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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이송희
시인동네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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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암전 · 13
식탁 · 14
유리벽 · 16
데이트 · 18
압화 · 19
블랙 · 20
유리잔을 마주하다 · 22
바닥에 대한 단상 · 24
바닥의 계보 · 25
컵 · 26
터미널 · 28
시간선(時間線)을 맞추다 · 30
우편함 · 31
외눈 · 32
펜 · 34

제2부
옐로우 · 37
카니발 · 38
잃어버린 열쇠 · 40
팔월 · 42
여름, 비에 젖다 · 43
사막의 표정 · 44
화장 · 46
태풍이 지나간 뒤 · 48
선인장 · 49
화이트 · 50
꽃잎의 시간 · 52
액자 · 54
소나기 · 55
엑스트라 56
레드 · 58

제3부
인형놀이 · 61
그날 · 62
모노드라마 · 63
열리지 않는 가방 · 64
사각지대 · 66
가위 · 68
불안한 골목 · 69
아무 일 없던 것처럼 · 70
성냥개비 하나가 · 72
군함도 · 74
그릇의 시간 · 75
흑백 · 76
세탁 중입니다 · 78
행복 익스프레스 · 79
종이컵 · 80

제4부
벌레들 · 83
시간의문 · 84
십이월 · 85
빨대를 꽂다 · 86
첫눈 · 88
구멍 · 89
평균대에 서다 · 90
심우장(尋牛莊)에서 · 92
붉은 문 · 93
독감 · 94
외투 · 95
산벚나무의 시간 · 96
문 · 98
데자뷔 · 99
겨울의 환(幻) · 100

해설 사랑의 기억과 ‘사회적 서정시’ · 101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전남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Post―Doc,)를 마쳤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과 아르코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신인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대명사들』 등이 있으며, 평론집 『아달린의 방』,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거울과 응시』, 『유목의 서사』 등이 있다. 그 외 저서로 『눈물로 읽는
전남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Post―Doc,)를 마쳤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과 아르코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신인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대명사들』 등이 있으며, 평론집 『아달린의 방』,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거울과 응시』, 『유목의 서사』 등이 있다. 그 외 저서로 『눈물로 읽는 사서함』이 있으며, 편저 『한국의 단시조 156』, 공저 『2015 올해의 좋은시조』, 『한국문학의 이해』, 『기형도』, 『인문사회계열을 위한 글쓰기』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좋은시조」 주간이며,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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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18쪽 | 178g | 127*203*8mm
ISBN13
9791158964597

책 속으로


당신은 캄캄하게 말을 집어삼켰어

벽과 벽을 더듬어 문을 찾아 헤맬수록 발은 더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었어 묻어버린 수사들은 기억 속에 잠겼고 꺼내려 할수록 가라앉아 버렸어 침묵은 침묵을 낳고 또 침묵을 키워갔어 사월은 화려했고 오월은 더 빛났지만 그해의 봄날은 하얗게 지워졌어 떠올리려 할수록 색은 더 지워지고 네가 있던 풍경도 사라지고 말았어

어둠은 활활 타올라 너와 나를 삼켜버렸어
--- 「암전」 중에서

그녀의 바닥은 살얼음이 깔려 있다
뒤척이는 시간마다 엇박자로 뛰는 심장
막다른 골목 끝에서 길이 되고 싶었을까

바람이 앉았던 곳을 들추고 가는 햇살
얇아진 그녀 몸이 허공에 나부끼면
깊어진 어둠 속으로 울음을 비워낸다
--- 「바닥의 계보」 중에서

그녀의 빈방에
검은 눈이 내린다

하염없이 앉았던 자리 덮고 또 덮으며

이 밤을 다녀간 것은
작고 흰 발자국

막 태어난 그리움은 허공에서 자란다

얼음이 된 사랑과
물이 된 그리움

사르르 녹아내리는
화석이 된 울음을
--- 「첫눈」 중에서

검은 새가 다녀갔다, 서리 낀 유리창에 차디찬 그리움을 밤새 끌어안으며 마음의 처마에 머문 새소리를 듣는다

--- 「겨울의 환(幻)」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송희의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가 시인동네 시인선 124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집과 평론집을 출간하며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신인상 등을 수상하기도 한 이송희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전통적 시조의 현대적 가능성을 최대치까지 끌어내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이송희 시인은 수많은 당신을 호출한다. “당신을 보내고 당신과 마주한 저녁”처럼 당신에게 이르는 길은 굳게 잠겨 있거나 막다른 골목이지만, “내 무릎을 받아주던” 당신을 끌어안으면 “바닥은 부스스 일어나/ 길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문득 나 또한 당신들 앞에서는 또 다른 당신일 뿐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나와 타자의 간극을 안부가 출렁이는 순간으로, 벌어지면서 몸을 끼워 맞추는 순간으로 전환시킨다. 시인의 감각은 여기서 빛난다. 서로의 낯선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사랑의 기억과 상실감과 희망이 층층이 쌓여 혼란스럽게 일렁이고 있다.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언급처럼 “한국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의 초상들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이송희 시인의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역시 상실감을 연원으로 하는 서정시가의 전통을 잇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시조의 전통적인 형식을 실험적으로 변형하면서 시의 현대성을 획득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 세계를 리얼리스틱하게 투시하면서 신선한 언어 감각을 잃지 않음과 함께, 상실과 슬픔을 바탕으로 한 서정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 시집에는 시인 자신이 화자가 아닌 시편들이 적지 않다. 실연한 청년이나 실직 노동자가 화자인 경우도 있다. 이송희 시인은 다양한 이들이 겪는 슬픔을 살펴보고 그들의 마음을 노래한다. 이로부터 한국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의 초상들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이성혁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마지막 눈빛이 기억나지 않는다.

당신과 걷던 길이 스르르 녹아내리면
구겨진 원고지를 펼쳐
내 젖은 몸에 덮는다.

2020년 봄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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