 관계의 역전을 통해 전복하는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가부장제 사회의 구속과 여성적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욕망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친정의 대를 이어야 하는 압박 속에서 청년 의사의 구애를 받고 있는, 16세의 아들이 있는 여성이다. 문제는 주인공이 의사의 동생인 소년 성규에게서 이상적인 이성에의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장성한 아들이 있는 32세의 여성과 19세의 소년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랑은 근친상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면서, 남성 우위의 통상적인 이성관계를 역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에서 제기하는 여성의 갈등과 사랑은 여성의 근원적인 욕망의 발견이라는 점과 더불어 가부장제 사회구조를 전복하는 실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백신애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여성적 시각에서 형상화한 뛰어난 현실주의 작가다. 여성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당대 현실에 대한 폭넓은 비판적 의식을 보여준 그녀의 소설들은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전환기에 있었던 1930년대 조선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부장제 사회의 구속과 억압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여성적 욕망을 새롭게 발견하는 그녀의 작품에서 우리는 한국 여성소설의 한 본령을 목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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