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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대지 … 9
제2부 아들들 … 287 |
Pearl Buck,Pearl Sydenstricker Buck, 존 세지스 John Se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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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라 태양이 그들 위에 뜨겁게 내리쬐었고 얼마 안 가서 여자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떨어졌다. 왕룽은 저고리를 벗어 팽개치고 등을 드러내놓고 일했으나 오란은 적삼을 걸치고 일했으므로 그 엷은 옷은 땀에 젖어 그녀의 살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들은 한 마디도 없이 몇 시간이나 일했다. 왕룽은 호흡도 흐트러뜨리는 일 없이 아내와 힘을 합쳐 일하는 가운데 일이 힘든 것도 잊어버렸다. 왕룽에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오직 여기 있는 것은 그들의 집을 이루고 그들의 몸을 기르며 그들의 신(神)을 받드는 이 대지를 일궈서 볕에 쏘이게 하는 것뿐이었다. 비옥한 땅은 그들의 괭이가 가 닿자 가볍게 갈라져 나갔다. 때로는 벽돌 조각이나 나뭇조각이 나왔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떤 때엔 사람들의 시체가 이곳에 파묻혔고 집이 세워지고 허물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왕룽의 집 또한 앞으로 흙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들의 몸도 그러할 것이었다. 이 땅의 모든 것은 저마다 제 차례가 있는 것이다. 왕룽과 그의 아내는 나란히 말없이 움직이며 이 땅의 열매를 얻기 위해 같이 일을 계속했다.
--- p.34 이제 오란은 종일토록 일을 했고, 어린애는 다 떨어진 헌 이불에 싸여 땅바닥에서 잤다. 어린애가 울면 그녀는 일손을 멈추고 땅에 털썩 앉아 저고리를 헤치고 젖을 먹였다. 끈질긴 늦가을 볕이 어머니와 아기에게 내리쬐었다. 그들은 흙처럼 까매서, 그러고 앉아 있으니 흙으로 만든 우상 같았다. 엄마의 머리에도 아기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에도 밭의 흙먼지가 앉아 있었다. --- p.42 그리고 대문간으로 가서 그 돈을 숙부에게 던지다시피 주고 곧장 밭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지축을 뚫을 듯이 괭이질을 시작했다. 얼마 동안 그의 머리엔 은전 생각밖에 없었다. 그 돈이 노름판 탁자에 마구 쏟아지고 어떤 놈팽이가 그 돈을 쓱 하고 쓸어 담아가는 모양이 눈에 선했다. 그가 피땀을 흘려 가며 땅을 파서 모은 그 돈, 더 큰 땅을 사려던 그 돈이 그토록 쉽사리 사라져 버리고 말다니! --- p.60 왕룽은 늘 자기는 그들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땅이 있었다. 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이 사람들은 다만 어떻게 하면 내일 생선 한 토막을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편히 쉴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노름에서 돈 몇 푼 딸 수 있을까 하는 일만 생각했다. 어차피 날이면 날마다 한결같이 힘겹고 언제나 가난하니, 남자라면 자포자기한 김에 때로는 약간의 장난질이라도 쳐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왕룽은 오로지 자기 농토만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했다. 그는 부잣집 담 밑에 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 속하지도 않았고 부잣집에서 사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그의 대지에 속해 있었다. 발밑에 대지(大地)를 느끼고, 봄철에는 쟁기를 잡고 가을에는 낫을 들지 않으면 삶의 보람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자기에게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좋은 밀밭과 황부자집에서 산 비옥한 논이 있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박혀 있었던 까닭에, 그는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 p.103 어떤 목소리가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왔다. 애욕보다 더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땅을 향한 외침이었다. 그의 생애를 통틀어 다른 어떤 소리보다도 강한 울림이었다. 그는 두루마기를 벗어 던지고 우단 신발과 하얀 양말을 잡아 채듯이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늠름하고 기운차게 일어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호미는 어딨나? 괭이를 가져오게. 밀씨는? 여보게, 칭 서방, 사내들을 모두 불러 주게. 들로 가세!” --- pp.172-173 이렇게 해서 봄이 몇 차례 지나갔다. 왕룽은 해가 지날수록 봄이 오는 것도 어렴풋하게만 느꼈다. 그러나 오직 하나 그의 마음속에 변치 않고 남아 있는 것은 흙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는 이미 흙을 떠나 성내에 살며 부자가 되었다. 그래도 그의 뿌리는 대지에 박혀 있었다. 몇 달이고 대지를 잊고 있다가도 해마다 봄이 오면 그는 반드시 밭에 나갔다. 이제는 괭이며 쟁기를 잡을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밭갈이하는 것을 구경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는 우겨서 밭으로 나갔다. 때로는 전에 살던 흙으로 만든 집에 하인을 데리고 침대까지 갖고 가서, 자식들이 태어나고 오란이 죽은 방에서 잤다. 날이 새면 눈을 뜨고 밖에 나가서 떨리는 손을 내밀어 싹트는 버들이며 꽃 피는 복숭아 가지를 꺾어서 종일 그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 p.282 이리하여 왕룽이 평생을 보낸 논밭은 분배되었고, 땅은 이제 아들들 것이 되었다. 그가 누워 있는 조그만 토지만이 그에게 남겨졌고 그 밖에는 모두 그의 것이 아니게 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조용한 땅에서 그의 피와 뼈는 아무도 모르게 녹아 흘러서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대지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아들들은 대지의 표면을 저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처분하리라. 그러나 왕룽은 그 땅속 깊숙이 누워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땅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었다. --- p.316 10년 동안 없었던 큰 전쟁이 올봄에는 군벌 사이에 벌어지리라는 소문이 나라 곳곳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저기서 시작된다 아니, 여기다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디에서 군대가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민중들은 겁을 먹었다. 그러나 아무리 전쟁 소문이 떠돌아도 농민들에게는 일궈야 할 땅이 있었다. 도시 상인들만 하더라도 처자를 부양하고 생계를 잇기 위해 계속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해야 했다. 저마다 한 집안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고는 있었지만 언젠가 닥쳐올 재난을 생각하고 모두 탄식했다. --- p.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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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영혼을 바친 농민들의 서사시
중국인의 강한 생활력은 잡초의 억세고 질긴 느낌에 비유된다. 잡초는 아무 땅에서나 자라며, 땅이 주는 자양을 흡수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대지에 매달려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기 마련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나부끼면 된다. 발로 밟히는 것도 순간만 참으면 몸은 본디대로 일어선다. 때로는 들불이라는 재난을 만나 모두 불타 버리더라도 흙 속에 박힌 뿌리는 다시 생명을 이어낸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부지런하고 땅을 사랑하는 가난한 농군이다. 왕룽에게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다.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어머니이며, 자신은 물론 자손들의 생명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신의 선물이다. 순종의 여인 오란을 아내로 맞이하고, 몰락한 지주 황부자집 토지를 사들이며 풍족한 삶을 살게 되지만, 하늘이 내려준 토지의 풍요로움도 잠시뿐, 곧 엄청난 메뚜기 떼가 대지를 휩쓰는 가뭄으로 일가족은 생사의 고비에 놓인다. 왕룽은 가족을 데리고 남쪽 도시로 몸을 피한다. 그곳에서 구걸과 막노동의 고된 세월을 보내지만,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논밭을 떠올리며 언젠가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지는 남쪽 도시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마음의 병을 고쳐 주었다. 태양은 머리 위에 빛나며 그의 괴로움을 잊게 했고, 여름의 더운 바람은 부드럽게 그를 감싸 주었다.’ 토지는 왕룽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어, 그는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가 된다. 세월이 흐른 뒤 늙고 병든 왕룽은 자리에 누워, 자식들이 땅을 팔기 위해 의논하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띄엄띄엄 말한다. “땅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은 끝장이야.”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땅을 갖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땅은 누구에게도 뺏겨서는 안된다…….” “만일 땅을 파는 날, 그것은 세상의 마지막이다.” 〈대지〉에는 여러 유형의 여성이 등장한다. 오란은 대지주인 황부자집 계집종이었으나 팔려서 왕룽의 아내가 된다. 말수는 적으나 지혜가 있다. 남편을 만나 굶주림과 갖은 고생을 견뎌내고, 나이가 들어 외모가 볼품없다고 남편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눈물을 삼키며 인종(忍從)의 세월을 보낸다. 오란은 착한 성품과 인내를 미덕으로 아는 중국 여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렌화는 가진 거라곤 오직 자신의 아름다움뿐인 무능한 여자로, 성내 찻집에 있던 그녀를 왕룽이 둘째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왕룽은 한때 렌화의 미모에 홀려 재산이고 가족이고 다 제쳐놓고 그녀에게 매달리지만, 곧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본모습을 찾는다. 셋째 부인 리화는 작가 펄 벅이 가장 많은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인정 많은 여자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왕룽이 불쌍히 여겨 사들인 아름다운 계집종으로 뒷날 왕룽의 사랑을 받는다. 왕룽이 죽은 뒤엔 그가 남겨 놓은 백치 딸과 곱사등이인 손자를 끝까지 잘 보살핀다. 〈대지〉의 시대적 배경은 신해혁명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기까지의 시기이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인공 왕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간다. 왕룽의 고향도 그저 중국 북쪽 어느 시골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동안 중국의 ‘대지’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중국이라는 드넓은 대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이것은 펄 벅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서양인으로서 그녀만큼 중국의 내면과 중국인의 영혼 그 자체를 깊이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농민들은 밭을 일구고 심고, 땅에 물을 대어 기름지게 만드는 일을 하늘이 주신 평생 업으로 삼아 순응하며 살아간다. 언제라도 배가 고프면 일손을 멈추고 먹고 마시고 잠들기도 하며, 때로는 아름다운 일출이나 석양을 바라보거나 달이 뜨는 것을 본다. 농민의 마음은 평화로 가득 차 있다. 농민이야말로 땅의 완전한 주인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상에서의 기쁨이고, 이 땅에 사는 남녀는 착한 인간들이다. 물론 마음씨 나쁜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참된 농민이 아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숙부 일가가 그 예이다. 이런 인간들은 땅을 멀리하고 무언가 다른 삶의 방식에 의지해서 자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인간들로 참된 농민이 아니다. 착한 농민은 이런 악인들의 행위에는 될 수 있는 한 참고, 최후에 악인들은 자멸의 길을 걸어간다. 이런 여러 농민들의 생활과 농민들의 인간애를 펄 벅은 오랜 중국생활로 잘 알고 있었다. 펄 벅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온갖 농민들의 다채로운 환영(幻影)은 그녀의 붓끝에서 왕룽 일가의 이야기로 태어났으며, 마침내 중국농민의 운명을 그리는 웅혼한 불후의 서사시가 되었다. 혁명 격동기, 인간의 고뇌〈아들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와 함께 죽은 아버지 왕룽의 농민혼은 대지에서 끝난다. 대지로부터 태어난 농민혼은 자란 환경의 변화와 저마다의 인생관의 차이 때문에 아들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지는 않았다. 〈아들들〉은 셋째아들 왕후의 파란만장한 분투전이다. 그는 군벌의 수령이 되어 중국제패의 야망을 꿈꾼다. 〈아들들〉의 배경은 낡은 중국 하늘의 한 귀퉁이에서 이미 어렴풋하게 새벽을 알리는 아시아 근대 문명 빛이 비치기 시작할 때이다. 군웅할거 군벌시대, 그러나 왕후는 정의를 무시하는 극악무도한 군벌의 수령은 아니다. 무용(武勇)에서는 견줄 이가 없는 뛰어난 검객이었고, 약자를 아군으로 삼는 정의의 무인이다. 왕후는 용맹무쌍하면서도 모든 부하를 부들부들 떨게 할 정도로 엄격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배신하자 망설임 없이 한칼에 베어죽이고, 추모날 밤에 슬픔과 고뇌로 신음하는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를 이런 극단적 행동으로 몰고 간 이유는 〈대지〉의 끝부분과 〈아들들〉의 시작부분에 나온, 죽은 왕룽의 세 번째 부인인 가련한 소녀 리화를 향한 끊기 힘든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형들의 도움으로 두 부인을 얻어, 첫 부인은 딸을 낳고 둘째 부인은 아들을 낳는다.〈아들들〉 뒷부분은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군벌로서 영원한 영광을 추구하려는 꿈이기도 했다. 군벌 수령 왕후는 아들 왕옌을 서양출신 젊은 교관의 조언에 따라 남부 군사학교에 입학시킨다. 그곳의 교육은 신식 전투와 무기를 다룰 뿐 아니라, 그곳에 모인 청년들의 시각도 넓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사상적으로 새롭게 계발되어, 위대한 조국의 재건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아들 왕옌도 그 영향을 받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 왕옌은 혁명군의 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 나타난다. 이것은 군벌수령 왕후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왕후는 군도를 뽑아 들었으나 이윽고 맥이 빠져, 충직한 늙은 하인이 들고 있던 따뜻한 술잔을 겹쳐 가슴속 눈물을 억누른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함께,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청년의 고뇌를 그렸다. 새 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빛〈분열된 집안〉 〈분열된 집안〉은 왕후의 외아들 왕옌이 주인공이다. 장래의 대장군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옌은 아버지 왕후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지만, 본인은 군인생활을 싫어한다. 그의 마음의 고향은 드넓은 하늘 아래 상쾌한 대지에서의 생활이며, 시인 기질의 그는 평화로운 땅에서 영원한 행복의 경지를 추구한다. 아버지의 압력에 견디지 못한 옌은 말다툼 끝에 아버지의 관저를 뛰쳐나와 남쪽 해안의 대도시로 간다. 그곳에는 의붓어머니인 아버지의 본처가 아름답게 성장한 이복여동생 아이란과 함께 살고 있다. 친아들처럼 맞아준 의붓어머니는 응석받이로 자라 진중하지 못하고 경솔한 딸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성실한 청년 옌에게 큰 기대를 건다. 옌은 외국에서 6년 동안 농업을 공부하면서, 은사의 딸 메리와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된다. 그러나 자신은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의 아들임을 떠올리고 물보다 피가 진함을 깨달으며 메리를 떠나 마침내 귀국한다. 귀국을 재촉한 것은 조국의 격렬한 배외운동과, 새 중국의 탄생이었다. 의붓어머니의 양녀 메이린은 의학을 공부하며 어머니를 도와 고아원 일에 전념한다. 그 부지런하고 청순한 모습에 옌은 깊은 사랑을 느끼지만, 메이린은 연구에만 전념하며 옌의 사랑을 물리친다. 그런데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군벌 대항자들이 성 안으로 들이닥친다. 왕 일가의 저택은 잿더미로 돌아가고, 왕후는 그가 태어나 자라고 큰 성공의 기초를 다졌던 흙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패배한 군벌의 모습 그대로 늙어버린 왕후는 임종의 병상에 눕고, 옌은 머리맡에서 마지막 효도를 다한다. 그 자리에 달려온 사람은 의붓어머니와 메이린이었다. 여기서 대작 「대지」는 흙집으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인간과 역사의 덧없는 변전 속에서도 묵묵히 영원을 살아가는 ‘대지’를 암시적으로 그린다. 영원한 대지와 농업기술을 익힌 옌, 새 의술을 익힌 새 시대의 여성 메이린, 새 중국의 탄생, 구 군벌의 붕괴, 사양의 길을 걷는 옛 특권계급,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 어렴풋이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로운 중국 안에서도 - 대지의 불멸을 믿고, 옌과 메이린의 미래를 암시하며 이 거작은 장대한 막을 내린다. |