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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물병자리 물병자리 까만 일기장 혀 감기 둥근 의자 링반대룽 십자수를 놓다 장마 블랙커피 옷장을 열며 소리의 문 모래의 여자 안개 조각을 하며 꽃씨 제2부 저물녘의 몽타주 저물녘의 몽타주 푸른 안개에 갇히다 회색 모자 낯선 겨울 가을 몸살 아버지의 겨울 마른 꽃 고흐의 방 비 온 뒤 이사 빈 방 뚝 부러진 연필심 가을 숲에서 회상 빈 집 눈 먼 새의 노래 제3부 환절기의 판화 환절기의 판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길을 잃다 이층에서 본 거리 봄날은 간다 하루 종일 마우스 갈증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1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2 스크래치 달팽이 버섯구름이 피다 귀가 제4부 봄의 계단 봄의 계단 밤길을 걸으며 거미 견고한 저녁 흐린 날의 안부 외출 컵이 깨어지다 타로 점 빗나간 시간 가위 날개를 꿈꾸다 과일을 깎으며 새 연필을 깎으며 화분갈이 이메일 잎 겨울 에세이 해설_근원적 기억과 현실 감각의 깊은 결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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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냉정한 시인의 작의가 긴장의 마개를 움켜쥐고 있다”
― 제3회 오늘의 시조시인상 심사평 제3회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 작품은 이송희의 「물병자리」다. 이 작품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점성술에서 말하는 물병자리 태생의 성정이 모티브가 된 듯하다. 그런가 하면 마치 의식의 흐름을 좇듯 화자의 내면 풍경에 상념의 등불을 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를테면 심상의 중층구조인 셈이다. 넉넉한 활유의 공간을 넘나들며 그 속에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의 흔적들을 강하게 밀어 넣는다. ‘하늘 숲 어둠을 젖히고/내 안에 눕는’ 별 하나. 그 별은 ‘맨 처음 내 울음을 기억한’ 존재다. 그것이 물병자리의 상징을 통째로 끌고 왔다. 그러면서 ‘몸속에 남아 있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덧대고 문지르며 ‘통증을 걸러낸’다. 화자는 그렇게 몸속의 상처를 인식하고, 통증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치유의 결과는 마지막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밀봉한 물병 속에 가득한, ‘너무 오래 두어서 이미 다 삭은 마음’들. ‘마개를 여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질’ 것들이다. 물병을 거꾸로 세워 ‘시원하게 쏟고 싶’지만 아직은 마개를 열지 않은 상태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거품을 추스르는 자기 통제의 극단에서 이 작품은 끝난다. 정확하고 냉정한 시인의 작의가 긴장의 마개를 움켜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